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사내대출 지적받은 한은, 오히려 늘렸다”

기사승인 2022-10-06 10: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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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사내대출 지적받은 한은, 오히려 늘렸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은행이 국정감사에서 과다한 특혜 사내대출을 지적받고도 오히려 꼼수 대출을 늘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국회 유동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 사내대출 중 주택자금은 늘지 않았지만 생활안정자금을 위한 대출은 2개월 만에 40억 원가량 폭증했다.

한국은행은 2013년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직원들에게 연평균 1% 중 후반 금리로 주택자금과 생활안정자금을 빌려줬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은 직원이라면 사내대출로 주택자금은 5,000만 원 그리고 생활안정자금으로 2,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금리가 오르기 전인 올해 상반기 3%대 금리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75만 원가량의 이자 부담을 덜게 되는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한은의 사내대출 금리는 1% 중반대로 시중금리보다 1.2 ~ 1.5% 낮게 직원들에게 주택자금을 대출했다.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인 4.35%(올해 8월말 기준)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치다. 

한은의 직원 주택자금 대출 잔액은 2013년 말 57억 3,600만 원에서 2014년 51억2,400만 원 2015년 43억 6,900만 원 2016년 말 38억5600만 원, 2017년 말 37억2400만 원, 2018년 39억3400만 원, 2019년 36억 9,200만 원, 2020년 48억 5,300, 2021년 55억 9,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대출 한도는 5,000만 원으로 대출금은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아닌 일반 예산에서 가져다 썼다.
 
한은의 생활안정자금 대출 잔액도 매년 증가세다. 2013년 말 77억 2,600만 원에서 2014년 82억 7,300만 원, 2015년 79억 4,400만 원, 2016년 말 87억 7,700만 원, 2017년 말 100억1,000만 원, 2018년 117억 1,600만 원, 2019년 124억 1,600만 원, 2020년 141억 300만 원, 2021년 156억 7,800만 원을 기록했다. 1인당 대출 한도는 2,000만 원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국정감사에서 한은 직원에 대한 특혜 대출이 국회에서 지적됐다. 이에 한국은행은 2022년 7월 1일부터 주택자금대출에 대해 시중금리 수준을 반영해 은행연합회 공시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조정했다. 하지만 2022년 6월 말까지 대출을 받은 직원은 1.8%의 저금리로 사내대출을 여전히 이용 중이다. 

또한, 2022년 6월 말 한은 직원 171명은 59억 7,000만 원의 주택자금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7월 주택자금 대출 규정을 바꾼 후 대출받은 한은 직원은 167명으로 4명이 줄었고 대출 잔액은 58억 2,000만 원으로 감소했다. 

유동수 의원은 가장 큰 문제가 여기서 나오는 것으로 봤다. 한은은 주택자금대출 금리를 올렸지만 생활안정자금 금리는 여전히 1%대인 1.8%에 불과했다. 또한 직원 1인당 2,000만 원 한도를 3,000만 원으로 상향하며 중복대출도 허용했다. 이는 한국은행 직원이라면 기존 5,000만 원만 받을 수 있었던 대출을 8,000만 원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한국은행이 국회 지적을 수용하는 척했지만, 꼼수를 통해 직원 특혜 대출을 여전히 유지했다는 지적을 불러온다. 

또한 한은 직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대출금의 용처에 관해 묻지 않고 있다. 실제 7월 한국은행의 사내대출에 대한 정책 변화 후 2022년 6월 말 978명, 166억 9,100만 원의 생활 안정자금 대출이 2022년 8월 말 1,006명 206억 800만 원으로 40억 원가량 급증했다. 1인당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한도 확대를 했더라도 40억 원 대출 급증을 설명하기 힘들다. 여러 가지 정황들을 고려해 본다면 기존 대출자가 늘어난 한도만큼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관계자는 “생활안정자금 대출금리는 한국은행 노조와 협의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협상은 어려워 1.8% 수준의 1년 통화안정증권으로 결정했다”며 “이 대출은 어려운 직원이 받아가기 때문에 트레킹을 따로 하고 있지 않고 물어보는 것 역시 어렵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62만 원이다.

유동수 의원은 “기재부의 방만 경영 정상화 계획 운용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주택자금, 생활안정자금을 예산으로 융자하는 경우 대출 이자율은 시중금리 수준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한국은행은 공공기관이 아닌 무자본 특수법인이라는 독립적 지위를 근거로 기획재정부의 방만 경영 가이드라인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국회 지적을 무시하고 꼼수를 통해 시중금리에 1/6수준의 특혜 대출을 일삼는 한은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며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인 한은이 사내복지기금도 아닌 발권력을 앞세워 예산을 재원으로 삼아 시중금리의 1%대 초저금리로 직원들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융자하는 것은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던 국민에게 더욱 큰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유 의원은 “한국은행의 예산이 자의적으로 배정되고 사용되는 것이 아닌지 자세히 살펴 이번 국정감사에서 따져 묻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한국은행 관계자는 “사내대출 중 생활안정자금 대부분은 4급 이하 하위 직원, 서무, 운전, 청경, 전문직원들에게 대여 중이다”며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관련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