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은 좋아해서 쫓아다니는 걸 의미하지 않아"

[이영광의 간(間)보기] 법무법인 천지인의 배수진 변호사

기사승인 2022-09-26 06: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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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은 좋아해서 쫓아다니는 걸 의미하지 않아
법무법인 천지인의 배수진 변호사(배수진 제공)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역무원이 동기 역무원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피해자를 지속해서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사실 스토킹으로 인한 살인사건은 잊을 만하면 지속으로 발생하고 있다. 스토킹 사건 왜 이어지는지 이유 들어보고자 스토킹 피해자들을 위한 법적 지원활동 오랜 시간 해온 법무법인 천지인의 배수진 변호사와 지난 24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배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했다.

”보복살인으로 이어진 신당역 사건, 일반적이지 않아“

- 지난 14일 서울 신당역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잖아요. 이 사건의 흐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신당역 사건은 처음에 성폭력처벌법 위반 사건으로 시작해서 이후 스토킹 했고 결국 성폭력처벌법과 스토킹 범죄로 기소가 돼서 재판받았죠. 불구속 상태에서 검사가 구형을 너무 높게 해 피해자에게 보복 살인을 한 것으로 보여요. 통상의 스토킹 행위가 보복 범죄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보통 스토킹 범죄가 보복 범죄로 이어지나요?
“글쎄요. 제가 사건 많이 하지 않아서 일반론 말씀드릴 수 없어요. 그래도 제가 10년 넘게 형사 사건 했지만, 스토킹 범죄가 보복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재판이 시작되면 억울하든 아니든 자기가 뭔가 잘못해서 재판받는다는 생각에 자제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게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 변호사님은 신당역 사건 접했을 때 어떠셨어요?
“처음 보고 또 스토킹을 안일하게 생각해서 무고한 피해자 한 명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했어요. 스토킹 범죄를 너무 가볍게 보는 거죠.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서 벌어질 수 있는 소소한 일처럼 여기는 인식이 문제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 스토킹에 대한 개념 정립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좋아해서 쫓아다니는 걸 스토킹이라고 보는 데 맞나요?
“스토킹 처벌법에 의하면. 좋아하는가에 대한 건 없어요. 그냥 누군가를 지속해서 따라다니든지 괴롭힘 혹은 연락하거나 선물 보내거나 또는 피해자 물건 훼손하는 식의 행위로만 정의가 되었어요. 근데 일반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따라다니면서 계속 괴롭히면 좋아해서 그러는데 안 받아줘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건 오해라고 생각해요. 스토킹 개념은 좋아해서 쫓아다니는 걸 말하는 건 아니에요.”

- 그럼 뭐예요?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지속해서 괴롭히는 행위를 말해요. 제가 법을 한번 다시 읽어드릴게요.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서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고 따라다니고 진로를 막고 근처에서 기다리고 지켜보고 전화, 편지 등으로 연락하고 자꾸 물건을 보내고 물건 훼손하는 등의 행위로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감 주는 행위를 말하거든요. 그리고 이 스토킹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면 형사처벌 되는 스토킹 범죄라고 보죠.”

- 이게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닐 것 같아요.
“맞아요. 법에는 특히 상대방은 여자고 가해자는 남자로 되어 있지는 않아요. 근데 피해를 호소한 사건 기사에 보도된 사건들을 보면 스토킹 행위자는 거의 남자고 피해자는 대부분 여자다 보니 사람들이 으레 그렇게 착각해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 조금 더 성실하게 이행했어야!”

- 이번 사건은 1분 만에 다른 사람이 왔는데 못 막은 거라 위치 추적을 가해자에게 붙여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걸 차단 해야 한다던데 이 의견은 어떻게 보세요?.
“이게 사실 인권 침해적인 시도죠. 어쨌든 형사 사건 재판 중이고 아직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니라서 위치 추적하는 건 과한 것 같아요. 피해자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스토킹 처벌법에는 위치 추적 등 가해자를 제약하는 정도까지의 조치는 없고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 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 피해자나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의 접근 금지, 피해자에 대한 「전기통신 기본법」 제2조 제1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등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해자에게 위치 추적해서 접근을 막겠다는 생각보다 법에 있는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 조금 더 성실하게 이행했어야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따라다녀야 하는 데 감시받는다는 느낌 줄 수 있지 않나요?
“지금 현행법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가장 편한 건 시계나 호루라기 같은 거로 된 USB 비슷한 거 주거든요. 그런 건 피해자가 위급 시 버튼 누르면 경찰청 내부에 피해자 정보가 바로 뜨는 거예요. 만약에 이런 게 없으면 112 신고해서 내가 누구고 지금 어떤 상황이 벌어져서 도와달라는 걸 3~4번 얘기해야 하더라고요. 또 보호 대상인 피해자의 주거나 지정된 장소에 대해서 순찰을 강화하고 있어요. 따라다닌다는 것보다 조금 더 주변을 살펴준다는 느낌이어서 보호조치 때문에 감시받는다는 느낌 든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는 아직 없었어요. 대신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100m 이내 접근금지 해 놓고 100m 멀리서 발견하는 순간 응급 버튼 누르면 1분 안에 그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저지르는 추가 범죄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는 구속을 시켰으면 더 좋았겠죠.”

- 이번 사건 가해자가 왜 구속 안 된 거죠?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가 단 3가지입니다.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경우예요. 이 사유 보면 피해자에게 보복할 우려가 있는 경우 상정하기는 어렵잖아요. 구속 사유를 정한 것이 오래전 일이에요. 그때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형사재판 성실하게 받을 수 있는 조건 만들기 위한 범위 내에서 구속 요건을 정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통상적으로 이 가해자처럼 어디 사는지도 확실하고 가족도 있고 직업도 있고 피해자가 아주 강력하게 가해자와의 격리를 원하고 있지 않다면 구속 사유에 해당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 사건도 원론적으로 판단하고 법원에서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았다고 보여요. 이 사건은 스토킹 범죄가 첫 번째 범죄도 아니고 이미 성폭력 범죄로 수사를 받던 사람이 또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는데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회사도 가해자 죄명 알았을 텐데.”

- 이번에 가해자가 피해자의 일정까지 쉽게 알아본 것 같던데.

“이것도 저는 안타깝죠. 분명히 회사도 가해자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사건 수사가 개시되었다는 사실 통보받아서 죄명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 이후에 입건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 사건처리통지 등도 받았을 것으로 추정돼요, 무죄추정의 원칙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회사 내에서 징계해야 할 사유인데 제대로 징계 절차를 진행한 것인지 의문이고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여러 조치 했어야 했는데, 가해자가 아무렇지 않게 피해자의 일정 확인하고 피해자의 일터까지 찾아갈 정도로 아무런 조치하지 않았던 것이 의아하죠. 사용자로서 피해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근로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 CCTV 보니까 가해자가 피해자로 착각해서 뒤쫓는 장면 섬뜩하던데 계획범죄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가해자가 피해자의 일정을 확인했고 여자 화장실로 아무 제재 없이 들어가려고 머리에 샤워캡까지 쓰고, 피해자를 찾아다녔다면 계획범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 가해자는 우발범죄라고 하는 것 같은데 우발범죄와 보복 범죄의 차이가 있나요?
“일단은 우발범죄나 계획범죄 모두 범죄가 성립하는 점에서는 같고. 양형에 있어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획범죄는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서 저지른 범죄이기 때문에 더 악질이고 죄질이 불량해서 양형이 우발범죄보다는 좀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우발범죄라는 건 예를 들자면 싸우다가 너무 순간 화가 나서 때렸는데 힘 조절 못 해서 더 큰 피해를 주게 되었다는 것이죠.
이 사건 가해자는 피해자 일정 확인해서 ‘몇 월 며칠 어디로 가서 피해자를 내가 죽여야지. 그런데 나는 걸리면 안 되니까 샤워캡을 쓰고 가야지’라고 피해자를 찾아 나선 후 의도한 대로 피해자를 살해하였으니 우발 범죄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 가해자가 살인 전에 반성문 법원에 제출했다고 해요. 그 뒤 살인이 벌어졌죠, 이건 어떻게 보세요?
“가해자가 반성문을 법원에 직접 접수하고 바로 피해자 살인하러 간 것이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죠. 향후 형사 재판에서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어떤 방법으로 가려낼 수 있을지 많은 연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당역 사건의 가해자가 반성문 제출하고 살인한 것이라면 살인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가중 양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왜 스토킹 사건이 이어질까요?
“저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아직도 나의 권력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나 물건으로 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거부하는 의사를 존중했다면 절대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근데 ‘감히 나한테 거부해’라는 생각이거나 ‘쟤를 어떻게든지 내 걸로 만들어야겠다’라는 잘못된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하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정해놓은 불법적인 목표대로만 행동하니 이러한 범죄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여성 혐오 범죄인지 판단할 순 없어”

- 스토킹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 같아요.
“맞아요. 그냥 저러다 말겠지’, ‘좋아해서 그러는 건데 좀 봐줘야지’라는 거죠. 그런데 피해자도 거절할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 그 부분을 생각해 보면 사실 매우 간단한 문제인데 그 부분을 잘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러한 사건이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는 게 만약에 자기 동성 친구나 선후배가 이런 식으로 자기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연락하고 쫓아오고 괴롭힌다면 당연히 그만하라고 말할 것이고, 그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계속 연락하거나 쫓아다니며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고, 나아가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게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일단 저는 여성 혐오 범죄가 여성이면 누구든 걸리기만 하면 가해하는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봤을 때 맨 처음에 가해자가 피해자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나 동기가 여성 혐오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사에 드러난 자료만으로 이 사건이 일반적인 여성 혐오에서 시작된 범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사에 드러난 일부분 내용만 보고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건을 다 이제 파헤쳐봐야 이 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죠.”

- 스토킹 범죄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해자 입장에서 누군가 자신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따라다니거나 자기 의사에 반해서 연락하고 찾아오는 등의 괴롭힘을 당한다면 거절해도 상대가 수긍하지 않은 것이므로 피해자 스스로 자력으로 그 어려움을 해소하거나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가 정한 대답을 들을 때까지 피해자를 따라다니겠다고 이미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피해자가 좋게 여러 말로 타이르더라도 들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보복이 두려워 더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습니다.
스토킹 처벌법에서 마련해둔 방법이 신고하면 가해자와 격리해주고, 가해자에게 경미할 경우 서면 경고하고,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심할 경우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고, 스토킹 범죄가 일어나면 형사 처벌하는 방법뿐이에요. 마련해 둔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여 피해자의 안위를 지켜야 하니, 신고해서 신고한 사실 자체를 누적시켜야 합니다. 피해자 보호 조치를 얻거나 가해자를 형사 처벌하기 위해서는 국가 기관이 개입할 수 있도록 건건이 신고해서, 가해자가 이 정도로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야 하고, 동시에 피해를 입은 이후에 사후 처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보호도 잊지 말아야 하고,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려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스토킹 범죄는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피해자가 정말 큰 피해를 입는  사실을 알리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모르는 누군가 보더라도 심각한 스토킹 범죄로 인식하고 신고하거나 도울 수 있을 때까지 다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일단 이런 사건을 접하고 논평하는 내용 듣는 남자들은 매우 피로감을 느끼겠지만 도처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실제로 많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게 여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차별해도 괜찮다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성별에 따른 차이를 떠나 누구나 존엄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우리 모두가 하루에도 수백 번씩 되뇌었으면 합니다. 스토킹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하여 괴롭힘을 바로 알아챌 수 있는 용어로 변경되었으면 하고, 스토킹 처벌법에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강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