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불의 섬’ 당신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기사승인 2023-06-10 0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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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불의 섬’ 당신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여자들이 여자들과 사랑에 빠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사이렌: 불의 섬’(이하 사이렌)이 지난달 30일과 이달 6일 전·후반부를 각각 공개한 뒤 벌어진 일이다. 강인한 신체를 가진 여자들이 승부욕을 불태우며 몸으로 맞부딪칠 때, ‘사이렌’은 생존 예능이자 스포츠 만화, 그리고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된다. 방송은 끝났지만 ‘덕질’은 지금부터다. 소방팀 현아 언니의 돌격에 손뼉을 치다가도 민선 언니의 전완근에 ‘심쿵’하는 당신, 경애 언니의 눈빛을 보며 마음에 화상을 입고 수련 언니의 쓴웃음에 오열하는 당신, 한쪽 입꼬리만 올린 혜리 언니의 미소와 은미 언니의 도끼질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당신까지 모두 모이시라. 아래 기사와 함께 ‘최애(가장 좋아하는) 팀’을 가릴 기회이니.



‘사이렌: 불의 섬’ 당신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사이렌’ 스틸. 경찰팀이 깃발을 들고 갯벌을 건너는 모습. 넷플릭스

경찰 – 김혜리·이슬·서정하·김해영

1㎞를 걸어간 무인도. 도착 첫날부터 맨몸으로 갯벌을 가로질렀다가 60㎏짜리 깃발을 들고 다시 돌아오는 미션을 소화한 참가자들은 기진맥진한 채로 기지에 들어선다. 그대로 뻗어 버려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데, 경찰팀은 다시 몸을 움직인다. 저기, 선생님들, 방금 갯벌 2㎞를 걷고 온 것 아닌가요. 경악할 틈도 없이 리더 김혜리가 말한다. “직업병인지 모르겠는데, (다른 팀 기지를) 파악해야 저희도 마음 편하게 잘 수 있겠더라고요.” 상대 팀원들 호칭을 흘려듣지 않은 덕에 가장 먼저 각 팀 기지 위치를 파악한 데서, 작은 흔적조차 사건 해결의 단초로 삼아온 ‘짬’(경력)이 느껴진다. 점령당한 기지를 살펴보며 앞선 승부를 복기하는 모습에선 크고 작은 오답들을 거치며 범인을 찾아가는 경찰의 일상이 그려진다. 최소 두 팀이 자신들을 공격하리라는 것을 예감하면서도 “수비만 하는 건 우리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경찰팀은, 다른 여성 경찰들이 그렇듯 부딪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을 단련해왔다. 싸움은 짧았지만, “남경들은(에겐) ‘형사님’ 하는데 저한테는 ‘아가씨’(라고 한다). 아가씨 아니고 형사다”라는 경찰팀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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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스틸. 스턴트팀이 군인팀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넷플릭스

스턴트 - 김경애·이서영·조혜경·하슬기

위험에 몸을 내던지는 것이 사명인 직업을 가졌기 때문일까. 스턴트팀은 하나 같이 겁이 없다. 호전적인 군인팀을 두고 “군인 언니들 왜 이렇게 쫄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 바로 스턴트팀이다. 맞고 싸우고 뛰어내리기를 밥 먹듯 하던 이들은 불의 섬에서도 계산기를 두드리기 전에 일단 몸으로 부딪친다. 팀원 네 명이서 운동선수팀과 소방팀 연합에 맞서 깃발을 지켜야 했던 두 번째 기지전. 육탄전을 망설이지 않고 방어보다 공격이 우선인 스턴트팀은 수적인 열세에도 기어코 상대 연합 깃발을 두 개나 뽑아낸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팀원이 탈락하고, 양쪽에서 국가대표 카바디 선수와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가 압박해오는 와중에도, 리더 김경애는 악으로 깡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어쩌면 그것은 촬영마다 새로운 장면을 소화하며 “‘어떡하지?’ 할 때 ‘야, 그냥 해’ ‘괜찮아, 돼’”를 몸으로 경험했기에 가능한 투지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언니들, 구호를 외치는 폼 또한 예사롭지 않다. 최후라고 판단한 순간 목을 놓아 “감자”(연합 맺은 군인팀을 부르는 구호)를 외칠 때, 시청자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손에 땀을 쥔다.

‘사이렌: 불의 섬’ 당신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사이렌’ 스틸. 우물 파기 미션 중인 군인팀. 넷플릭스

군인 - 김봄은·강은미·이현선·김나은

주변에서 “특이한 살기가 있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호전적인 태도와 “말할 게 없다. 우리가 1등”이라는 자신감, 걸핏하면 웃옷을 벗어젖히는 호방함은 물론, 게임에서 공격을 받고도 우승한 것처럼 함성을 내지르는 패기까지. 이 모든 것을 갖춘 군인팀은 다른 어떤 팀보다 호불호가 강하게 나뉜다. 제 707특수임무단 출신인 강은미는 틈만 나면 “죽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인간 정보’로 불리는 병원에서 다른 출연자들의 진료 내역을 보는 데 망설임이 없다.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면 연합팀의 도움 요청을 외면하고 심지어 ‘사이렌’ 규칙 일부를 어겨 핸디캡을 받았을 만큼, 군인팀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매 순간 사회가 정의한 ‘여성스러움’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군인팀은,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뭇 여성들을 팬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가수 나훈아는 말했다. 슈퍼스타는 ‘빠’(팬)와 ‘까’(안티 팬)를 동시에 미치게 만든다고. 그 말을 ‘사이렌’에 적용하면 여섯 팀 중 슈퍼스타는 단연 군인팀이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이 특히 좋아했을 법한 ‘어그로력’(상대의 심리를 자극하는 능력)의 소유팀이지만 오해는 마시길. 경쟁 팀을 향해서도 “멋있다” “좋아, 나이스” “끝까지”를 외치는 군인팀은 그저 승부의 맛을 아는 언니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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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스틸. 경호팀이 깃발을 들고 갯벌을 건너는 모습. 넷플릭스

경호 – 이수련·황수현·이은진·이지현

어쩌면 경호팀은 처음부터 가장 불리한 조건으로 ‘사이렌’에 임했는지 모른다. 움직이기 불편한 정장을 입고 갯벌을 건널 때부터 그랬다. 가장 고립된 기지를 배정받은 탓에 수비와 공격 모두에 불리했던 경호팀은 ‘사이렌’ 열혈 시청자에겐 아픈 손가락 같다. 그러나 가장 경호팀은 불평하거나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는다. 리더 이수련은 기지 배정 뒤 리더 이수련은 “처음부터 쉘터(를 기지로)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물 파기 미션 도중 두 번이나 흙 채우기 공격을 받고도 수상할 정도로 미소를 잃지 않는다. 압도적인 지리적 약점을 해결하는 열쇠는 지략이다. 이수련은 각 팀의 수세와 관계를 파악해 군인팀에 손을 내민다. 재밌는 건 이때부터다. 연합이 더 간절한 팀은 군인 쪽인데도 경호팀은 군인팀을 “보호해주고 싶다”고 한다. 군인팀의 기지가 점령당한 후엔 “(우리가) 좀 더 빨리 갔다면…. 얼마나 우리를 기다렸을까”라며 미안해하기도 한다. 자신을 바쳐 다른 사람을 지켜온 이의 직업병이란 이런 걸까. 경호팀은 지키기 위한 싸움을 했다. 그렇기에 분량은 적어도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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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스틸. 소방팀 정민선은 “센 놈이랑 붙자”며 대결 상대로 군인팀을 골랐다. 넷플릭스

소방 - 김현아·정민선·김지혜·임현지

소방팀 리더 김현아는 “닥치로 돌격”을 의인화한 듯한 인물이다. 출연자 대부분 탐색전을 벌이던 첫 기지전에서 가장 먼저 상대에게 돌격한 이도, 연합 팀에게 수비 깃발을 양보하기로 약속하고도 가장 위험한 자리에서 돌격한 이도, 세계 대회에서 금메달을 몇 개나 딴 국가대표 유도선수 김성연을 상대로 돌격한 이도 모두 김현아다. 탈락할 두려움이나 부상의 고통 따위 처음부터 모른다는 듯이 돌격하는 그를 보며 ‘언니 제발 몸 좀 사리세요’라고 안타까워하던 찰나, 한 시청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글이 마음을 울린다. “이리저리 자기 실리 따지고 확률 따지는 사람이면 남 구하겠다고 불난 집 뛰어드는 짓 못하겠다 싶어서 그냥 존경하기로 했음.”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명 하나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 긍지와 투지가 얼마나 대단하고, 얼마나 포기하지 않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싸웠기에, 소방팀은 기꺼이 “센 놈이랑 붙자”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 게다가 그 ‘센 놈’과 붙기로 한 경기가 소방팀의 사명인 불 끄기라니,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배신과 야합이 생존 법칙으로 숭배받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에 지친 시청자라면, 긍지와 투지로써 살아남는 소방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이렌: 불의 섬’ 당신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사이렌’ 스틸. 운동팀 김성연이 우물을 파는 모습. 넷플릭스

운동선수 - 김희정·김성연·김민선·김은별

귀여움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킨다. 국가대표 여섯 명이 모인 운동선수팀도 그렇다. 파이팅 구호 제안을 “우리 그거 발이나 하자, 발”이라는 말로 얼렁뚱땅 대신할 때, 활동 칼로리로만 1인당 1000칼로리 이상씩 쓰고도 토마토 하나에 행복해하거나 배고픔에 지친 나머지 삼겹살 구워 먹는 시늉을 진지하게 할 때, 감자라도 구워 먹었는지 입 주변에 숯 검댕을 잔뜩 묻힌 채로 전략회의를 할 때도 운동선수팀의 무해한 귀여움은 시청자와 다른 다섯 팀을 무장해제시켰다. 상대를 향한 적대감 없이 승부에 임하기에, 운동선수팀은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경쟁 상대와 우정을 나눌 수 있다. 사다리가 없으면 팔 힘으로 지붕에 오르고, 소모한 칼로리만큼 돈이 쌓이면 3만평 규모의 섬을 뛰어다니고, 바닥에 떨어질 땐 무의식적으로 목을 올려 머리를 보호하는 운동선수팀은 몸으로는 못할 일이 없다는 쾌감을 시청자에게도 선사한다. 7박8일 간의 격전 끝에 이들에게 주어진 건 ‘출발’이라는 메시지였으니, 시즌2 제작을 격하게 기다려 본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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