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지주 설립 움직임 ‘가속’…M&A시장 지각변동?

수협중앙회, 내년 3분기부터 지주사 본격 전환 움직임
교보생명, 내년 초 전환 검토…FI설득 관건 

기사승인 2022-12-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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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지주 설립 움직임 ‘가속’…M&A시장 지각변동?
수협중앙회 제공.

2022년이 끝나가는 12월 현재 수협중앙회를 시작으로 교보생명 등 대형 금융사들이 ‘금융지주’ 전환을 선포하면서 연말 금융업계의 빅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 금융사들이 원활한 지주사 체제를 만들어낸다면 향후 금융사 M&A(인수합병)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수협과 교보생명 모두 금융지주 전환을 위한 ‘난관’이 남아있다. 먼저 수협의 경우 법안 개정이 요구되는 사안인 만큼 정치권과 당국의 설득이 선제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며,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FI)와의 분쟁 속 이들을 합의를 받아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수협중앙회는 ‘공적자금 조기상환 기념식’을 통해 오는 2023년 3분기부터 금융지주사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협중앙회는 어업인을 비롯해 전국 91곳의 수협조합 지원 확대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수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주 전환을 위한 은행 외 비은행 자산운용·증권·캐피탈 등을 두고자 내년 상반기부터 자산운용사 매입에도 나선다.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선 Sh수협은행 외에 다른 비은행계열사를 필수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수협중앙회가 금융지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 나온 후 얼마 뒤인 8일 교보생명도 지주사 전환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지주 전환시기는 수협보다 더 빠른 2023년 초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을 인적분할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쪼개고, 이후 자회사와의 주식교환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 및 어피니티컨소시움 등 FI(재무적투자자)와의 법적 분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뒤 어피너티와 풋옵션 분쟁이 길어지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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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도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추가적인 금융사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데, 손해보험사가 없는 만큼 이번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손보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수협중앙회와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필연적으로 M&A시장에 진출할 수 밖에 없다. 올해 금융사 M&A 시장은 고환율·고금리 등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위축됐었지만, 내년의 M&A시장은 치열할 것이라 전망된다.

이미 기존 금융지주사들은 카드, 보험, 증권 등 주요 계열사를 추가로 인수하기 위한 사전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패 시장에 나올 매물과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금융은 보험계열사 확충을 위해 보험사 매물을 찾아보고 있으며, 롯데카드와도 접촉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 완전민영화 달성 이후 ‘비은행계열사 확충’을 목표로 잡고 있는 우리금융도 빠질 수 없다. 우리금융은 현재 증권사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지주사 전환을 두고 두 금융사 모두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먼저 수협중앙회의 경우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을 개정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농협금융지주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는데, 농업협동조합법 제161조에 ‘중앙회는 회원·조합원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신용사업·공제사업 등 금융사업을 분리해 농협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다’고 규정된 사항이 있다. 수협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다 보니 농협법과 동일한 조항이 붙어야 지주사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의 경우 법안으로 인한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지만 FI와의 분쟁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로드맵인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하지만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등 FI는 현재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지주사 전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교보생명과 법적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 전환을 선언한 금융사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한다고 해도 당국의 허가를 거쳐야 본격적인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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