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참사 막기 위해 바뀐 것들 [이태원 참사 100일]

기사승인 2023-02-05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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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참사 막기 위해 바뀐 것들 [이태원 참사 10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   사진=곽경근 대기자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참사’로 156명이 목숨을 잃었다. 참사가 남긴 상흔이 여전히 깊지만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기도 했다. 

5일 이태원 참사 뒤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는지 짚어봤다.

응급의료 골든타임 지킬 수 있도록… 법안 발의 봇물

국회에선 재난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발의가 잇따랐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재난의료지원팀(DMAT)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참사 당시 여러 응급 의료기관에서 DMAT을 출동시켜 현장에서 응급처치, 이송 등 활동을 수행했는데 여러 허점이 드러나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인 순천향대 병원에 우선순위가 아닌 사망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등 지휘체계에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명지병원 DMAT이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태우느라 재난 대응을 지연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최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재난의료지원반’을 중앙응급의료센터 등에 둘 수 있도록 하고 재난의료지원반의 업무, 인력구성, 업무방해 금지 및 벌칙 등을 신설해 신속한 현장 출동과 의료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DMAT 인력에 대한 업무방해 금지 및 이에 대한 벌칙도 규정했다.

응급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구조 행위를 유도하기 위한 법안도 국회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참사 당시 구급대원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등 응급처치에 나섰다. 그러나 현행법상 응급환자를 살리려다 사망할 경우 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위태로운 응급환자를 도울 수 있는 상황에도 구조활동을 회피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응급의료 면책범위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신현영·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닐 때 행한 응급의료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범위를 ‘사망’한 경우까지 확대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심리치료 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도 국회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뿐 아니라 참사 관련 영상과 사진이 광범위하게 퍼지며 상당수의 국민들도 여전히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국가 트라우마센터가 충분한 대응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적 근거가 미비할 뿐 아니라 만성적 인력 부족이 문제가 됐다. 권역별 트라우마센터는 현재 전국 4곳에만 설치돼 있어 재난 경험자의 접근성이 낮은 실정이다.

이에 국가트라우마센터 및 권역별 트라우센터 설립을 의무화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역할을 확대하고 국가계획 및 지역계획 수립 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지원 방안 수립 등 내용도 담겼다.

제2의 참사 막기 위해 바뀐 것들 [이태원 참사 100일]
쿠키뉴스 자료사진

‘안전’ 관심도 ↑… CPR 배우는 시민들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 강습을 진행하거나 연계하는 기관에 시민 문의가 급증하고, 실제로 교육을 듣는 이들도 늘어났다. 참사 뒤 CPR 교육을 수료한 김모(28)씨는 “참사 이후 언제든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나 친구를 살리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서 주저 없이 뛰어들어 CPR로 생명을 구한 시민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CPR 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이다. 질병관리청·대한심폐소생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PR은 심장이 멈췄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돕는 응급치료법이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 순환이 중단되는데, 뇌는 4~5분만 피가 차단돼도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어 4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0~11월 서울권에서 CPR 수강생이 5만75명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2021년 수강생은 1458명에 불과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 관심이 늘어난 면도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영향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수료증 유효기간은 2년이다. 5년마다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이 바뀌고 반복적으로 교육 받아야 응급상황에서 처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교육 받길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CPR 교육 관심도가 급증했었는데, 한동안 또 잊고 살았다”며 “참사 이후 반짝하는 관심이 아니라 평소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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