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타깃 은행지주…주가 상승 여력 있나 [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②] 

기사승인 2023-02-03 1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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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때 ‘먹튀’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행동주의 펀드가 최근 자본시장 관행을 개선하는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기존 상장 기업들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서다. 

사모펀드 타깃 은행지주…주가 상승 여력 있나 [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②] 

사모펀드 타깃 은행지주…주가 상승 여력 있나 [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②] 

주주행동주의가 소액주주로부터 호응을 얻는 것은 ‘코리아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국내 시장의 특수성이 영향을 미쳤다. 즉 국가 경제가 지닌 펀더멘탈(기초체력) 대비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는 의미다. 특히 주주환원에 인색한 기업 문화로 인해 한국에서 ‘장기투자’는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는 국내 기업의 이 같은 취약점을 파고들었다. 최근 금융지주도 행동주의 세력의 타깃이 됐다. 글로벌 동종기업과 비교해 주주환원과 배당성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의 이 같은 시도가 성공적인 결실을 이룰지는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한다. 은행업종은 정부나 당국 개입이 많은 규제산업이라는 특성 상 주가 부양은 힘들다고 평가다. 반면 소수 지분이라도 과점주주들을 설득할 경우 해볼만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사모펀드 타깃 은행지주…주가 상승 여력 있나 [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②] 

사모펀드, ‘배당주’ 은행지주 저격 배경은 

이른바 배당주로 불리는 은행주(금융지주도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됐다. 자산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은 지난달 2일 국내 상장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자본배치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정책 도입 등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서한을 보낸 은행지주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총 7군데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해당 은행지주에 오는 2월 9일까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본배치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하고 공정공시를 통해 공식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인 금융지주에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는 자산가치 대비 주식가치가 크게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은행주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배에 밑돈다. PBR이 1미만이면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 글로벌 은행의 PBR(1.61)에 비해 절반 이상 저평가된 것이다. 금융연구원이 지난 2021년 기준 국가별 은행그룹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글로벌 100대 은행 소속 22개국 중 21위를 차지했다. 국내 리딩뱅크 가운데 하나인 KB금융의 현재 주가는 5만6400원으로 10년 전 주가(5만4300원)와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성향과 인색한 자사주 매입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도 (민간기업인 만큼) 자금이 원활하게 조달돼야 금융시장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선순환이 이뤄질려면 금융주의 배당성향을 높여야 한다”며 “국내 은행주의 배당성향은 해외(40%)에 비해 낮은 2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펀드, 은행 흔들기 쉽지 않을 것”

다만 행동주의 펀드가 대형 금융지주 상대로 주주환원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금융당국은 현재 자본건전성 강화를 시중은행에 주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적립요구권이 적용되면 당국은 향후 은행에 대손준비금의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금융지주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으나 △코로나19 대출 연장 △ 1년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부실 기업(한계기업) 증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 가능성 등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17일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은행권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공적사회안전망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연체와 부실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이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충당금을 더 쌓으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인데 그러지 말고 돈이나 배당하라는 것 아니냐”라며 “금융당국도 얼라인의 요구사항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것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이 업권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얼라인의 요구는 주주가치를 위해 긍정적이지만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입김을 무시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연기금 보유 제한 규정도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는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은행주 저평가 배경으로 연기금 보유 제한 규정이라 지목된다”며 “(법 때문에) 연기금 위탁 자산운용사들이 은행주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니 기관투자자의 수급도 취약해 외국인 보유 비중이 60~70%에 달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 지분의 다수가 외국인이라는 점도 배당 확대에 걸림돌이다. 자칫 국부유출이라는 여론이 나올 수 있어서다. 우리금융지주(40.57%)를 제외한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비율은 60~70%가 수준이다. KB금융(74.19%), 하나금융지주(71.87%) ,신한지주(63.65%) 순으로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다. 

다만 ‘주인없는 회사’인 금융지주 특성 상 해볼만하다는 견해도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한 과점주주를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도 지분 4% 이상씩 투자한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모 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금융지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사업적으로 파트너 관계를 모색한다”고 하면서도 “주주의 관점에서 은행이 배당성향을 늘리는 것은 당연히 반가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