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들으며 청문회하라니”… 복지장관 청문회 ‘파행’

‘이OO’ 비속어 논란에 50분만에 정회
민주당 “청문회해야 하나 자괴감… 尹 사과 우선”
국민의힘 “국민 선동할 필요 있나… 청문회로 국회 소임 다해야”

기사승인 2022-09-27 12: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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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들으며 청문회하라니”… 복지장관 청문회 ‘파행’
정춘숙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다.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맞선 탓이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는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위해 열렸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여야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두고 충돌했고, 결국 개의 50분여만에 정회했다.

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강 의원은 “대통령실의 해명대로라면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이OO’으로 불렀다는 건데 그런 욕설을 들어가면서 우리가 청문회를 해야 하는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해서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만큼 대통령실에서 사과를 하지 않고 청문하라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 의원은 우선 “저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이OO 김원이 의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공석이었던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리와 실력을 검증하는 자리가 됐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정말 녹록지 않다”며 “진정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질타했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도 “이런 대통령이 지명한 복지부 장관에 대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인사청문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회의적”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민에 대해 사과 해명 하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그냥 빠져나갈 수 있을까 생각만 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자괴감을 느낀다. 인사청문회 진행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 역시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음성 파일을 들으면 무슨 이야기인지 다 안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고 하지 말라”라며 “참담한 마음으로 막막을 들으면서도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기에 열심히 청문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과연 맞나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여당은 비속어 논란에 대해 ‘언론사 오보’라는 프레임으로 역공을 펼치며, 청문회 진행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야당 의원이 지적할 지점이라는 것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유예) 상태에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담을 나눈 것이 흘러가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 나왔을까에 대한 진위가 파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한시 바삐 청문회를 통해서 복지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데는 아마 여야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바랄 것이다. 여야가 힘을 합해 오늘 원만한 청문회가 될 수 있도록 야당 의원에게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이OO’이라는 그 단어가 뭔지는 아직 실체를 모른다. (대통령실이) 사실 확인을 통해서 나중에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한 이상 곡해를 해서 상황을 이렇게까지 증폭시키고 국민들을 마치 선동하는 듯한 그런 뉘앙스까지 줄 필요까지 있겠느냐”며 “우리에게 맡겨진 그 소임을 오늘 이 자리에서 다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복지부 장관 공석이 4개월을 넘어간다. 이제야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국정이 안정되도록 우리도 그 역할을 할 기회를 이제야 가지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인사청문회와 관련 없는 사안으로 파행으로 가게 해선 곤란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