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입고 생활해요” 태백 지역아동센터의 추운 겨울

기사승인 2023-02-01 18: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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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입고 생활해요” 태백 지역아동센터의 추운 겨울
강원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냉기를 치하기 위해 매트를 깔고 외투를 입은 채 생활하고 있다. 강원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제공.  
강원 태백 지역아동센터가 급격히 오른 에너지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난방용 실내 등유 가격은 주유소 기준, 리터(ℓ)당 1495원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리터당 1098원보다 397원 올랐다. 36% 상승한 것이다. 등유는 돈풍기와 기름보일러 등에 사용한다. 

전기요금도 인상했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1분기 전기 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올렸다. 지난해 4분기 대비 9.5%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심야전기 보일러 요금 인상도 당연한 수순이 됐다. 

지역아동센터는 에너지 비용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센터는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위탁 보육을 실시하는 아동복지시설이다. 방과 후 운영되지만 방학 기간에는 학생들이 오전부터 방문해 머문다.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이 부는 태백시. 이 지역에는 12곳의 크고 작은 지역아동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40명에 가까운 아동들이 각 센터를 찾는다.  

규모가 비교적 큰 A 센터는 기름보일러를 사용해 난방을 뗀다. 주유소 판매 기준, 태백시 난방용 실내 등유 가격은 리터 당 평균 1508원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도부터 지난 2021년 겨울까지는 보일러 연료를 가득 채우는데 100만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달랐다. 연료통을 가득 채우는데 120만원 이상 나온다. 연료통 1통으로는 겨울 한 달 정도를 보낼 수 있다. A 센터 관계자는 “강원 내륙인 태백은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일도 많고 겨울에 굉장히 춥다”며 “아이들이 지내는 곳이기에 난방이 확실히 돼야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내 센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또 다른 B 센터도 사정은 비슷하다. 등유를 넣은 돈풍기로 난방을 돌린다. 연료통을 채우는데 30만원 이상 든다. 2주에 연료통을 한 번씩 채운다. 바닥 난방은 심야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료는 겨울 한 달 40~50만원 나온다. 한 달 난방비는 100만원 이상이다. 인상된 전기료 탓에 바닥 난방을 넉넉하게 틀지 못해 냉기를 피하고자 매트를 깔아뒀다. 종종 아동들은 실내에서 외투를 입고 생활한다. 

조용만 강원지역아동센터협의회장은 “지역과 시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보니 모두 어려운 가운데 겨울을 나고 있다”며 “태백뿐만 아니라 삼척·정선·영월 등 다른 탄광 지역아동센터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