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음료업계, '재활용 불가' 이중병뚜껑 교체 바람 분다

이중병뚜껑, 재활용 불가…기계 고장 유발
업계 "탄산 밀봉력 등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동아오츠카 등 일부 기업들 전면 교체 결정
환경부 "전면 규제 여려워…친환경 유도 중"

기사승인 2022-12-09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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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료업계, '재활용 불가' 이중병뚜껑 교체 바람 분다
사진=알맹상점

모든 병뚜껑이 재활용되는 건 아니다. 단일 플라스틱이 아닌 고무 등이 섞여있는 이중병뚜껑의 경우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업계에서는 탄산 밀봉력 등을 이유로 이중병뚜껑을 사용하고 있다. 

8일 환경단체에서는 이중병뚜껑을 생산하는 기업체들과 이를 방관하는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며 대체재 마련 및 재활용이 용이한 단일 소재 사용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에서는 “규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며 대신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를 통해 할증과 인센티브를 부과해 유도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이 지난 8월부터 12월 초까지 약 3개월 간 매장에 버려지는 이중병뚜껑을 집계한 결과 폐기되는 병뚜껑의 양은 약 2.5kg, 893개에 달했다. 한 달간 약 300개에 가까운 이중 병뚜껑들이 폐기되고 있는 셈이다. 

이중병뚜껑은 병뚜껑 내부에 다른 소재가 섞여있는 이중 소재의 병뚜껑을 말한다. 기존 플라스틱 재질로만 된 병뚜껑과 달리 뚜껑 내부에 고무, 부직포, 플라스틱 패킹 등의 재질이 혼합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활용하는 데에 있어 문제가 많다. 실제 병뚜껑 업사이클링 업체 ‘로우리트 콜렉티브’에 따르면 병뚜껑 100kg 중 업사이클링 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양은 약 5~6kg 정도다. 이 중 고무패킹 병뚜껑은 3.2kg 정도로 약 65%를 차지한다. 

알맹상점 관계자는 “알맹상점에서는 재활용 되지 않고 버려지는 병뚜껑을 모아 업사이클링 업체에 전달한다. 업체에서는 이렇게 모은 병뚜껑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작품을 만들어 재활용이 가능하게 한다”면서 “이중병뚜껑은 사실상 재활용이 되지 않아 전량 폐기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중병뚜껑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된다. 알맹상점과 업사이클링 업체를 합쳐 총 4번의 분류과정을 거친다”면서도 “분류 과정에서 선별되지 못하고 재활용 과정에 섞여 들어갈 경우 기계 고장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단독] 음료업계, '재활용 불가' 이중병뚜껑 교체 바람 분다
사진=알맹상점

[단독] 음료업계, '재활용 불가' 이중병뚜껑 교체 바람 분다
사진=알맹상점

이중병뚜껑을 사용하는 주요 기업들의 제품들을 살펴보면 △롯데칠성음료(클라우드·오랑지나·델몬트) △하이트진로(테라·하이트·필라이트) △오비맥주(카스·오비라거·필굿) △서울탁주(장수먹걸리·장수유자막걸리) △지평주조(지평막걸리) △국순당(국순당쌀막걸리) 등이 있다. 대표 업체의 경우만 추린 것일 뿐 그 외 기업 제품까지 하면 더 많은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이중병뚜껑 사용 이유로 ‘밀봉력’과 ‘소비자 안전성’을 꼽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유통, 소비 과정에서 밀봉력을 최대화해 소비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별도의 도구 없이 사람의 손으로 분리가 가능하고 잔여물이 남아 있지 않아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알맹상점 관계자는 “밀봉력과 소비자 안전성은 다른 페트 음료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일 텐데 맥주만 고무 패킹을 더하여 밀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직포를 손으로 분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며 도구를 이용해도 분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음료가 뚜껑 사이에 침투해서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중병뚜껑 교체가 전혀 불가능한 사안도 아니다.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대체재 마련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코카콜라의 씨그램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이중병뚜껑 교체 요구가 있어 왔고, 이를 수용해 지난해 초부터 단일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병뚜껑을 사용하고 있다. 

또 동아오츠카는 최근 이중병뚜껑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자사의 오란씨, 나랑드사이다 등의 페트 제품에 사용하는 병뚜껑을 전면 교체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아직 시중에는 기존 이중병뚜껑으로 제작된 제품이 남아있지만 올해 11월부터 전 제품에 이중병뚜껑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새로 만든 병뚜껑은 1년여 간 연구 끝에 제작되어서 기존 이중병뚜껑 역할을 수행하면서 재활용까지 가능하게 되었다”고 자신했다.

알맹상점 관계자는 “이중병뚜껑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이중병뚜껑을 계속 생산하는 기업들과 이를 방관하는 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환경부에서 이중병뚜껑뿐만 아니라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소재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독] 음료업계, '재활용 불가' 이중병뚜껑 교체 바람 분다
11월부터 이중병뚜껑을 교체한 나랑드사이다.   동아오츠카

업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아직 교체가 되진 않았지만 이같은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단일 플라스틱 제품으로 교체하기 위해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도 “맥주 특성상 탄소흡수제가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중구조를 쓴다”면서 “현재 단일소재 병뚜껑에 대한 연구개발을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서는 복합소재 규제책 마련과 관련 “전면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환경부는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 기준’을 통해 단계적으로 개선을 이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 기준은 포장재를 재활용이 쉬운 정도에 따라 최우수와 우수, 보통, 어려움 4개 기준으로 나눈 제도다. 재활용이 쉬운 재질·구조 사용을 늘리기 위해 도입했다. ‘재활용 어려움’으로 평가되는 포장재는 해당 사실을 포장재에 표기해야 한다. 재활용 어려움 등급 포장재는 품목별로 20%의 재활용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 이를 통해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단일 소재 포장재 전면 도입은 기업들 입장에서 설비투자가 새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생산자인 기업들에게 자체적으로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할증과 인센티브 부여책을 사용하고 있다. 친환경 흐름에 맞게 유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