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문상민 “성남대군, 65%에서 100%로 완성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2-10 09: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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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 문상민 “성남대군, 65%에서 100%로 완성했죠” [쿠키인터뷰]
배우 문상민.   사진=박효상 기자

어미인 중전보다 세자인 형을 더 따랐다. 형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었다. 그런 형이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났다. 형을 잃은 것도 허망한데, 석연치 않은 정황이 여럿이다. 매정한 어머니를 원망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말한다. 해보겠다고. 되돌릴 수만 있다면, 모든 걸 걸고 세자가 되겠다고. tvN ‘슈룹’에서 성남대군(문상민)은 그렇게 세자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어머니 화령(김혜수)과 함께 잘못된 걸 하나씩 바로잡기 시작한다.

작품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얼굴에서 아쉬움이 읽혔다. 8개월 동안 성남대군으로 지내며 정이 잔뜩 들었단다. ‘슈룹’을 촬영하는 동안 온갖 감정의 파고를 겪었다. 사랑받아 기쁘고 모두와 함께해 즐거웠다. 촬영이 끝나자 행복은 공허함과 서운함으로 모양을 바꿨다. 값진 도전이었다. 그리고 기회였다.

“주연, 사극, TV 드라마 모든 게 다 처음이었어요. 사극이라 특별히 어려울 거란 생각은 안 했어요. 다만 역할 비중이 커서 고민도 덩달아 많았죠. 마냥 부담되진 않았어요. 배우로서 이런 기회를 얻은 게 기뻤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좋아했어요. 촬영하면서도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걸 느꼈어요. 제 이름과 ‘슈룹’을 검색할 때마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슈룹’ 문상민 “성남대군, 65%에서 100%로 완성했죠” [쿠키인터뷰]
배우 문상민.   사진=박효상 기자

성남대군은 ‘슈룹’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하는 인물이다. 중전 화령의 골칫덩이 아들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세자가 된다. 때론 자신을 내던지며 희생하고, 때론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드러낸다. 극 말미에는 세자인 자신이 아니라 형의 아들인 원손이 왕위를 계승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친다. “그야말로 예측불가죠.” 문상민은 성남대군을 이렇게 회상했다.

“알 수 없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오디션용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물음표가 가득했어요. 어떤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그래서 더 욕심이 났어요. 성남대군이 사랑받은 이유도 비슷해요. 다른 욕심도 없이 사랑한 형의 죽음과 얽힌 진실에 몰두하잖아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요. 배우라면 이런 캐릭터를 꼭 연기해보고 싶지 않을까요? 하하.”

성남대군은 다른 왕자들과 다르다. 궁궐 밖 중전의 사가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어머니를 온전히 믿지 않았다. 진실을 안 뒤 비로소 벽을 허문다. “성남대군에게 형은 큰 버팀목이고 유일하게 믿을 수 있던 존재였어요. 형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어머니와 비로소 가까워졌죠. 성남대군에게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 슈룹(우산의 순우리말)이었던 거예요.” 늘 화령에게 비호 받던 성남대군은 극 말미 화령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듬직한 어른이 된다. 성남대군과 함께 문상민도 성장했다.

‘슈룹’ 문상민 “성남대군, 65%에서 100%로 완성했죠” [쿠키인터뷰]
tvN ‘슈룹’ 스틸컷. tvN

“매 순간 몰입하려 했어요. 노력을 거듭해도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상황에 빠져들수록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었죠. 성남대군은 형과 화령, 청하(오예주), 의성군(찬희) 등 상대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줘요. 입체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연기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세자가 되기 전과 후로 나눠 반항아 기질과 강단 있는 모습을 모두 보여줄 수 있어 즐거웠어요.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캐릭터를 풀어가는 기술부터 컨디션을 관리하는 법까지 여러 가지를 깨우쳤죠. 촬영을 마치고나서야 제가 성숙해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김혜수의 든든한 존재감은 큰 힘이 됐다. tvN ‘시그널’을 보고 연기의 꿈을 키운 그에게 김혜수와 만남은 뜻 깊었다. 연기를 보며 여러 번 감탄했고, 유연함과 책임감을 배웠다. 함께 대화하며 성남대군을 어떻게 연기할지 방향성도 잡았다. 데뷔 4년 차 문상민에게 ‘슈룹’은 감사한 변곡점이다.

“이 정도로 호흡이 긴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덕분에 하나부터 열까지 많은 걸 배웠어요. 이번에는 제 연기에 65% 만족해요. 하지만 스태프분들과 선배님들 덕에 나머지 35%를 마저 채웠어요. 성취감, 뿌듯함, 실망, 상처… 여러 감정을 느끼며 연기가 재밌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죠. 앞으로 힘든 일은 당연히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 마음 그대로 즐겁게 연기하고 싶어요. 한결 같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장담할 수 있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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