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협상 타결에도…글로벌 불확실성 ‘여전’

디폴트 해소에도 문제는 ‘산재’
美 공화당, ‘부채한도 합의한’ 강경 비판
미 국채 발행 쇄도 가능성 有…“시중 유동성 축소, 금융시장 부담”
인플레이션 고착화도 ‘우려’
증권가 “통화정책 불확실성 지속”

기사승인 2023-06-01 06: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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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채한도 협상 타결에도…글로벌 불확실성 ‘여전’
좌측부터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부채한도 인상을 위한 협상이 최종 합의를 이뤘다.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를 해소한 것이다. 다만 불확실성은 곳곳에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협상 타결 이후 단기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면 시중 유동성에 충격을 줄 여지가 존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고착화도 우려된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강도에 대한 시장 기대감 조정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 운영위원회는 부채한도 상향 조정 합의안을 7대6으로 가결시켰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메카시 하원의장은 채한도 인상 타협안에 최종 합의했다. 미 재무부가 선정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인 오는 6월5일을 앞두고 결정적인 고비를 한 번 넘어선 셈이다.

이번 합의안은 향후 2년간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31조4000억달러 규모로 상향하는 대신 2024년 회계연도 지출은 동결하고, 이듬해에는 예산을 최대 1%만 증액하는 상한을 둔 것이 골자다. 또 공화당의 요구대로 푸드스탬프(식량 보조 프로그램) 등 연방정부 복지 수혜자에 대한 노동 의무 요건도 강화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합의안에 대한 공화당의 내부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번 합의 후 미국은 계속 파산으로 향할 것”이라며 “향후 1년 반 동안 4조 달러를 증액한다는 것은 엄청난 지출”이라고 비판했다.

미 하원은 31일 예정된 전체 회의에서 합의안의 법안 표결을 앞두고 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하원 전체 435석 가운데 과반인 218표가 필요하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의 반대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긍정적인 전망만을 내비칠 순 없다.

법안이 통과되어 부채한도 협상 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문제는 존재한다. 미 재무부 곳간을 채우기 위한 국채 발행이 한꺼번에 쇄도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신규 국채 발행 규모는 1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시중 유동성에 충격을 줄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국채 발행이 재개된다면 수급적인 측면에서 금리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국채 발행에 따른 시중 유동성 축소 등이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금리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어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 국채 발행 규모는 올해 3분기 말까지 1조달러가량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은행 부문의 유동성은 빠르게 고갈된다. 단기 대출 이자도 상승할 여지가 있다. 결국 미국 경제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Bofa는 이같은 대규모 국채발행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린 것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미 은행권의 불안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 은행권 사태는 예금인출 확대와 자금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여전히 불안이 잠재함을 시사한다. 은행의 단기 조달비용을 나타내는 초단기 금리(FRA-OIS) 스프레드는 은행권 불안 이전(올해 1~2월 평균) 12bp에서 지난달 13일 32bp로 2.7배 급등했다.

이는 다방면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재택근무 증가에 따른 입주율 하락 등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지난해 4분기 18.7%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17.6%)을 상회했다. 미국의 4대 상업은행인 웰스파고는 지난 4월 부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지난해 12월 이후 50% 가까이 증가한 15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향후 대출과 신용 조건이 엄격해질 시 상업용 부동산 관련 연체와 채무불이행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에 의하면 상업용 부동산과 제조업계 대출은 은행 전체 대출의 3분의1로 추정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발표자료에 따르면 미 은행의 숨은 손실은 2조달러에 달한다. 미 상업은행 전체 자본금의 95% 손실로 유추된다. 부채가 자산가치를 상회하면 상업은행의 지급불능으로 이어진다. 뱅크런에 따른 은행 파산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애기다.

여기에 더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정체로 인플레이션 고착화도 우려된다. 탄력적인 소비로 인해 물가는 느린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 지난 4월 근원 PCE 물가는 전년 대비 4.7% 올랐다. 시장 예상치인 4.6%를 상회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4.6~4.7%에서 경직된 모습이다.

물가 고착화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는 미시간대 향후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이다. 5월 미시간대 5년 후 기대인프레이션은 3.1%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중기 기대인플레이션의 반등은 물가가 빠르게 내려오기 힘들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PCE 발표 직후 시장에서 판단하는 미 연준의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60%대로 높아졌다. 은행위기 이후 3.7%까지 떨어졌던 미국 2년물 금리도 4.6%까지 올랐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주 연준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에서 점점 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물가와 금리에 대한 답을 노동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 미국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에 역대 최저치인 상황에서 고용시장의 경우 연준의 예상과 다르게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론적으로 고용시장 내 수급불균형이 느리게 완화되는 상황에서 빠르게 악화하긴 쉽지 않아 경기 및 물가도 완만하게 둔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이와 함께 연준의 통화 긴축 강도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조정받아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