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연결”…지역에서 움트는 청소년 목소리 [10대, 정치를 말하다②]

강승현 전 강원도 청소년 참여위원회 위원 인터뷰
“부정적 시선 타파 위해 성과 낼 것”

기사승인 2022-11-29 15: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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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0대 사이에서 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만 25세였던 출마 기준이 만 18세로 바뀌었고 정당가입기준 연령 역시 올해 초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하향됐다. 또 이에 발맞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정치참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쿠키뉴스는 10대 정치의 본질과 이들이 향후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살폈다.
“정치는 연결”…지역에서 움트는 청소년 목소리 [10대, 정치를 말하다②]
강승현 전 청소년 참여위원회 위원의 활동 사진.   사진=강승현군

“너무 어리다는 말에 성과를 내자고 다짐했어요”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강승현 군(18). 그는 얼마 전까지 청소년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법률상 자문기구인 ‘강원도 청소년 참여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입시 때문에 활동을 잠시 멈췄다.

이 같은 정치 활동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목표를 안겨줬다. “정치를 통해 청소년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싶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

그가 정치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TV 뉴스를 매일 챙겨보던 할아버지 곁에서 자연스럽게 국회와 정당 등 정치권 소식을 자주 접하면서다. 그는 뉴스를 볼 때마다 ‘왜 저렇게 사람들이 싸우지?’ ‘평화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건 불가능한 건가?’라는 생각에 잠겼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싸움만 일삼는 기성 정치인. 이들에 대한 불만은 나이가 들면서 직접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표출됐다.

쿠키뉴스는 29일 강원도에서 청소년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당찬 10대’ 강군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군은 “정치는 방망이”라고 말했다. 방망이는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 휘두르면 말 그대로 남 다치게 하는 둔기. 하지만 호신용으로 쓰면 이만한 게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치를 이용해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특히 ‘촛불 혁명’ 때 자리 잡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모여 잘못된 것에 목소리를 내고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켰던 경험은 강군이 정치에 직접 뛰어들도록 유도했다.

강군이 생각하기에 현재 정치권은 선거 때만 청년을 걱정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청년을 얘기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관심이 있었느냐는 듯 행동하는 때도 잦다”며 “그런 것 때문에 저도, 주위에서도 정치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강군은 청소년 참여위원회의 모집 글을 보게 됐고 해당 단체에 지원했다. 정책 제안서를 작성하라는 지원서 내용에 대해서는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개선해달라는 내용을 적었다”고 회상했다. 예산을 늘려 학생들의 등하굣길이 편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에는 물론 어려움이 따랐다. 강군은 “강원도의 경우 교통망이 좀 안 좋다 보니 (지역마다) 돌아가면서 모였다”며 “예를 들어 춘천에서 원주를 가는 것도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속초 같은 데서 오시는 분들은 모이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현재 참여자도 적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서울은 교통망이 좋아 잘 모일 수 있어서 지원자가 많은 편인데 강원도 같은 비수도권 지역은 교통 때문에 힘들어서 지원하신 분들이 많이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10대의 정치 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어 더욱 청소년들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강군은 “일단 너무 어리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제가 몸담은 정당의 당원 중에서도 ‘부모님께서 특정 지역 출신이니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어떤 이는 “(강군에게 정치 활동을) 사주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공격적인 말들은 그냥 듣고 흘리는 게 일상이 됐다. 강군은 “성과를 뭐라도 내서 저분들한테 꼭 인정받아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밝혔다.

강군은 정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이러한 시선을 타파하고 지역과 지역을 잇는 정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비수도권에서도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이 많아진다면 부정적인 시선도 해결되리라고 느낀 것이다.

아직까지 청소년들이 마음껏 정치 활동을 펼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강군은 그럼에도 후배들에게 정치 활동을 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사회를 바꾸고 싶어 하고 정치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한테는 적극 권한다”며 “이렇게 참여하는 사람이 늘면 뭔가가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풀뿌리 정치, 지역과 지역을 잇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강군은 성인이 된 후에도 정치 참여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학생 위원회에 들어가 지역 정책 수립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 지자체의 정책 수립과 재정 자립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연구를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아까 말씀드렸듯 정치는 방망이라고 생각한다”며 “방망이를 잘 활용하는 강승현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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