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근무시간에 PT 받아요”… 직원 건강 챙기는 기업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2-03 06: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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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근무시간에 PT 받아요”… 직원 건강 챙기는 기업 [가봤더니]
본사 내부 전광판. 1기 인바디 웰니스 프로그램 모집 홍보 내용이 적혀있다. 다음주부터 4기가 시작되지만 이제는 홍보 없어도 참여 경쟁률이 높다.    사진=박선혜 기자

헬스케어 기업들이 MZ세대 취향을 저격한 사내 복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20~30대 직원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과의 친화력을 높이면서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색깔도 반영한 특색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체성분측정기기로 유명한 의료기기업체 ‘인바디(Inbody)’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멋진 몸 만들기에 관심이 높은 점을 타깃하면서도 자사의 제품 특징을 활용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웰니스 프로그램이란 직원이 업무 시간 중 1시간가량 본사 운동시설에서 주 2회 헬스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내 복지 프로그램이다. 특히 ‘마른비만’, ‘근육증가’, ‘다이어트’ 등으로 테마를 잡고 20명으로 기수를 나누고 2인 1조로 8주 동안 진행한다. 이 모든 과정에 인바디라는 이름의 체성분기기 측정이 들어가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내 운동처방사가 맞춤 트레이닝, 건강 및 생활습관, 식단 관리까지 들어간다.

참가자 전원에게 운동복 및 각종 운동 도구, 프로틴 음료 등이 지급되며, PT가 진행된 날은 고단백질 점심 식사를 무료 제공, 사내 샤워실 등 편의 시설도 이용 가능하다. 또한 참여자 중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인 1등, 2등, 3등에게 바디프로필 촬영권 혹은 상금을 수여한다.

기자는 하루동안 인바디의 직원이 돼 ‘웰니스 프로그램’을 맛보기로 했다.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PT 받아요”… 직원 건강 챙기는 기업 [가봤더니]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인바디 본사. 매장인가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헬스장이 꾸려져 있다.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운동복 차림의 직원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박선혜 기자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PT 받아요”… 직원 건강 챙기는 기업 [가봤더니]
인바디를 측정하는 백인엽 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운동 전후 체성분을 측정한다. 최근 기기는 얼굴 인식도 돼 일일이 휴대폰 번호나 키, 몸무게 등을 재입력 할 필요 없다. 또한 앱과 바로 연동돼 기간 제한 없이 체성분 데이터를 확인 가능하다.   사진=박선혜 기자

첫 출근, 복지 경험하러 왔더니…강남 대로변 떡하니 헬스장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본사. 언뜻 보기엔 인바디 영업 매장인지, 헬스장인지 분간이 안 된다. 지나가다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1층 쇼룸, 이곳에서 직원들의 개별 트레이닝이 진행된다. 

오후 4시, 두 명의 직원이 PT를 받기 위해 찾아왔다. 지난 기수 중 뚜렷한 효과를 보인 김승진 제품혁신팀 과장(43세)과 백인엽 제품개발파트 대리(31세)다. 김 과장은 16주를 참여해 10kg 이상을 감량했고, 백 대리는 8주만에 근육량을 3.5kg 찌웠다.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PT 받아요”… 직원 건강 챙기는 기업 [가봤더니]
열심히 운동하는 김승진 과장. 프로그램 2회차 만에 10kg 넘게 체중을 뺐다.    사진=박선혜 기자

이 날 프로그램은 특별히 ‘체력증진’을 위해 순환 운동이 이어졌다. 4가지의 운동을 10-20-30-40회 수행하며 2인 릴레이식으로 진행했다. 예로 들어 윗몸일으키기를 각각 20개씩 해야하는데 한 명이 17개밖에 못한 경우, 나머지가 23개를 해야 한다. 의리게임의 방식을 통해 함께하는 운동 시너지를 높이고, 어색한 사이라도 빠른 시간 내 친해질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김 과장은 “체중감량을 위해 도전했는데 결과가 좋아 2회나 참여하게 됐다. 업무 중 운동을 할 시간을 준다는 것이 처음엔 눈치가 보였는데, 임원도 같이하고 회사에도 좋은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니 상부상조인 것 같다”며 “특히 업무 중 쌓이는 스트레스를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돼 유익하다”고 말했다. 다만 “점차 관심을 갖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매 기수에 따라 테마에 적합한 후보자를 뽑으니 참여 수가 한정돼 아쉬운 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백 대리는 “퇴근 후에는 약속이 있어 운동시간을 따로 못내는 경우가 많은데, 업무 중에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또 회사 지원으로 받는 트레이닝이다 보니 목표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몰랐던 직원들과 소통할 기회도 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주변 친구들도 부러워하는 사내 복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PT 받아요”… 직원 건강 챙기는 기업 [가봤더니]
팔굽혀펴기 자세에서 몸을 한 번에 일으키는 일명 버피테스트를 하는 기자의 모습. 5분동안 1분에 8회씩, 총 40회를 했을 뿐인데 숨이 가빴다. 운동 초반 유리창 너머로 보일 모습에 부끄럼을 느끼는 것도 잠시, 창에 기대어 헉헉거리기 바쁘다.    사진=박선혜 기자

이 날 기자도 직접 체성분을 측정하고 운동사와의 상담 후 맛보기 트레이닝을 받았다. 운동사는 체성분 측정 결과를 토대로 나에게 맞는 운동 강도에 따른 최종 목표치를 설정한다.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칼로리, 단백질양 그리고 예시 식단까지 확인할 수 있다. 

운동사는 테마별로, 여성과 남성 그룹별로 나뉘어 운동의 강도와 종류 결정한다. 기자는 스트레칭과, 복근운동 그리고 체력 확인 겸 체중감소, 근육량 증가에 효과가 있는 ‘버피테스트’를 진행했다. 운동사가 정확한 자세를 잡아주고 운동 효과를 증진시키기 위해 쉼 없이 코칭 해준다. 덕분에 15분 운동했음에도 한 시간을 한 느낌이 들었다.

운동 끝에도 체성분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운동에 따른 특정 효과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PT 받아요”… 직원 건강 챙기는 기업 [가봤더니]
1기 참가자 프로그램 결과. 밑에 그래프는 가장 좋은 운동 결과를 보여준 직원의 데이터다. 굵은 선으로 표시된 것이 예측 데이터, 실선이 실제 측정치를 보여준다. 첫번째는 체중 감소치, 두번째는 근육량 증가치, 마지막은 체지방률 변화를 보여준다.   인바디

직원 건강 챙기고, 데이터 쌓고…장기목표, 기업형 ‘사내 건강 복지 프로그램’ 구축

이번 웰니스 프로그램은 팬데믹 이후 임직원 건강 복지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처음 구상됐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직원, 혹은 운동을 할 줄 모르는 직원을 위해 ‘헬스케어 기업다운 복지를 제공해야겠다’는 대표의 각오가 담겨있다. 

이와 함께 운동뿐만 아니라 식습관, 수면 평가 등 다양한 지표로 임직원 개개인의 건강 만족도를 충족할 수 있는 종합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웰니스 프로그램 기획을 맡았던 강선욱 해외사업파트 대리는 “기획 초기 단계에는 업무 시간 중 운동하는 프로그램이라 파트별 협조가 필요했다. 또한 젊은 직원들이 아닌 이상 참여도가 많지 않거나 중도하차 등의 걱정이 있었다”며 “임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운동사님의 열정으로 프로그램이 3기까지 잘 돌아갈 수 있었다. MZ세대뿐만 아니라 입소문을 타고 참여 경쟁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 나아가 회사 측은 이번 사내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적인 꿈을 꾸고 있다. 모든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사내 복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웰니스 프로그램 기획을 맡았던 강선욱 해외사업파트 대리는 “향후 인바디를 통한 체성분 데이터와 운동 데이터를 모아 타 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사내 복지 건강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해외에서는 이미 인바디 측정을 통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좋은 데이터를 끌고 가기 위한 운동사의 역할이 매우 크다. 회사측은 장기 프로젝트를 위해 정식 부서를 만들고 운동사를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운동사는 임직원의 운동 프로그램 구상 뿐 아니라 직원들로부터 얻은 데이터들을 직접 입력하고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  

안상영 인바디 건강운동관리사는 “우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이 운동에 흥미가 생기도록 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였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운동을 다니기 시작하는 등 운동에 맛을 들이고 있다. 다들 재미를 느끼고 참여도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다음에는 부종완화를 특집으로 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테마로 좋은 결과를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장기프로젝트도 무리 없이 잘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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