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영 “‘우영우’로 인생 첫 유행어 생겼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8-19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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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영 “‘우영우’로 인생 첫 유행어 생겼죠” [쿠키인터뷰]
배우 강기영. 나무엑터스

배우 강기영은 요즘 색다른 나날을 보내고 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거둔 성공 덕이다. 그는 극 중 주인공 우영우(박은빈)의 멘토이자 법무법인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 역을 연기했다. 그를 두고 ‘유니콘 상사’, ‘오피스 아빠’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정명석이 인기를 얻으며 그를 연기한 배우 강기영에게도 열렬한 반응이 쏟아졌다. “대중이 저를 궁금해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난 17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기영은 수줍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새로운 저를 보여주고 싶다는 열의가 생겼어요.” 데뷔 14년 차 강기영에게 새롭게 돋아난 도전욕이다.

강기영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처음부터 확신을 느꼈다. 작품이 가진 사랑스러운 매력에 푹 빠졌다. “제안이 왔으니 검토하겠다”가 아니라 “무조건 하겠다”고 했단다. “흥행까지 해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는 그의 말처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전례 없는 역사를 썼다. 신생 케이블 채널에서 0%대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 15%까지 치솟았다(닐슨코리아 집계). 캐릭터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강기영이 미중년으로 보인다’는 댓글이 있었다는 기자의 말에 강기영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그동안 재미있고 유쾌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어요. 그래서 이번 역할도 그저 ‘강기영이네’라고 느끼실 줄 알았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정)명석이 덕분이에요. 사실, 누가 해도 멋있을 역할이잖아요. 더 멋있게 하려고 여러 준비 과정을 거쳤어요. 수트를 입어야 하니 살을 좀 빼고, 법조인 캐릭터니까 발성과 발음도 더 연습하고… 악기가 좋아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듯이, 저라는 사람이 똑바로 서야 정명석을 더 잘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강기영 “‘우영우’로 인생 첫 유행어 생겼죠” [쿠키인터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정명석은 이상적인 상사다. 인내하고 가르치며 우영우의 성장을 이끈다.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보다 정명석이 더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본을 쓴 문지원 작가는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정명석 캐릭터를 “작정하고 멋있게 만든 40대 남자”라고 표현했다. 강기영은 정명석을 표현하기 위해 자세를 교정받고 매일 스트레칭하는 습관을 들였다. 14년 차 변호사가 어떤 모습일지도 꾸준히 상상했다.

“자세를 재정비하는 것부터 출발했어요. 기존에 하던 대로 연기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습관도 바로잡으려 했어요. ‘정명석으로 안 보이면 어쩌지? 시니어 변호사인 척하는 걸로만 느껴지면 어떡하지?’ 싶은 걱정도 컸어요. 하지만 내가 틀려도, 잘못해도 다 맞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고요. 정명석은 우영우를 변호사로서 성장하게 하는 조력자잖아요. 제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멋진 역할이었어요. 연기할 수 있어 뿌듯해요.”

정명석을 연기하며 공통점을 느낀 때도 있었다. 정명석은 후배의 실수를 나무라기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거듭 기회를 주는 인물이다. 강기영 역시 타인의 실수나 실패에 관대하다. 그 역시도 실패를 거쳐 지금에 이르러서다. 정명석에 이입하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극 중 인물과 경계가 희미해지기도 했다. ‘위암 3기로 곧 죽을지도 모르는 변호사를 위해 고기 국수를 만들어 달라’는 우영우의 대사에 박은빈이 너무 슬프다며 눈물을 흘릴 때가 그랬다. 강기영은 “정명석이 아닌 강기영으로서 감동한 순간”이라면서 “배우와 캐릭터 감정을 넘나들 정도로 몰입했다. 이전에 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라며 감회에 젖은 모습을 보였다.

강기영 “‘우영우’로 인생 첫 유행어 생겼죠” [쿠키인터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강기영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시즌 2에 대한 욕심 역시 생겼다. 시즌 2에선 정명석의 미래가 어떨 것 같냐고 묻자 “개업 변호사는 어떻냐”는 재미난 답이 돌아왔다. “‘명석한 변호사 정명석’도 괜찮지 않나요? 하하. 한바다를 나가면 비중이 없어지겠지만요. 아무래도 우영우 변호사를 영입해야….” 작품을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광고가 들어왔는데 콘티에 ‘워~ 워~’가 있더라고요. 인생 첫 유행어가 생겼어요.” 즐거워하던 그는 금세 진지한 얼굴로 배우로서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기영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자 의지를 다잡게 하는 계기가 됐다. 

“주목받을 때마다 늘 초심을 돌아봐요. 예전 같았으면 드라마 인기에 저까지 붕 떴을 거예요. 하지만 이젠 평정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아요. 아무리 반응이 뜨거워도 작품이 끝나면 잠잠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내가 또 언제 이렇게 주목받아보겠냐’는 마음과 ‘계속 주목받진 않을 테니 연기로 나를 더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공존해요.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에 전념하고 싶어요. 신선하다, 재밌다는 평을 듣고 싶어요. 실패할지언정 끊임없이 도전해볼 거예요. 여러 색깔을 보여 드릴게요. 기대해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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