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코로나 등교에 후유증 앓는 초등생

기사승인 2022-08-09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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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코로나 등교에 후유증 앓는 초등생
전국 유치원·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한 지난 3월 서울 노원구 태랑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김모(43·여)씨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 때문에 걱정이다. 최근 들어 학교에 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리고, 사소한 일로 가족에게도 자주 짜증을 낸다. 친구와 다투는 일도 늘었다. 하교 후 집에서 누워만 있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초등학생의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몇 차례에 걸친 개학 연기·들쑥날쑥한 등교를 경험하면서 학교생활 적응이 어려워진 탓이다.

8일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의 등교 거부로 인한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입학한 지 얼마 안 돼 ‘퐁당퐁당 등교’를 경험한 3·4학년들의 후유증이 심각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기르는 정모(42·여)씨는“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며 자꾸 등교를 거부한다. 등교하더라도 코로나19 증상을 대며 조퇴하는 경우가 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맞벌이 가정이다 보니 아이를 제지할 특별한 방법이 없다. 일찍 출근하는 날에는 억지로 전화해 깨우는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아이의 생활 패턴이 무너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강모(49)씨는 “아이가 온라인 수업과 등교를 병행하다 보니 ‘학교 안 가도 온라인 수업 들으면 되는데’라는 인식이 생겨버렸다. 학교에 안 가는 걸 당연시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친구들과의 외부 활동이 줄어드니 스마트폰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다.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증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느끼는 변화도 크다. 늦잠으로 인한 지각생이 많아지고, 교우 관계 형성도 어려워졌다. 모둠 활동이 줄어들다 보니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가 부족해진 탓이다. 다른 친구들과 협동하거나 스스로 해야 하는 과제마저 교사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늘었다. 학습격차도 문제다. 띄어쓰기·문법 등 국어 실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초등학교 1·2학년 과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일기 쓰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대다수다.

‘들쭉날쭉’ 코로나 등교에 후유증 앓는 초등생
지난해 6월 서울시 한 초등학교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쿠키뉴스DB

우려는 커졌다. 전북 전주 한 초등학교의 3학년 담임교사인 정모(47·여)씨는 “1년 교육과정을 학원 등 속성으로 메꾸다 보니 겉핥기로 알뿐,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학년이 반년씩 어려진 느낌”이라고 했다. 1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신모(39·여)씨는 “저학년 때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며 규칙을 지키는 습관을 제대로 기르지 못한 여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학교생활 적응에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 같아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통계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교육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코로나19 장기화가 학생정신건강에 미친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3명 중 1명이 우울·불안을 경험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보다 우울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25.4%, ‘불안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23.8%였다. 지난 2년간 학교가 정상적으로 등교수업을 하지 못하면서 학교생활에도 악영향이 나타났다. 등교수업을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교우관계가 나빠졌고, 학업 스트레스는 크게 늘었다. 인터넷·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률도 매우 높았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새로운 일상생활의 리듬을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규칙적인 학교 방문이 습관이 되고, 자연스럽게 등교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도록 도와야 한다는 조언이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소장은 “아이에게 규칙적인 생활의 중요성과 학교의 장점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면서 “급하게 강요하는 것보다 천천히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이들에 대한 개별적인 심리 치료보다는 교육 환경의 변화가 선 과제”라며 “수업 방식을 놀이 위주로 바꿔야 한다. 대면 수업의 장점을 살려 아이들이 학교에 흥미를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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