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삿날”…잠실구장에 뜬 ‘김유성 지명 철회’ 트럭시위

기사승인 2022-10-05 19: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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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삿날”…잠실구장에 뜬 ‘김유성 지명 철회’ 트럭시위
김유성의 지명 철회 트럭 시위에 적힌 문구. 사진=김찬홍 기자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지난 4일 LG 트윈스가 KIA 타이거즈에 패배하면서 SSG의 우승이 확정돼 경기에 앞서 SSG의 우승 세리머리가 펼쳐졌다.

하지만 경기 시작에 앞서 경기장 일대에서 팬들의 시선을 끄는 차량 한 대가 있었다. 이는 ‘2023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9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김유성의 지명 철회를 반대하는 ‘트럭 시위’ 차량이었다.

트럭에 띄워진 전광판에는 ‘2022년에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쌍팔년도 생각이 웬 말인가’ ‘사람이 미래다? 학폭이 미래입니까?’ ‘학교폭력으로 누군가의 꿈을 짓밟은 사람이 야구선수로 누군가의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 ‘9개 구단은 잔칫날, 두산 베어스는 학교폭력 가해자 지명하고 제삿날’ 등 수위 높은 비판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잠실구장 입구 앞에 배치된 트럭은 많은 야구팬의 이목을 끌었다. 트럭은 잠실운동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입구 인근에서 정차했는데, 트럭 앞을 지나가는 팬들은 사진을 찍기도 했다. 몇몇 팬들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서로 나누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만난 익명을 요구한 두산 팬 A씨는 “구단이 김유성을 지명한 부분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선수가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계속해서 품는 게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라면서 “구단과 기업 이미지 모두 망치는 최악의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두산팬 B씨 역시 A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 B씨는 “두산을 응원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순위도 하위권인데 구단 운영도 꼴찌”라면서 “제발 구단이 김유성 지명을 철회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SG팬인 C씨도 “두산 팬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만일 우리 구단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참담한 심경일 것 같다”라면서 “두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직관을 갔을 때 해당 선수(김유성)을 본다면 그리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우리는 제삿날”…잠실구장에 뜬 ‘김유성 지명 철회’ 트럭시위
김유성의 지명 철회 트럭 시위에 적힌 문구. 사진=김찬홍 기자

한편 김유성은 김해고 시절인 2020년 신인 1차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에 지명됐지만, 학폭 논란이 불거지자 NC는 사흘 만에 지명을 철회했다. 갈 곳을 잃은 김유성은 결국 2021년 고려대에 입학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김유성은 지난해 정식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KBO가 2022년에 열리는 2023 신인 드래프트부터 4년제(3년제 포함) 대학교 2학년 선수가 프로 입단을 시도할 수 있는 ‘얼리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김유성은 2년 만에 다시 KBO리그 지원서를 냈다.

9순위 지명권을 가진 두산은 2라운드 지명을 앞두고 타임을 외치더니 고심 끝에 김유성의 이름을 외쳤다. 지명 이후 행사장은 물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김유성의 지명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쳐졌다.

두산 팬 일부는 김유성의 지명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성명문까지 냈지만, 두산 구단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트럭 시위를 기획했다. 지난 4일에 시작한 트럭 시위는 이번주 내내 진행될 예정이며 동대문 두타 타워, 잠실구장 등 두산 그룹과 관련된 일대를 돌 예정이다.

잠실=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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