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조합 공사비 갈등 속출…공사 중단 위기

기사승인 2023-01-27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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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조합 공사비 갈등 속출…공사 중단 위기
아파트 공사 현장.   쿠키뉴스 DB.

자잿값 상승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시공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협상 난항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6개월가량 공사가 중단됐던 ‘둔촌주공 사태’가 재현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 센트레빌 프리제(신성빌라 재건축 단지)’ 건설 현장은 이달 초 공사가 중단됐다. 방배 센트레빌 프리제는 2021년 12월 착공해 올해 10월 입주가 예정됐지만 공사 진행률 40% 수준에서 공사가 멈췄다. 이는 공사비 인상 문제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배 센트레빌 프리제는 2020년 11월 동부건설과 3.3㎡당 공사비 약 712만원에 도급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동부건설이 최근 설계 변경, 자잿값 상승,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조합과 협상을 진행하던 중 인상 폭을 두고 이견이 발생해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 18일 진행된 2차 협상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해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마포구 ‘마포 자이 힐스테이트’(공덕1구역 재개발)는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마포 자이 힐스테이트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이 공동 시공을 맡았고 지난해 6월 착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합이 시공사업단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응하지 않아 시작도 못 한 상황이다. 이에 일반분양 시기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도 4700억원 상당의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3달째 협상 중이다.

6개월 공사 중단 ‘둔촌주공’ 갈등 점화 위기

앞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으로 공사현장이 6개월간 중단됐던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공사비 최종 합의를 앞두고 갈등 위기에 놓였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 보상금액 약 1조1400억원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받고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는데 조합이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며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공사비는 2020년 6월 증액된 3조2000억원에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보상금액을 포함해 4조34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조합은 시공사업단이 청구산 손실 보상금액에 공사중단에 따른 추가 비용뿐 아니라 추가 공사 기간 연장, 자재비 인상 등이 포함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공사비 검증을 맡은 한국부동산원에 손실 보상금액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시간을 요청했다. 조합의 요청으로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시작 시점도 오는 2월로 연기돼 4월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양측은 애초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결과를 그대로 수용키로 합의했으나 조합이 추가 공사비를 문제 삼을 경우 또다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건설사와 조합이 공사비를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고금리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난 데다 자잿값과 인건비가 올라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반면 조합은 미분양 리스크가 커 공사비 인상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홍철 의원에 따르면 2019년 공사비 검증 제도 도입 후 지난해 7월까지 진행된 54건의 검증사례에서 최초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규모는 4조6814억7400만원이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후 적정액은 3조4887억2900만원으로 1조2000여억원 규모의 격차가 발생했다.

부동산원의 검증이 시공사의 입장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시공사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또 이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도 없어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건설업계 “조합-시공사 갈등 지속 가능성 높아”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건설사와 조합의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가 정말 많이 올라 이전 1~2년 전 계약 금액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수익이 안 나고 적자가 나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안 나니 올리려 하고 조합은 계약한 금액으로 진행을 하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건설사가 공사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대략 30%가량 올라 건설사 입장에서는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올라가면 수익성이 낮아지니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기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가격하락세와 맞물려 당분간 이러한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공사 중단의 경우 계약 내용에 따라 하는 거라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만일 조합 측이 귀책사유 없이 공사가 중단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 있다”며 “조합이 을이라 시공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입주가 3개월 지연되면 분양권 해지도 가능하다”며 “분양권 해지로 이어질 경우 조합에서 보상을 진행해 손해도 커진다”며 “시공사 입장에서는 조합의 귀책사유를 만들어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분쟁이 길어져 입주자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ㅇ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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