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놓고 갈린 ‘동-서’…정치권‧사회단체 ‘술렁’

서부권, 섬 밀집 고령화 의료‧경제 여건 열악 34년 열망 지역 균형발전 위해 필요
동부권, 전남지역 경제‧인구 중심‧정주여건 우수‧글로컬30 선정 순천대 적합

입력 2024-04-03 16: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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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의대 놓고 갈린 ‘동-서’…정치권‧사회단체 ‘술렁’
지난 3월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유치 방향이 ‘통합의대’에서 공모를 통한 ‘단일 의대’로 변경되면서 동-서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영록 지사는 “국립의대 신설은 도민의 자부심과 명예를 걸고 상생과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건전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며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는 것은 의대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 지사의 담화문 발표 직후 박홍률 목포시장은 “전국 최고의 의료 취약지인 전남 서부권의 거점대학인 국립 목포대학교에 의과대학이 반드시 유치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시장은 “전남 서부권은 중증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에 취약한 지역으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치료 가능 사망률이 무려 5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 서부권의 인구소멸을 막고 동서 지역 간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도 의료와 경제가 열악한 전남 서부권 국립목포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1990년 10월 17일 목포상공회의소는 목포‧장흥‧강진‧해남‧영암‧무안‧함평‧완도‧진도‧신안군 등 10개 시‧군 상공인들과 함께 정부에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신설을 건의했다”며 국립의대 신설의 34년 숙원을 설명했다. 

또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에 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신설이 반영됐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목포대학교를 지정해 용역을 시행한 사실도 강조했다.

2019년 교육부 주관으로 국립 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시행했고, 대학병원 설립 B/C 1.7, 생산유발효과 2조4335억 원, 고용 유발효과 2만3355명이라는 높은 경제적 타당성이 입증된바 있다.

목포대학교도 전남도의 공모방침에 대해 우려와 실망감을 표했다.

박정희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추진단장은 “외부기관에 전남 의대 입지를 결정토록 한다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과 낙후지역 의료공백 해소라는 도민의 뜻을 외면하고, 입지 선정에 대해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매우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단장은 “전남도가 주도적으로 지역 의료수요를 파악해 신설 의과대학 입지를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지역 의료실정을 잘 모르는 외부기관에 그 결정을 맡긴다는 것은 동·서부권 갈등을 증폭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목포대는 34년 전부터 의료에서 소외된 농어촌과 섬 주민들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의과대학 신설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면서 “발전된 도시의 응급환자를 대응하자는 게 의과대학 유치 논리가 아니었다”고 지적하고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의 의료수요는 결코 공모 절차에서 언급한 평가 기준에 따라 등가로 다루어질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동부권은 동부권 대기업들과 함께 응급외상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전남대 여수캠퍼스에 전남대 병원 분원을 설치하는 등의 정책적 대안이 있는 반면, 서부권은 목포대 의과대학 설치 이외에는 정책적 대안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고, 전남도 차원의 정책적 결정을 촉구했다.

국립의대 놓고 갈린 ‘동-서’…정치권‧사회단체 ‘술렁’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일 “어느 대학으로 전남도 국립의대를 설립할지 공모를 추진, 최대공약수로서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 방안을 내도록 하겠다. 통합의대는 국립의대 설립 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

‘통합의대 설립 반대’와 ‘목포대 의대설립’을 요구해 왔던 목포청년100인포럼도 3일 성명을 내고 “김영록 지사는 공모라는 꼼수로 난제를 넘어가려 하지 말고 ‘군공항 무안공항 이전’처럼 ‘의대는 목포대’라는 결단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포럼은 김 지사를 향해 “공모 결정은 전남 국립의대를 순천으로 주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공신력 있는 업체에 맡겨 결정하겠다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자신은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간 국가나 지자체의 공모 과정을 보면서 공모방식의 결정이 공정한가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관 신설 공모는 해당 지자체에서 얼마나 많은 대응투자를 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결정요소가 됐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럼은 의대와 대학병원 설립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에서는 전남도에 막대한 대응투자를 요구할 것이라며, 전남도와 나주시가 한전공대 유치를 위해 총 2000억 원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전남도 역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지역에 더 높은 점수를 줄 것이고, 인구수와 지역경제력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쇠락한 목포의 입장에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면서, 성경과 달리 현실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녹색정의당 목포선거구 박명기 후보도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지사의 공모 추진 계획은 어떠한 법적 권한도 없다며,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불필요한 정치행위로 즉각 공모계획을 철회고, 준비된 목포대 의과대학 설립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진보당 목포선거구 최국진 후보와 영암‧무안‧신안 선거구 윤부식 후보는 공동성명을 내고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전남 동‧서부권에 각각 의과대학 1곳씩 설립을 요구했다.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이성수 후보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반면 순천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전남지역 의과대학 신설 추진 약속 직후부터 순천대 유치를 주장해 왔다.

전남 의과대학 신설에 대한 입장을 통해 인구 밀집도가 높고 전남 제조업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산업재해 대비 재활, 외상센터 등 공공의료 시스템이 절실한 전남 동부권에 국립 의과대학 신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컬30 국립순천대학교는 의과대학 유치에 가장 적합한 대학이고, 이미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배후도시인 ‘순천 신대지역’에 의료 부지를 확보 해두는 등 의대 신설은 순천대학교를 중심으로 풀어야 한다는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순천대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장점검, 타당성조사를 반드시 거쳐 전남도민들이 납득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관규 순천시장도 순천대학교의 입장과 함께하면서 ‘순천대 중심 추진’을 주장해 왔다. 노 시장은 특히 전남도의 통합의대 설립 추진에 대해 “순천대 단독으로 유치해야 한다. 공동의대는 대통령 말씀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백히 했다.

순천·광양·곡성·구례갑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동부권은 서부권에 비해 인구가 41%나 많다”며 “지역 의료 공백의 가장 큰 문제인 의료인력의 수도권 이탈인데, 순천은 전남지역에서 정주하기 가장 좋은 도시”라고 주장했다.

김형석 국민의힘 후보도 단일의대 설립을 환영하고 “순천에 의대가 유치되면 글로컬 대학 선정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AI, 우주항공, 첨단 바이오산업 등 4차 산업 혁명시대에 걸맞는 인재 육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키워야 한다”면서 “의대 설립은 정치 논리가 아닌 주민들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립 의과대학 유치를 두고 동-서가 분열 조짐을 보이면서 김영록 전남지사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해낼지 주목된다.

무안=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