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1-26 17: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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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가봤더니]
26일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사진=김예슬 기자

함박눈이 펑펑 내린 26일,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입구는 새벽부터 구름 떼 같은 인파로 북적였다. 롱패딩과 핫팩으로 중무장한 사람부터 초조한 듯 서성이는 사람, 간이의자에서 졸고 있는 사람까지 가득했다. 오픈런(개점하자마자 구매한다는 뜻)을 위해 전날 오후부터 모인 사람만 200여명. 명품도, 인기 아이돌도 아니다.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다시 찾아온 농구 열풍에 휩싸인 사람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팝업 스토어가 만들어낸 진풍경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1990년대를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마지막 경기인 북산-산왕전을 송태섭 시점으로 재구성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4일 개봉해 관객수 160만명(25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하는 등 다시 열풍을 일으켰다.

이날 팝업 스토어 현장은 작품 인기를 방증하듯 뜨거운 열기로 넘실댔다. 이날 오전 8시엔 이미 주최 측 추산 1000명 가까운 인파가 운집했다. 스태프들은 계속 줄을 서는 이들에게 일일이 “지금 줄을 서도 입장을 장담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하기 바빴다. 팝업 스토어 운영 스태프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부터 늘어서기 시작한 줄은 같은 날 오후 9시 200명가량으로 불어났다. 그는 쿠키뉴스에 “전날 오후부터 아침까지 직원 모두 잠도 못 자며 개점을 준비했다”면서 “인파가 몰릴 거라고 각오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오셨다”고 말했다. 대기 순번 배부는 결국 오전 10시에 마감됐다.

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가봤더니]
이날 팝업 스토어 개점 전부터 구름 떼 같은 인파가 몰렸다.   사진=김예슬 기자

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가봤더니]
팝업 스토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사진=김예슬 기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목적을 갖고 줄을 섰다. 혼자 온 사람부터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쌓고자 온 사람들, 대신 줄을 서달라는 부탁을 받고 온 이들과 현장을 생중계하는 데 여념 없는 유튜버까지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슬램덩크’ 팬이 됐다는 한모씨(24·대학생)은 “친구들과 전날 밤부터 와있었다”면서 “요즘 ‘농놀’(농구놀이의 준말로 ‘슬램덩크’ 팬덤 내에서 영화를 재관람하거나 만화책을 정주행 하는 등 작품을 즐기는 행위를 통용하는 은어) 붐이 와서 정말 즐겁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모씨(20대·대학생)는 줄을 서기 위해 전날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 오후 9시에 줄을 선 그가 받은 대기번호는 180번대. 오모씨는 “현장이 내내 혼잡했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하루를 꼬박 투자했지만 후회는 없다”며 미소 지었다.

허탕 친 이들도 여럿이다. 뒤늦게 줄을 서다 발길을 돌린 김모씨(30대·직장인)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른 날 오픈런을 작정하고 노려보려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비교적 뒷줄에 선 이형규씨(35·직장인)는 “오늘을 위해 연차까지 냈다”면서 “입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현장에는 일본 외신 기자들도 자리해 카메라로 한국 내 ‘슬램덩크’ 인기를 담아가기 바빴다. 출근하며 근처를 지나던 이모씨(30대·직장인)는 “평소 행사가 자주 열리지만, 웬만한 아이돌 팝업 스토어도 이 정도로 줄을 서진 않았다. 전날 퇴근할 때도 사람이 이미 많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가봤더니]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전경.   사진=김예슬 기자

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가봤더니]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매틱 부스는 이날 내내 성황을 이뤘다.   사진=김예슬 기자

점심시간이 되자 여의도 직장인까지 몰리며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채치수를 가리키며) 얘가 고릴라”라고 하거나 “서태웅이 내 첫 번째 ‘종이남친’(만화책 속 멋진 남자 캐릭터를 빗댄 말)”이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바빴다. 팝업 스토어 부근에서 만난 오진형(50대·직장인)씨는 “옛날 만화 내용과 같다고 들어서 영화를 안 봤지만,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 보니 보긴 해야겠다”면서 “우리 때에는 정대만이 최고였다”며 껄껄 웃었다. 팝업 스토어에서 나오는 이들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양손에 큰 쇼핑백을 들고 나선 이모씨(20대·대학생)는 “어제 오후 4시에 와서 대기번호 50번대를 받았다”면서 “서태웅 유니폼을 노렸지만 원하는 사이즈가 빠져 다른 사이즈라도 샀다”며 즐거워했다. 정대만은 개점 5분 만에 유니폼 세트가 매진되는 등 인기를 과시했다. 극장판 주인공인 송태섭과 서태웅, 강백호 등이 뒤를 이어 매진 행렬을 이뤘다.

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가봤더니]
팝업 스토어를 찾은 이용객들이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예슬 기자
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가봤더니]
가장 인기가 많던 유니폼 패키지와 피규어는 이날 오전 일찌감치 매진 됐다.   사진=김예슬 기자

팝업 스토어 내부는 ‘슬램덩크’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으로 빼곡했다. 주최 측이 앞서 공지한 피규어, 카드지갑, 컬래버레이션 의류, 유니폼 패키지 외에도 영화관 상영 특전이던 키링과 포스터, 머그컵 등 다채로운 MD가 이용객들을 반겼다. 외부에는 포토매틱 부스가 마련돼 대기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재와 맞닿은 추억은 더욱 진하게 되살아나 특별한 기억으로 남고 있었다. 더현대 서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는 다음달 7일까지 열린다. 다음달 10일부터 22일까지는 더현대 대구에서 운영 예정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