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처벌 가능할까...의료계 파업 사례 보니

기사승인 2022-11-29 17: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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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명령' 처벌 가능할까...의료계 파업 사례 보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이 엿새째에 접어든 29일 오전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2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가 엿새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정부가 화물운송업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2004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 직후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 경제에 초래될 심각한 위기를 막고 불법 집단행동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했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이란 동맹 휴업과 동맹 파업과 같은 행위가 국민 생활이나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것으로 판단될 때 강제로 영업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을 말한다. 국무회의를 거쳐 국토부 장관 명령으로 발동된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다음날 24시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강제성을 가지는 만큼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운행정지 및 자격정지 같은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사업 허가 정지 및 취소도 가능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무회의 의결이 완료된 현 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면서도 “운송종사자와 운송사업자를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화물운송 종사자들이 업무에 복귀하도록 함으로써 국가 물류망을 복원하고 국가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무개시명령은 1994년 '의료법'과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2000년 의료계가 의약분업에 반발해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갔을 당시 발동된 바 있다. 최근엔 2020년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의료정책을 반대하며 집단휴진을 벌였을 때 명령이 내려졌다.

현재 파업 중인 운수사업계에 적용된 것은 2004년이다. 전 년도인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발생하자 정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이 조항을 신설했다.

다만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0년 대한의사협회(의협) 파업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전임의 등 278명에게 업무 개시를 명령하고 미이행한 전공의 10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했으나 의협과 합의에 다다른 후 고발을 취하한 바 있다. 
 
실제 국토부도 이번 업무개시명령을 앞두고 당시 의협에 대한 사례 등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무개시명령 대상자인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만 2500명에 달해 대법원 판례상 형사 처벌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연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해 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 정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 초래를 인정할 상당한 이유라는 두 가지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해당 요건이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입증이 쉽지 않다.

법조 관계자는 "법조계 일부에선 운수사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것이 '법치'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정부와 화물연대가 입장차이를 좁히고 합의에 이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