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되려다 ‘탈장’ 된다

과도한 고중량·고강도 운동→복압 증가→탈장 이어져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인대 이완해 예방”

기사승인 2023-05-30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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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되려다 ‘탈장’ 된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30대 직장인 A씨는 휴가철을 앞두고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해 탄탄한 몸을 유지해왔지만,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거치며 체지방이 늘고 근육량은 줄어 고강도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아랫배가 당기고 욱신거리는 증상을 느꼈다. 사타구니 쪽에서 혹처럼 불룩한 것도 만져져 결국 병원을 찾았고 ‘탈장’ 진단을 받았다.

탈장은 내장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복벽의 약한 부위로 밀려난 것을 말한다. 가장 흔한 형태가 사타구니 부위에 생기는 서혜부 탈장이고, 그 외에 대퇴와 아랫배가 만나는 부위에 생기는 대퇴 탈장, 수술 상처 부위에 생기는 반흔 탈장, 배꼽 부위의 약해진 부분을 통해 발생하는 제대 탈장 등이 있다.

그 중 성인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탈장이 서혜부 탈장이다. 서혜부 탈장은 주로 남성들에게 생기며 고강도 운동이나 만성 변비, 과도한 복부 압력, 흡연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단기간에 근육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운동을 하는 경우 탈장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운동을 많이 하면 근육이 발달해 탈장이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운동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복압을 상승시키는 동작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복벽에 균열이 생겨 탈장 위험이 높아진다.

명지병원 외과 박종섭 교수는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에는 적절한 호흡법과 올바른 자세를 통해 복부 내부 압력을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동 전에는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인대를 이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탈장 초기에는 해당 부위가 묵직한 느낌과 함께 통증이 동반된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오래 가지 않고 회복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탈장인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또 탈장 부위에서 만져지는 메추리알 크기 정도의 불룩한 덩어리도 손으로 누르거나 누워있으면 사라지기도 한다. 이처럼 증상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거나 명확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탈장이 일어나도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탈장 상태가 지속되고 심해지면 복부 장기 쪽 혈액 순환이 어려워지고 심한 통증과 출혈, 심지어는 장폐색 또는 괴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보이면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탈장은 복벽의 모양이 구조적으로 변한 것이므로 대개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박 교수는 “최근에는 그물 모양의 인공망을 사용해 복벽을 강화하고 지지하는 탈장 교정술을 많이 시행한다”면서 “복벽의 결손을 막아 이탈한 장기를 제자리에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인 탈장은 복벽이 약해져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재발을 막기 위해 서혜부 복벽 바닥을 교정해 강화시켜 준다”며 “과거에는 복부를 절개하는 개복수술을 통해 탈장을 치료했으나, 최근에는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을로 교정술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