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 부동산PF 5년새 4배…시스템 리스크 촉발 가능성은

비은행권 금융회사 부동산PF 익스포저 115조↑
여전사 5년 전 비해 4.3배 급증
업계 “선순위·수도권 위주 사업장 위주 투자”
전문가 “영향 제한적”

기사승인 2023-03-30 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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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 부동산PF 5년새 4배…시스템 리스크 촉발 가능성은
한국은행
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사상 최대 수준을 찍었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비은행권 금융회사의 부동산 PF관련 익스포저는 대출 91조2000억원, 채무보증 24조3000억원 등 총 115조6000억원이다. 5년 전인 2017년 말에 비해 2.6배가 늘어났다.

2017년 말 익스포저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현재 각 업권별 익스포저를 지수로 환산하면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432.6, 저축은행 249.8, 보험사 204.8, 증권사 167.0이다. 여전사의 경우 5년 전과 비교해 익스포저가 4.3배로 급증했다는 뜻이다.

한은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사업추진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면서 PF대출 상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비은행권이 참여한 PF사업장의 리스크 수준은 지난 2020년 말 이후부터 거의 모든 업권에서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21년 말 이후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건설 및 부동산업 경영환경 악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분양주택은 지난 2021년 말 1만8000호에서 지난해 말 6만8000호로 늘었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3만5000건에서 1만5000건으로 감소했다. 건설중간재 가격지수(2015년 100 기준)는 135.4에서 143.8으로 올랐다.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액을 잔액으로 나눈 값)도 늘어나는 추세다.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9월 말 8.2%로 뛰었다. 같은 기간 여전사(0.5→1.1%), 저축은행(1.2→2.4%), 보험사(0.1→0.4%)의 연체율도 증가했다.
여전사 부동산PF 5년새 4배…시스템 리스크 촉발 가능성은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은은 “부동산 시장 위축이 장기화되면 사업이 중단되거나 부실화되는 PF 사업장이 늘면서 일부 비은행권 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사업장은 시행사, 대주단 등이 논의를 통해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과한 우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전사 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부동산PF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부동산PF에 투자한다고 해서 다 위험성이 높은 것은 선입견”이라며 “수도권 주거 형태의 사업장이고, 대출상환 순위가 높은 선순위 대출 계약이 큰 부동산PF를 진행했다면 상대적으로 노출 위험이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전사 중에서도 부동산PF 비중을 살펴보면 카드사보다는 캐피털사에 대부분 집중돼있다”면서 “캐피털사는 그동안 자동차 할부 대출이 주력 상품이었는데 은행이 여기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지난 2018년 이후부터 부동산PF를 많이 늘렸다”고 분석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여전사에서 촉발된 부동산PF 부실이 전 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전체 부동산PF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보험, 은행권보다 작고 은행의 자본건전성이 매우 튼튼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체 금융권이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액은 112조3000억원이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보험업권이 가장 많은 부동산PF 대출액인 43조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권은 28조3000억원, 여신전문회사 26조7000억원, 저축은행 10조7000억원, 증권 3조3000억원 순이다. 

신 선임연구원은  “설령 여전사에서 부동산PF 대출 부실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은행 시스템 리스크까지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국내 은행의 자본건전성이나 유동성이 현재 굉장히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