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보장 실효성 논란…“민간 이윤만 키워” [이태원 참사 100일]

기사승인 2023-02-03 06:01:02
- + 인쇄
사회재난 보장 실효성 논란…“민간 이윤만 키워” [이태원 참사 100일]
쿠키뉴스DB 

정부는 10·29참사 직후 용산구를 재난안전법에 따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 사건이 사회적 재난의 성격을 가져 피해자에 대한 장례비와 치료비 등을 제공했다. 또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민간보험사를 통해 시민안전보험가입을 독려하고 시민안전보험 보장 범위에 ‘사회재난 사망 특약’ 항목 신설을 추친했다. 하지만 해당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지자체 243곳 중 237곳(97.5%)이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했다. 최근 행안부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밀집 인파 사고도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2023년 시민안전보험 운영 추진방안’을 전국 각 지자체에 안내했다. 실제로 그동안 보장 특약에는 대중교통 사고와 익사 사고 등 36개 항목이 있었지만, 압사 사고를 보장하는 특약은 없었다. 

행안부의 이번 안내로 올해부터 모든 지자체가 시민안전보험을 가입하고, 계약 연장 시 ‘다중밀집 인파 사고’ 특약을 보장 항목에 추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안전보험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험사와 계약해 재난으로 피해를 본 시민에게 무료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전국 237개 지자체가 부담하는 시민안전보험료는 그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민안전보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납부한 금액대비 수령하는 금액은 적은 상태인데 이태원 참사 대책으로 보험 가입과 보장특약 갱신이 의무화되는 분위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운영되는 지자체별 시민안전보험의 실효성을 관리 감독하지 않은 채로 가입률이 올라가면, 민간보험사의 이윤만 키우는 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충남 당진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시민안전보험 제도를 시행했다. 당진시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보험사를 통해 받은 혜택은 유가족에게 지급한 3건, 3800만원이다. 당진시는 지난 2020년 시민안전보험을 해지하고 ‘당진시민 안전사고 위로금 조례’를 제정한 뒤 2년간 6명의 안전사고 피해자에게 6000만원을 지급했다. 조례를 통해서도 실효성 높은 지원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이 외에도 시민안전보험 적용 대상만 확대하고 보장 확대에 필요한 예산은 포함되지 않은 채로 통과되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자체별로 재정 사정이 달라 가중되는 부담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마다 특색에 맞는 특약 보장이 필요한데 전국적으로 사회재난을 특약으로 신설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냐는 지적도 있다. 통상 그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사고와 관련된 특약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지역은 특약으로 풍수재해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그 예다.  

강행규정인 상법 제732조에 따라 15세 미만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상법이 개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지난 19일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간담회에서 다중밀집 인파사고 등 사회재난으로 발생하는 광범위한 피해를 보장하도록 시민안전보험에 사회재난 특약을 신설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관련 법규가 없어 사망시 보장을 받지 못했던 15세 미만 미성년자도 시민안전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중학생 김모 군도 포항시가 지급하는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도 상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사회재난이 각 부처별 예방안 마련, 상황별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위기별 신속 대응을 위한 충분한 인력 확보를 통해 지켜진다는 것을 수차례 학습했다”며 “사회재난 특약이 신설됐지만 상법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