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까지 걸어다녀야 할 판” 택시·대중교통 인상에 시민 ‘시름’

기사승인 2023-02-01 16: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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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까지 걸어다녀야 할 판” 택시·대중교통 인상에 시민 ‘시름’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 택시 요금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택시를 타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두 살배기 아들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김주연(여·35)씨. 출근길마다 아이를 친정집에 맡기기 위해 택시를 탄다. 서울 택시요금이 오른 1일, 김씨는 결제 단말기에 찍힌 요금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서대문구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부근까지 이동하는 데 들어간 택시요금은 1만1400원. 평소라면 8500원 정도가 나오는 거리다. 김씨는 “3000원 가까이 늘어난 요금 미터기를 보자 물가 상승을 실감했다”며 “대출 이자 때문에 생활비도 빠듯한데 택시요금마저 오르니까 너무 부담스럽다”라고 토로했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대폭 오른 가운데 버스·지하철 요금마저 줄줄이 인상을 앞두고 있다. 체감 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대중교통 요금까지 오르며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이날 오전 4시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다.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 인상은 지난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기본요금이 적용되는 구간은 2km에서 1.6km로 줄었다. 거리당 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됐다. 

심야(오후 10시~익일 오전 4시)에는 할증 확대와 맞물려 요금이 더 늘어난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심야할증 시작 시각은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2시간 빨라졌다. 탑승객이 몰리는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는 할증률을 기존 20%에서 40%로 높인 탄력요금도 적용 중이다. 

‘시민의 발’로 불리는 버스·지하철 요금도 오른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운영 적자가 커진 탓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4월 인상을 목표로 오는 10일 공청회를 개최한다. 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상 폭은 300~400원으로 거론된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카드 기준으로 지하철 1250원, 시내버스 1200원이다. 300원씩 인상한다면 지하철은 1550원, 시내버스는 1500원으로 오른다. 현금 기준으로 지하철은 1650원, 시내버스는 1600원이 된다.

다른 광역 지방자치단체들도 요금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은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하철·버스 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구는 이미 이번 달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대전도 현재 3300원인 기본요금을 상반기 중 인상할 예정이다. 경기,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북, 제주 등은 택시요금 인상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거나, 올해 중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대다수 시민은 교통비 인상에 부담을 표했다. 서울 강남에 재직 중인 김모(26)씨는 “야근이 많은 직업 특성상 택시를 자주 타는 편이라 걱정”이라며 “기본요금 인상에 야간 할증은 할증대로 붙는다면 도대체 교통비가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입사 1년 차인 사회초년생 박모(26)씨도 “수입은 그대로인데 교통비 등 공공요금만 계속 오르고 있어 스트레스”라며 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전만큼 버스·택시 등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 남양주에서 서울 당산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여·27)씨는 “택시는 야근으로 대중교통이 끊기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 타는 건데, 할증 시간을 당긴지 얼마나 됐다고 요금을 또 올리느냐”며 “아무리 급해도 옛날처럼 택시를 못 탈 것 같다. 근처 숙소를 잡는 게 더 저렴할 것”이라고 했다. 김포에 거주 중인 이모(여·33)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씨는 “출근길에 버스를 3번 갈아타야 하는데 돈이 아까워 20분가량 걸어갈 때가 많다”며 “지금보다 버스 요금이 오르면 마음 놓고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환승이 된다지만 요금이 부담돼 광역버스 정류장에서 회사까지 걸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