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새만금 예산 회복 ‘판이한 두 장면’

전북인 5천명 국회 모여 ‘새만금 살려라’ 처절한 외침
한덕수 총리 다음날 새만금 방문해 ‘새만금 가능성 확신’

입력 2023-11-13 10: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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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시선]새만금 예산 회복 ‘판이한 두 장면’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주 국회와 새만금에서는 새만금 예산 회복을 놓고 ‘야누스’와 같은 두 장면이 펼쳐졌다. 지난 7일 오후 2시 새만금 사업과 예산 정상화를 촉구하는 전북인들의 성난 목소리가 국회에 울려 퍼졌다.

전북도의회와 10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새만금 국가사업 정상화를 위한 전북인비상대책회의’,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경기ㆍ인천 전북도민총연합회, 새만금 정상화 재경전북인 14개 시·군 비상회의 등 5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총궐기대회가 도민과 출향인 5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것이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터무니없이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78% 삭감해 30년 넘게 진행해 온 국가사업을 팽개쳤다며 삭감한 예산을 원상회복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9월7일 민주당 전북도당 주최로 국회에서 2천여명이 모여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모두 삭발하는 1차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윤석정 새만금정상화 비상대책회의 상임 대표는 “오늘 우리는 참담한 마음으로 예산 폭거를 세상에 알리고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500만 전북도민의 명령을 받고 국회에 왔다”고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대선 후보시절 ‘새만금사업이 속도를 내야 한다’ ’새만금에 기업들이 바글거리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예로 들며 “새만금 예산이 복원돼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참가해 힘을 보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새만금 사업은 노태우 정부 이후 계속된 국책사업으로 어느 정부든 이 사업을 축소하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예산을 깎을 때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새만금은 그간 문제가 없었고, 유일하게 지적된 것이 잼버리였다”며 새만금 예산 복원을 위해 끝까지 전북도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전북인들의 처절한 외침이 있던 다음날인 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새만금에 왔다. 국가산업단지 3·7공구 조기 매립 착공식에 참석한 한 총리는 “새만금 국가산단을 제1호 투자진흥지구와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했다”면서 “새만금 국가산단 조기 매립은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의 전초기지로서 새만금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첨단 전략산업 중심지로서 새만금의 가능성을 굳게 확신하고 있다”며 “새만금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과 함께 입주기업 지원과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당장 필요한 사업들에 대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만금 산단 3·7공구 매립공사는 총 3.81㎢로 2025년 착공 예정이었으나, 새만금 입주 희망 기업들이 급증하자 착공 시기를 1년가량 앞당겼다. 현재 분양 중인 새만금 국가산단 1·2·5·6·공구 산업 용지(5.3㎢)의 분양률은 84%에 달하고 있다.

또 새만금에 민자 유치를 통해 챌린지 테마마크가 들어선다. 챌린지 테마파크는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일대 8만 1322㎡(2만 5천평) 규모의 부지에 휴양콘도미니엄 150실, 단독형빌라 15실 등 관광 숙박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민간에서 1443억원을 투자해 2026년 말 완공과 2027년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연내 착공될 예정이다.

정부는 산업단지에 민간투자 유치도 더욱 확대하겠다고 한다. 현재까지 결정된 민간투자는 7조 8000억원 규모이고, 올해 말까지 이차전지 기업 등 모두 1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 유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내년도 새만금 관련 SOC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정부의 청사진이 실현될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공항이나 항만, 고속도로 연결도로망 등이 불투명한 새만금에 투자에 적극 나설 기업이 있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은 박근혜정부 시절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중경제투자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중국은 연태시가 지정돼 서로 교류하고 양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당시 연태시장이 새만금을 방문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새만금은 SOC가 전혀 되어 있지 못한데 연태시는 잘 갖추어졌다’며 연태시의 우월성을 강조하기도 한 아픈 기억도 있다.

그만큼 SOC 등 기반 시설은 기업들이 생산 활동을 하기 위한 기본 시설이며 SOC는 기업 유치의 필수조건이다. 이차전지업체 등 7조 8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새만금은 지금이 SOC 예산을 집중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새만금을 찾은 한 총리의 의지 표명이 과연 진정성은 있는지, ‘면피용’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새만금 예산 회복이 그 답이 될 것이다. 

국회가 본격적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돌입했다. 이제는 전북 정치권이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는 전북 국회의원 중 국민의힘 이용호, 민주당 김수흥, 이원택, 양경숙 의원이 들어가 있고 전북 연고 국회의원으론 국민의힘 이용, 조수진, 민주당 진성준, 한준호 의원도 참여하고 있다.

전북도민과 출향 도민들이 힘을 모아준 만큼 새만금 예산 회복은 이제 정치권의 몫이다. 민주당은 약속대로 새만금 예산의 복원 여부를 국가 예산 통과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정부와 여당은 예산 회복에 대한 분명한 답을 주어야 한다. 

매년 법정기일 안에 의결한 적은 없지만 국회 예산 처리시한은 12월 2일까지다. 불과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30년 넘게 8명이 터덕거리던 새만금이 이제야 조금 궤도에 오르려 하는데 심하게 들어온 ‘윤 정부의 태클’이 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 

전북인들은 새만금 예산이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는 여야의 정쟁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이중성’을 벗고 전북인의 기대와 열망이 오롯이 새만금 예산 전체 복원으로 결실 맺어지기 바란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