“근로 감독 결정된 ‘미남당’, 이제는 응답할 때”

기사승인 2022-07-06 11: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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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감독 결정된 ‘미남당’, 이제는 응답할 때”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 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6일 오전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미남당’ 제작사 피플스토리컴퍼니 구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임형택 기자

KBS2 드라마 ‘미남당’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고 불법 제작됐다고 주장하던 시민단체들이 다시 모였다. 이들이 낸 진정을 고용노동부가 받아들여 지난 4일부터 ‘미남당’ 제작 현장의 근로감독이 시작돼서다.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 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6일 오전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미남당’ 제작사 피플스토리컴퍼니 구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남당’을 비롯한 모든 제작현장이 지금이라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 

“근로감독, 고용노동부도 제작 환경 변화에 힘 보탠 것”

공동행동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부터 이번 달 말까지 ‘미남당’ 촬영장에 상주하며 현장 노동 상황을 관리·감독한다. 공동행동은 이를 “고용노동부가 제작 환경을 감독할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라고 봤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나선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18년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제작 스태프가 노동자임을 인정했다. 2019년에는 제작 현장에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해 스태프 노동권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다만 피플스토리컴퍼니 측이 스태프들과 위탁용역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공동행동은 설명했다.

회견에 참석한 공익인권법재단 강은희 변호사는“한 달에도 몇 편씩 나오는 드라마는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스태프들 희생에 기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노동법을 무시한 드라마는 제작돼선 안 된다는 결론이 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제작계 현실에 계속 관심 갖고 다른 드라마 현장에도 수시로 근로 감독을 진행하길 바란다”면서 “‘미남당’ 외에도 많은 드라마 현장에서 자행되는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근로 감독 결정된 ‘미남당’, 이제는 응답할 때”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 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6일 오전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미남당’ 제작사 피플스토리컴퍼니 구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의 실현하는 드라마에 위법 행위 벌어져”

이날 자리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진재연 사무국장은 “‘미남당’ 제작사 피플스토리컴퍼니가 ‘법을 어겨도 드라마를 만들겠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필요 없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며 “무지와 무책임을 드러내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진 사무국장은 “‘미남당’ 촬영 스태프들은 기본적인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했으나 제작사는 이를 묵살, 재계약을 거부해 18명이 집단 해고됐다”면서 “제작사는 개별 요구는 받아줄 수 있어도 해당 스태프들이 속한 노동조합원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했다. 집단행동을 원천 차단하려 한 것”이라며 규탄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미남당’ 제작 스태프 계약서에는 하루 최대 13시간, 주 4일 촬영 진행이라 명시돼 있으나, 실제 스태프들은 하루 8시간 휴식도 보장받지 못했다. 제작사에 반기를 든 스태프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는 발언도 있었다. 공동행동 측은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했던 스태프 역시 무리한 촬영 일정으로 인해 이날 현장에 불참했다”고 말했다. 진 사무국장은 “드라마 속 주인공은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데 정작 그런 드라마를 제작하는 현장엔 위법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적극적으로 근로 감독을 진행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한 스태프가 부조리한 취급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 감독 결정된 ‘미남당’, 이제는 응답할 때”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 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6일 오전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미남당’ 제작사 피플스토리컴퍼니 구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임형택 기자

“‘원래 이렇다’고 해서 불법이 정당화될 순 없어”

공동행동 측은 드라마 스태프의 노동자성이 인정되고 있는 만큼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안명희 상임집행위원은 “‘드라마 현장은 원래 이렇다’, ‘다들 이렇게 찍는다’고 해서 불법 행태가 정당화될 순 없다”고 꼬집으며 “불법 제작된 드라마를 방영하는 KBS와 넷플릭스, 웨이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 위원은 “고용노동부가 스태프를 노동자로 보고 있음에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스태프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나설 차례다. 제작사도 현 상황에 응답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미남당’을 시작으로 제작 현장 전반의 변화를 꿈꾼다. 공동행동은 ‘미남당’ 스태프들을 연대, 지지하는 시민 1269명과 방송·영화 제작현장 스태프 256명의 연서명을 받았다(6일 기준). 넷플릭스 미국 본사에 불법 제작된 ‘미남당’의 방영을 재고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고 국제영화극장노동조합, 미국연출자조합, 예술인권리재단 등에도 국제 연대 요청을 보냈다. 이외에도 지난달 22일 고용노동부에 ‘미남당’ 스태프들의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에 대한 집단 진정을 제기했다. 희망연대본부 송영숙 위원장은 “해고 위험을 감수하고 노동자 권리를 위해 오랜 시간 투쟁한 이들 덕에 빠른 시간 내에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서 “제작 현장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게 당연해지길 바란다. 불법을 관행이라 하는 행태가 근절되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작사 측은 쿠키뉴스에 “추가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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