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달리고 싶어요, 갈 수 있는 곳까지”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1-29 09: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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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달리고 싶어요, 갈 수 있는 곳까지” [쿠키인터뷰]
가수 겸 배우 박지훈. 웨이브

그룹 워너원으로 활동한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은 Mnet ‘프로듀스101’ 시즌2 첫 방송 전부터 관심받았다.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먼저 공개한 ‘나야 나’ 무대 도중 카메라를 향해 윙크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다. 윙크남, 엔딩 요정, 국민 저장남 등 별명이 말해주듯 그에겐 귀엽고 애교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클래스 1’(이하 약한영웅)이 공개되기 전까진 그랬다.

“귀여운 이미지가 싫진 않았어요. 하지만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죠.” 지난 23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훈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약한영웅’에서 전교 1등 연시은을 연기했다. ‘나야 나’를 부르며 꿈과 희망으로 눈을 빛내던 소년은 연시은을 만나 180도 달라졌다. 텅 빈 눈엔 이따금 까닭 모를 슬픔이 비쳤다. 박지훈은 “남들이 대사로 전하는 이야기를 연시은은 눈으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연시은의 일상은 건조하다 못해 버석거린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그에게 공부는 외로움을 잊을 도피처다. 굽은 등과 튼 입술, 행복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의 생기 없는 얼굴. 연시은이 가진 고독한 아우라는 “푸석푸석한 감정을 겉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다”는 박지훈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워너원으로 함께 활동하던 10명의 형제들과 찢어져 솔로 가수로 재데뷔한 박지훈은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연시은의 외로움에 다가갔다. 노력이 통한 걸까. 작품은 호평 일색이다. 웨이브에 따르면 ‘약한영웅’은 올해 공개된 웨이브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유료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박지훈은 “‘약한영웅’은 대본으로 봤을 때부터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고 돌아봤다. “머리를 써서 상대를 제압한다는 설정이 인상 깊었어요. 부당한 폭력에 맞서는 시은이도 좋았고요.” 그는 유수민 감독과 상의해 “연시은이 모두를 이겨버리는” 설정은 일부 수정했다. “때론 약한 모습도 보여줘야 현실성이 살아난다”는 판단에서다. 박지훈은 올해 초부터 액션스쿨에 다니며 격렬한 싸움 장면을 준비했다고 한다. 덕분에 체중도 5㎏가량 줄었다. 그는 “미역국을 끓이는 장면에서 등 근육이 너무 도드라져 겉옷을 입고 다시 찍었다”며 웃었다.

박지훈 “달리고 싶어요, 갈 수 있는 곳까지” [쿠키인터뷰]
‘약한영웅’ 속 박지훈. 웨이브

무채색이던 연시은의 삶은 두 친구를 만나며 뿌리째 흔들린다. 안수호(최현욱)와 오범석(홍경)이다. 박지훈은 “시은이에게도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며 “수호는 시은이에게 친구의 의미를 처음 알려준 인물이다. 반면 범석이는 ‘우리가 부러워서 들러붙는 애’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 범석이를 변화시키고 싶어 친구가 된 것”이라고 봤다. 세 소년의 우정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특히 오범석과 대립하는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돼 촬영했다. “분노, 슬픔, 억울함, 처절함, 원망을 눈빛으로 보여줘야 했어요. 유리창 깨는 장면을 찍을 땐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힘이 들어갔던 기억뿐이에요.”

박지훈은 “‘약한영웅’을 촬영하며 성장했다”고 자신했다. 비단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서만은 아니다. 스스로 “영혼을 갈아넣었다”고 자부할 만큼 작품에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그는 연기 폭을 넓혔다. “집중력과 몰입력이 뛰어난” 홍경, “대사 한 줄도 다양하게 표현”하는 최현욱과 호흡을 맞춘 덕에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도 새로 배웠다고 했다. 카카오TV ‘연애혁명’ 속 공주영, KBS2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여준 등 풋풋한 청춘을 주로 연기했던 박지훈은 이제 누구로든 변신할 채비를 마쳤다.

“팬들은 저를 말랑카우라고 불러요. 말랑말랑한데 소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어렸을 땐 배우가 되고 싶어 아역 배우로 활동했고, 중학교에 다니면서는 춤에 빠져 아이돌 가수를 목표로 삼았죠. 돌아보면 언제 쉬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춤을 좇아 노력했어요. 지금은 특정 지점을 목표로 삼지 않아요. 그저 달리고 싶어요. 제가 갈 수 있는 곳까지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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