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으로 번 돈, 전보단 ‘덜’ 가져갑니다 [알기쉬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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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2-10-01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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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으로 번 돈, 전보단 ‘덜’ 가져갑니다 [알기쉬운 경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개편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억’소리 나는 재초환 부담금으로 주요 재건축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자 정부가 ‘완화’에 방점을 찍은 것인데요. 부과 기준부터 부과기간, 시점까지 대폭 완화에 나섰습니다. 

재초환 면제 기준 올리고, 초과이익 산정시점 늦추고

국토교통부는 29일 ‘재건축부담금 합리와 방안’을 발표하고 “재건축에 따른 초과이익은 적정하게 환수하되 시장여건 변화와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부담금 수준을 개선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6년 재초환 제도가 도입된지 16년만입니다. 

먼저 재초환 면제금액을 1억원으로 상향했습니다. 현행 제도는 재건축에 따른 초과이익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 부담금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1억원 이하’로 상향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습니다. 부과율이 결정되는 부과구간도 기존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초과이익을 계산하기 시작하는 시점도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출 예정입니다. 현재는 정비사업 임시조직인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부터 부담금을 산정하고 있는데요, 이를 ‘조합설립 인가일’로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감안하는 제도를 새롭게 도입할 계획입니다. 주택보유 기간·목적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어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1세대1주택자로 준공시점부터 역산해 '6년 이상' 해당 주택을 보유한 경우 부담금이 10% 감면됩니다.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최대 50%까지 감면될 예정입니다.  

재건축으로 번 돈, 전보단 ‘덜’ 가져갑니다 [알기쉬운 경제]
서울 내 한 재건축 사업 현장.   사진=곽경근 대기자 


1.8억원에서 4000만원로 ‘대폭감면’… 단지 45% 이상 부담금 면제

이번 개편에 따라 기존의 재초환 부담금 통보 대상 단지 중 45% 이상이 부담금을 면제받을 전망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예정부담금이 통보된 단지 84곳 중 38곳(45.2%)은 개편안 적용 시 부담금을 면제받게 됩니다. 서울의 경우 28곳 중 5곳이, 경기·인천은 24곳 중 12곳이 각각 부담금이 면제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단지에 적용할 경우 부담 완화가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 예정액이 1억8000만원인 서울 강북의 A단지는 부과기준 현실화, 개시시점 조정, 공공기여 감면 등을 적용돼 8000만원이 부과됩니다. 여기에 장기보유 감면율을 적용하면 보유기간에 따라 4000만원까지 부담금이 줄어들게 됩니다. 강남의 B단지도 기존 2억8000만원에서 각종 감면을 통해 4000만원까지 금액이 감면됩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예정액 1억원이 통보된 단지는 부과기준 현실화로 부과금이 3000만원으로 줄고 1세대 1주택 장기보유 감면 적용으로 1500만원까지 부담금이 줄어 최종 85%까지 감면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건축 ‘대못’ 규제?… 재초환이 뭐길래

재초환 부담금은 재건축 사업이 과도한 투기로 흐르지 않도록 막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아파트를 재건축해서 발생하는 이익을 정부가 환수해 적정하게 배분함으로써 투기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6년 참여정부 시절 도입됐습니다. 

도입 직후 제도가 시행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주택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10년의 유예기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제도가 부활했지만 재건축 조합의 반발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국토부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제도 부활 이후 재초환 부담금을 3조1477억 원 징수하겠다고 통보됐지만 실제로 징수된 사례는 단 1원도 없었습니다. 조합들이 재건축을 미루거나 단지 고급화 등을 통해 차익을 내지 않는 등 우회방안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재건축 사업을 지연·보류시키는 ‘대못’, 재초환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습니다. 

정부가 한발짝 더 나아가 ‘재초환 폐지’를 검토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초환이 도입되던 당시와 지금의 사회환경적 요건이 크게 다르다. 이들은 재초환이 도입되던 시기에는 ‘재건축 연한’을 채우지 못해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정도였지만, 현재 재건축이 논의되는 구축 아파트 대다수 물량은 90년대에 중공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라도 재초환 폐지를 포함한 제도 개선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