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연말 인사시즌…거세지는 유통가 ‘여풍’

능력 중심의 우수 인력 모시기 경쟁 ‘치열’
아직도 여성 임원 비중 5.6% 그쳐
“경력 단절 막는 사회 구조적 제도 필요”

기사승인 2022-12-06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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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연말 인사시즌…거세지는 유통가 ‘여풍’
안정은 11번가 신임 대표이사(내정)와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연말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임원 인사를 줄줄이 발표하는 가운데 여성 리더의 등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성과 중심의 인사 원칙을 토대로 여성 CEO(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잇달아 발탁되면서 ‘여풍’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가에선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핵심 보직에 여성 인재들이 내정되면서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도 점차 얇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CJ그룹은 지난달 인사에서 올리브영 대표로 이선정 경영리더를 낙점했다. 이 대표는 1977년생으로 CJ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이다. 그는 2006년부터 CJ올리브영에서 근무했으며 상품기획(MD) 전문가로 올리브영 MD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영업본부장을 거치며 2017년 CJ그룹 정기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 대표는 급변하는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선보이는 등 뷰티 사업에 능통한 시장 전문가로 통한다. CJ는 전체 승진 임원 44명 중 16%에 해당하는 7명을 여성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LG그룹 계열사인 LG생활건강은 그룹 공채 출신인 이정애 대표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2015년 그룹 공채 출신으로 첫 여성 부사장이 된 데 이어 1호 여성 사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특히 비(非) 오너가 출신의 첫 사장급 여성 CEO란 점이 특징이다. 

11번가도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 이사에 내정했다. 11번가의 첫 여성 CEO로 안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하형일 사장과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안 내정자는 야후코리아부터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 쿠팡 PO(Product Owner)실장,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2018년 11번가에 합류해 서비스 총괄 기획과 운영을 담당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올해 인사에서 여성 임원 4명을 발탁했다. 백화점에서는 김하리 브랜드 마케팅담당과 장수진 BTS 잡화담당을, 이마트에서는 이경희 ESG 담당, 브랜드 본부에서는 김정민 BX 담당이 상무로 승진했다.

삼양그룹은 김현미 신임 재경PU장을 그룹 최초 40대 여성 임원으로 발탁했다. 1974년생인 김현미 재경PU장은 1996년 삼양사 입사 후 삼양홀딩스 재무기획 팀장, 재경2팀장, 삼양패키징 재무 팀장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이달 정기 임원인사를 앞둔 롯데그룹에서도 여성 CEO가 등장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롯데는 2018년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롭스 대표이사로 선우영 대표를 선임하며 첫 여성 CEO를 배출한 바 있다.

이처럼 여성 임원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중은 5.6%에 불과한 상황이다. 1000대 기업 CEO급에서도 2.4% 수준에 그쳤다. 올해 1350명의 CEO 중 여성은 겨우 32명이다. 특히 400명이 넘는 올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중 40% 정도는 IT 업종에서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4대 그룹의 여성 CEO는 5명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이 1명, SK그룹과 LG그룹이 각각 2명씩이었다.  

그럼에도 여성 임원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전문가는 향후 여성 임원의 비율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근무 환경과 인적 자원 활용으로 기업 내 여성의 활동 범위는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최근 기업들의 ESG경영이 강화되면서 성별, 국가, 지역 등에 편중되지 않는 다양한 인재들을 뽑아야 한다는 인식이 여성 임원 비율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여성 인재를 늘리기 위해서는 업무 환경이 중요한데, 기업에서 출산·육아 등 문제를 지원해 경력 단절을 막는 사회 구조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여성들의 능력은 뛰어난 부분이 많다. 여성 임원을 비롯해 중간 관리자급에 여성층을 두텁게 배치하는 것도 여성 인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