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빙자한 범죄” 경찰 구타에 또 흑인청년 사망…美전역 시위 확산

테네시 멤피스서 20대 흑인, 경찰 구타에 숨져
바이든 “경찰 개혁 법안 속히 통과시켜야”

기사승인 2023-01-30 08:15:03
- + 인쇄
“법을 빙자한 범죄” 경찰 구타에 또 흑인청년 사망…美전역 시위 확산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시민들이 경찰관들의 흑인 운전자 집단 구타 사망 사건에 분노해 시위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관들이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콜스(29)를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니콜스가 경찰에 폭행당한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주말, 주요 도시에서는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해당 경찰들의 만행을 규탄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AP·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주말 애틀랜타,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볼티모어, 포틀랜드 등 미 전역에 시위대가 니콜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하며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끝낼 것을 촉구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7일 니컬스가 경찰 5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사흘 뒤 숨지자 이에 대한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진 것이다. 특히 사건 당시 경찰들이 왜소한 체격의 타일러를 잔혹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이 일었다. 경찰관들은 니컬스가 난폭 운전을 했다며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집단구타를 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경찰관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엄마”를 부르짖는 니컬스를 땅바닥에 넘어뜨리고 폭행했다. 희소병인 크론병을 앓던 니컬스는 경찰에 체포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일 만인 10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유가족은 니컬스가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당시 얼굴에 멍이 심하게 들고 부어올랐다고 했다. 니컬스의 어머니는 “아들을 보았을 때 내 아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며 충격적이었던 당시 모습을 떠올렸다. 

이번 사건은 2020년 5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시위를 일으킨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1991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도화선이 됐던 로드니킹 사건을 연상케하면서 시민 사회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멤피스에서 시위대들은 “누구의 거리? 우리의 거리”라고 소리치며 행진했다. 

터너 멤피스 목사는 AP통신에 “국가의 형사 사법 제도의 절실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얼 피셔 멤피스 목사도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정치적 의지와 구조적 변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니컬스 측 변호인 벤 크럼프는 CNN에 출연해 “이 경찰관들은 시민을 보호하고 섬기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영상을 보라. 어떤 경찰이 니컬스를 보호하려고 했나”고 지적했다. 

이어 “니컬스의 비극적인 죽음에도 조지 플로이드법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라며 경찰 개혁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앞서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가 확산하자 목 조르기 금리, 긴급체포영장 제한, 경찰관 면책특권 폐지 등을 담은 연방 차원의 경찰 개혁법안 ‘조지 플로이드법’이 발의됐으나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연방의회에 “경찰 개혁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 대응 속도는 과거와 비교해 빠른 편이라는 평가다. 경찰은 니컬스 사망 이후 지난 20일 경찰관 5명을 해고했고 경찰관 5명이 소속됐던 ‘스콜비온’ 특수부대를 해체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관 5명 전원에 대해 2급 살인 혐의와 가중 폭행, 납치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노조인 경찰공제조합(FOP) 패트릭 요스 회장은 AP통신에 “합법적인 경찰 업무나 교통 정지 등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면서 “(니컬스 사건은) 법을 빙자한 폭행 범죄”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