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UN 비상임이사국 진출…‘서방국가 vs 중·러’ 진영대결

한국 11년 만에 비상임이사국 합류
‘북·중·러’ 한국 외교에 무력시위
신율 “192개국 중 180표…외교의 성과”

기사승인 2023-06-08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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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UN 비상임이사국 진출…‘서방국가 vs 중·러’ 진영대결
국제연합(UN) 본부 총회의장.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국제연합(UN)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되면서 안보리 이사국 내에서 서방과 중·러 간 진영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을 기반으로 한·미·일 3국이 뭉치면서 이에 대응해 중·러도 협력을 과시하고 있다.

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은 11년 만에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192개국 중 180표의 찬성을 받아 선출됐다.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을 맡은 것은 이번까지 각각 1996~1997년, 2013~2014년, 2024~2025년으로 총 3번이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정책’에 방점을 찍고 각국과 협력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미국과 일본, 캐나다, 독일,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인도,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영국, 태평양 도서국 등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각국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UN 비상임이사국 선출에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상임이사국인 미국을 필두로 일본과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으로 합류하면서 3국 협력이 공고해지자 대립관계에 있는 상임이사국 중국도 러시아와 북한과 함께 대응에 나섰다.

韓, UN 비상임이사국 진출…‘서방국가 vs 중·러’ 진영대결
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지난 31일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로 발송한 위급재난문자.   휴대전화 갈무리

북·중·러 미사일에 전투기 무력시위


중국과 러시아는 G7회의가 열리자 비판 성명을 쏟아냈다. 중국은 지난달 20일 논평을 통해 “G7은 중국의 우려에도 중국 관련 의제를 멋대로 다루고 내정 간섭했다”며 “G7이 대만 해협의 평화를 말하지만 대만 독립반대는 말하지 않는다. 대만독립 세력에 대한 묵인과 지지를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지난달 21일 성명을 내고 “G7 국가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대해 회의장을 선동 쇼로 만들었다”며 “반러시아와 반중국 정서를 부추기고 세계 질서의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열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정상을 초청해 37조의 원조계획을 발표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무력도발도 이어졌다. 한국의 외교 마라톤이 끝나자 북한은 지난달 31일 남측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 이 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기술이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7일 한국의 UN 비상임이사국 선출 직후 군 전투기 합동비행으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를 침범하는 등 무력시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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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일 ‘인태전략’ 강화


한국과 일본이 UN 비상임이사국에 참여하면서 기존 인태전략에 더 힘이 실릴 예정이다. 인태전략은 중국의 해양전략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공급망 재편 등으로 중요도가 올랐다.

중국은 도련선을 기준으로 태평양 해상권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련선은 중국 해군의 활동반경으로 제1도련선은 일본과 대만, 필리핀 인근 해역을 규정하고 있다. 

제2도련선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과 일본 인근 바다 대부분과 필리핀 해역 전부가 중국 해군 영향권에 포함된다. 마지막인 제3도련선까지 계획이 실행될 경우 미국의 50번째 주인 하와이와 인근 섬들이 위협받게 된다.

중국이 반도체에 사용되는 희토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공급망 규제를 만들자 G7은 베트남을 회의에 초대했다. 베트남은 러시아와 관계가 우호적이고 국내 희토류 매장량이 커 중국의 희토류 견제와 러시아 교역에 압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방국가들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주의 행보를 막기 위해 인태전략 협력에 나섰다. 캐나다와 영국, EU, 독일 정상들은 한국과 정상회담에서 중·러 견제를 암시한 인태전략 강화를 약속했다.

전문가는 한국의 UN 비상임이사국 진출이 한·미·일 3국 공조 강화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임이사국 192표 중 180표는 얻기 쉽지 않은 표수로 외교를 잘 풀어갔다는 평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비상임이사국인 일본과 새로 비상임이사국에 우리나라가 합류하면서 한·미·일과 중·러 대결구도로 진입했다”며 “(비상임이사국 투표에서) 192개국 중 180표를 얻은 것은 외교를 잘해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세 나라의 공조가 강화한 상태에서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에 합류하면서 세 국가가 모두 UN 안보리 이사국이 된 것은 의미가 있다”며 “UN 안보리 내에서 여러 가지 공조 강화를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국이 UN 비상임이사국에 합류해서 당장 인태전략이 강화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서방국가와 중·러 대결구도가 강화될 경우 인태전략 강화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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