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생법안 수두룩한데 ‘치매’ 명칭 먼저 바꾸려는 복지부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결과 나오면 검토해 결론 낼 것”
정치권 “논의조차 안 해”...여야, 치매 명칭 변경 사실상 반대
치매학회 “서두르면 안 돼...충분한 논의 필요”

기사승인 2022-12-06 17: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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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생법안 수두룩한데 ‘치매’ 명칭 먼저 바꾸려는 복지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장.   사진=임형택 기자

보건복지부가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치매’ 명칭 변경을 위한 절차에 사실상 착수했다. 의료계까지 ‘시기상조’라는 입장인데 시간과 예산을 투입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6일 쿠키뉴스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보건복지부는 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연구용역 후 검토를 거쳐 법령 개정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치매’ 용어의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인지증’ 등 다른 용어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치매’는 어리석다는 의미를 지닌 한자어로 부정적 인식을 준다는 의견은 줄곧 있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꾸준히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왔다. 

지난 2020년 발표된 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는 치매 용어 변경 검토를 명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민 인식조사에 이어 올해 초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치매 용어 관련 국내외 사례 분석 및 시사점 연구’를 의뢰한 상태다.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 중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영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치매 용어 변경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고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내부 검토 결론을 내서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차갑다.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에 민생법안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수많은 예산을 투입해 명칭을 변경하는 걸 굳이 서둘러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뿐 아니라 여야 원내 차원에서도 치매 명칭 변경 건에 대해선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6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보건복지위 계류 법안은 1485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간호법, 의사면허강화법, 목포의대 설치법 등 시급한 법안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여야간 첨예한 대립 속에 민생법안 처리마저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한 관계자는 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치매의날’을 맞아 치매 용어 변경을 골자로 한 개별 의원들의 입법발의가 몇 건 있었지만 상임위 차원에서 용어 변경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용어 변경은 필요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인데 국민과 당사자들이 불편함이 없는데 굳이 왜 바꿔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한준호 의원과 김윤덕 의원이 9월과 11월에 각각 치매 용어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입법발의하긴 했으나 당 차원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며 “특히 입법발의한 두 의원 모두 보건복지위 소속이 아니고 상임위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편이라 당론으로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학계에서도 치매 용어 변경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난해 인식조사 결과에서 국민들이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만큼 전문가 그룹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치매학회 관계자는 6일 쿠키뉴스에 “지난해 6월 일반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치매 용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21.5%만이 ‘(치매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그대로 유지하든지 바꾸든지 무방하다’는 응답이 45%, ‘유지해야 한다’가 27.7%를 기록해 명칭 변경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존재하는 만큼 성급히 결정하기보다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자·보호자 단체의 자발적인 요구가 필요하단 의견도 냈다. 치매학회 관계자는 “정신분열증, 간질의 경우에는 질환 명칭의 부정적 의미 때문에 관련 학회와 환자·보호자 단체에선 논의를 시작해 개정이 이뤄졌다”며 “‘치매’ 용어는 환자의 상태를 표시하는 의학 용어로도 활용되는 만큼 환자 보호자 단체에서의 논의와 사회적 인식개선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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