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호 대상자’를 두고 엇갈린 탈북민과 정부 [탈북민의 시선] ②

탈북민 “비보호 대상자 범죄에 노출”
통일부 “비보호 대상자 힘들지만, 사회 안전망 있어”
남북하나재단 “보호‧비보호 따로 구별하지 않아”

기사승인 2022-08-09 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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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호 대상자’를 두고 엇갈린 탈북민과 정부 [탈북민의 시선] ②
경기도 파주시에서 바라본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개성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비보호 대상자’를 두고 탈북민과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탈북민 측은 정부의 제대로 된 지원과 교육이 없다는 증언을 했지만 정부 측은 개선안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탈북민들은 정착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비보호 대상자’를 꼽았다. 비보호 대상자가 ‘거주’와 관련된 지원을 받지 못해 생활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생활의 불안정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고 소리 높였다.

비보호 대상자는 제9조 ‘보호결정의 기준’에 따라 5종류의 조항에 해당하면 분류된다. 기준은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 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위장탈출 혐의자 △국내 입국 후 3년이 지나 보호신청을 한 사람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대한 중대한 위해 발생 우려와 경제적 능력, 해외체류 여건을 고려해 보호 대상자로 정하는 것이 부적당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태영호 의원실이 제공한 비보호 대상자 수와 사유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비보호 대상자는 323명으로 이 중 1‧2호 중범죄 혐의를 제외한 비보호 대상자는 300명이다. 전체의 92.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의 대부분은 2019년 이전 해외에서 10년 이상 거주했거나 3년 내 신고하지 않은 경우다. 제3국에 거주해도 대다수가 일용직, 가사 업무 등을 해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탈북민 A씨는 비보호 대상자로 지정된 여성 탈북민들이 성매매에 직접 노출된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2010년대에 30대와 40대 여성을 비보호 대상으로 지정했다”며 “이들은 하나원에서 내보내지자 영등포와 남양주 등으로 흩어져 성매매에 노출됐다”고 전했다.

B씨는 “같은 민족인데 비보호로 지정될 경우 외지에 혼자 내던져지는 것과 같다”며 “중국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는 쉽지만 북한 사람이 국민이 되는 것은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C씨는 “인권과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는 나라임에도 ‘비보호’ 처분 탓에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며 “비보호 된 탈북민이 범죄에 연루되거나 성매매에 노출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의 ‘질적 문제’도 언급됐다. 매우 다른 사회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사기와 다단계 등 사회적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교육에서는 성공한 사례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민이 정착 과정에서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각종 실패 사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D씨는 “하나원에서 탈북민 관련 교육을 하는데 현실적인 교육이 없다. 성공한 사람만 부를 것이 아니라 정착에 실패한 사람을 통해 사회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야 한다”며 “매번 성 교육만 하고 석 달 동안 배운 게 없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신고 절차도 문제다. 탈북한 후 신고를 해야 하는 사실조차 모르고 시기를 넘기는 일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탈북민들은 지원 혜택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탈북민 A씨는 지난 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쉼터랑 일자리 알선에 대해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사무실 안에 8명이 탈북민인데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며 “탈북민은 국가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처음 듣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탈북민 신고 절차에 대해선 “남북하나재단과 통일부에서 교육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런 교육이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 각양 각층의 탈북민이 다 모르는데 무슨 교육이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탈북민들 중 문제가 생기면 우리 단체로 연락이 온다. 저도 능력껏 알아보고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와 남북하나재단 자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재단에서 거짓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비보호 대상자’를 두고 엇갈린 탈북민과 정부 [탈북민의 시선] ②
통일부.   연합뉴스

반면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은 탈북민 정착 절차와 개선안 등을 공개하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2019년부터 비보호 대상자 중 ‘지연 자수’(국내 입국 후 3년 내 정부에 보호 신청하지 못한 탈북민)를 하는 사람에 대해 ‘거주’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반 사회보장제도는 보호와 비보호 탈북자 모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지난 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연 자수하는 비보호 대상자는 2019년부터 주택 배정을 한다”며 “하나원에서 나갈 때 비보호 대상자는 쉼터를 알선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호 대상자와 비보호 대상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착금 지원 여부다. 정착금은 못 받지만 다른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기초생활 수급권 등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며 “취업 알선은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있어 직업 훈련을 받으면 한 달에 약 28만원의 수당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큰 틀에서 비보호 대상자가 보호 대상자보다 훨씬 쉽지 않은 상황은 맞다”며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회적 안전망 시스템 자체가 아예 없는 상태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탈북민의 정착 과정을 돕는 ‘남북하나재단’에서도 보호 대상자와 비보호 대상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북하나재단은 같은 날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 재단은 보호 대상자와 비보호 대상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 재단에서 지원할 때 비보호 여부로 지원을 안 한다는 건 거의 없다”며 “다만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되는 미래행복통장지원사업 등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자리 연계방안과 탈북민 홍보에 대해선 “재단은 25개 지역하나센터와 취업전문상담사 30여명을 통해 탈북민 구직상담 및 취업연계를 지원하고 있다”며 “언론과 재단정기간행물, 온라인 채널, 하나원교육, 지역적응교육, 하나센터 행사, 구직요청한 탈북민에게 정보 제공 등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현범·윤상호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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