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장관 후보자, 연금·건보료 상식 밖 지적에 ‘탈법 없었다’

연금 부정수급·위장전입 등 논란 도마
조규홍 “국민 의구심 갖는 점 송구… 절차는 적법”
전문성 부족 지적에도 “기재부 출신이라 거시적 정책 설계 가능”

기사승인 2022-09-27 19: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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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장관 후보자, 연금·건보료 상식 밖 지적에 ‘탈법 없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억대 소득을 받으면서도 이런 혜택(공무원 연금을 감액 받지 않고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행위)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나.”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그간 제기된 논란에 대한 해명에 진땀을 뺐다. 야당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의 여러 논란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탓이다. 조 후보자는 한숨을 내쉬거나 잠시 침묵하는 등 답변하기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은 ‘연금 부정수급’ 논란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 조 후보자가 기획재정부 퇴직 후인 2018년 10월~2021년 7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로 일하며 약 11억원가량 보수를 받는 동안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고액의 공무원연금을 전액 수령한 점을 수차례 비판했다.

신 의원은 “우리 국민은 건강보험료도 더 부담해야 할 형편인데, 억대 연봉에 감액 없이 공무원연금을 받고 건강보험료도 내지 않았으면서 (연금)개혁하겠다고 하면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따져물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도 “복지부 장관이 되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강화 문제, 국민연금 개혁 등의 숙제가 있는데 국민의 눈높이에 자격을 갖춘 인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법과 규정에 따라 했고 선택지가 없었다”면서도 “국민들께서 의구심을 갖는 점을 이해하고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탈법’은 없었다는 것이 조 후보자의 입장이다. 그는 “제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관련 절차도) 적법했다”고 분명히 해뒀다. 이어 “당시 공무원연금공단에 감액해 달라고 문의했지만, 현행법으로는 감액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2006년 딸의 위장전입, 세대분리 의혹도 도마위에 올랐다. 조 후보자는 “(교내) 따돌림으로 인해 굉장히 괴로워하는 자녀를 위해 아버지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세대 분리로 인해 어떠한 경제적·과세적 혜택을 받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사과드린다. 고위공직자로서 좀 더 처신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단기사병 근무 중 대학원에 재학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제가 알기론 금지 조항이 없었고 부대장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 10년동안 취약계층에 13만원을 기부한 것에 그친다는 지적엔 “기부 활동을 제대로 못 해서 죄송하다”며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서 기부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제가 먼저 실천하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복지장관 후보자, 연금·건보료 상식 밖 지적에 ‘탈법 없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가 ‘기재부 출신’이라는 점도 청문회 쟁점 중 하나였다. 야당은 조 후보자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4개월 남짓의 복지부 차관 경력을 빼면 보건복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기재부 출신이 복지부 장관이 되면 복지의 암흑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도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 말은 경제적 논리로 해석되지 않는다. 경제 관료의 관점으로 복지부 업무를 바라보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 후보자는 “오해라고 생각한다”며 “기재부 출신이기 때문에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시계에서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필요한 예산도 더 잘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부터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예산, 재정은 결국 한정된 국가 자원 배분에 관한 것이므로 복지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건복지 현안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지급보장’ 명문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조 후보자는 현행 법에도 관련 조항이 있음을 밝혔다. 그는 “지급 보장을 전제하지 않고선 연금개혁을 논할 수 없으며, 현행법에도 관련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당 조항이 명시적 지급 보장을 명문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내용의 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모두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조 후보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급보장 관련) 정확한 문구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보건부와 복지부의 분리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조 후보자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는 돌봄 서비스와 의료 서비스가 연계 내지 통합 지원이 돼야 되고 그것이 수혜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건과 복지 서비스는 같이 가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청문회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으로 여야 간 공방을 벌이다가 파행을 빚었다. 야당 의원들은 욕설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며 청문회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대통령실의 해명대로라면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이OO’으로 불렀다는 건데 그런 욕설을 들어가면서 우리가 청문회를 해야 하는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해서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만큼 대통령실에서 사과를 하지 않고 청문하라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은 비속어 논란에 대해 ‘언론사 오보’라는 프레임으로 역공을 펼치며, 청문회 진행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야당 의원이 지적할 지점이라는 것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유예) 상태에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담을 나눈 것이 흘러간 것에 대한 진위가 파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시 바삐 청문회를 통해서 복지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