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거리로 나온 10대들…“히잡 의문사는 시작, 이젠 정권 교체”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20대…또 다른 상징 ‘애도 물결’
인터넷·SNS 차단부터 한 이란 정부

기사승인 2022-09-27 15: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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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거리로 나온 10대들…“히잡 의문사는 시작, 이젠 정권 교체”
2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규탄 시위 도중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다들 이번엔 뿌리를 뽑겠다는 심정이에요. 바뀌기 전까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외치고 있어요” (박씨마 목사)


시작은 여성들이었다.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도덕경찰에 구금된 20대 여성이 의문사하자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 히잡을 벗어 불에 태우고 ‘여성의 권리’를 외쳤다. 이 모습에 남성들은 환호했고, 이제는 복장의 자유의 문제를 넘어 정권의 부패와 정치 탄압, 경제 위기 등의 책임을 묻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지금 이란의 모습이다. 

27일 이란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씨마 목사는 쿠키뉴스를 통해 이란의 혼란스러운 현재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금 이란 안에서 집회를 하고 죽어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16~17살로 10대 아이들이다. 많아야 20대 초반이다”라며 “이제 아이들은 더이상 독재 정권에서 살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사흘만인 16일 옥중에서 사망했다. 이후 전국 곳곳에서는 아미니의 죽음에 분노한 시민들이 정부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여 열흘째 지속되고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 1979년부터 만 9세 이상의 여성이 야외에서 히잡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40년 전만해도 여성들은 히잡 없이도 외출이 가능했는데 이런 성차별적 정책이 오래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집권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억압적 통치에 대한 분노도 더해졌다. 

박 목사는 “히잡(의문사)은 시작이었지만 이제는 정권 교체가 목적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란 거리로 나온 10대들…“히잡 의문사는 시작, 이젠 정권 교체”
프랑스 방송사 BFMTV 저널리스트 Aurélie Casse SNS 캡처

실제 SNS에는 이번 시위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시민들을 추모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히잡을 쓰지 않고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시위의 또 다른 상징이 됐던 하디스 나자피(20)가 6발의 총탄을 맞아 숨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와 함께 SNS에는 이번 시위 도중 숨진 이들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유하며 애도하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10~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인권을 외치다 목숨을 잃었다. 글을 올린 작성자는 “이란 혁명의 얼굴들. 정권에 의해 살해된 영웅들”이라고 적었다. 이란 국영TV는 17일(현지시각) 이후 반정부 시위로 최소 41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정부 시위에 10대 참여가 높은 만큼 이란 정부의 압박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란인권센터에 따르면 마샤드 등 일부 도시에서는 중·고등학교 개학이 일주일 연기됐다. 고등 교육 기관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직접 초대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이란인권센터는 “정부는 학생들이 모여 시위대를 늘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젊은층이 주로 활동하며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고 정부의 억압을 규탄하는 글과 사진, 영상 등을 공유했던 SNS는 이란 정부의 차단 조치로 막힌 상태다.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 움직임이 일자 시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 연결과 SNS 플랫폼 접속을 제일 먼저 차단했다.

이란에 거주하는 유튜버들의 최근 영상을 보면 “언제 인터넷이 끊길 지 모른다”고 방송에서 말했다. 이란 밖에 있는 가족들과 SNS나 스카이프와 같은 화상 통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박 목사는 “(인터넷을 통한 방법) 다 끊어져 있다. (이란 내) 시민들이 우연히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으면 연락되는 정도”라며 “외신을 통해 (상황을) 확인하는 것 외엔 없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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