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저수지 살인’ 21년 만에 궐석 재판으로 재심 시작

5월 차량 인양 증인신문‧6월 법원 명금저수지 현장검증 예정

입력 2024-04-18 11: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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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저수지 살인’ 21년 만에 궐석 재판으로 재심 시작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 지난 2일 사망한 ‘진도 명금저수지 살인사건’ 장모(66)씨에 대한 재심이 본격 시작됐다. 대법원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 지난 2일 사망한 ‘진도 명금저수지 살인사건’ 장모(66)씨에 대한 재심이 본격 시작됐다.

17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형사1부(박현수 재판장)는 살인죄로 형이 확정돼 무기수로 복역 중 지난 2일 숨진 장씨의 재심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법원은 다음 달 22일 당시 차량 인양에 참여했던 해병대전우회 회원 등 2명에 대한 증인신문에 이어 6월 3일 오후 4시부터는 사건이 발생했던 명금저수지 일원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장씨는 2003년 7월 9일 밤 8시 39분경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 교차로에서 1톤 화물트럭을 저수지로 추락시켜 조수석에 탄 아내(당시 45세)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경찰은 장씨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장 씨의 부인 명의로 여러 건의 보험이 가입돼 있어 사망시 8억8000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것에 주목해 ‘보험금을 노린 살인’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는 사건 발생 2년 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최종 확정받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장씨는 2009년, 2010년, 2013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후 2021년 네 번째 재심청구만에 2022년 9월 법원이 ‘수사 위법성’을 인정하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그러나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에 막혀 1년여가 지난 올 1월 대법원이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재심이 최종 확정됐다.

군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장씨는 재심확정 후 재판을 앞두고 해남교도소로 이감되는 과정에서 급성백혈병이 확인돼 교도소 인근 종합병원에서 치료 중 지난 2일 사망했다. 이날은 장씨의 형 집행정지일이었다.

이번 재심확정은 2017년 충남경찰청 서산경찰서 소속 A 경감의 조사 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장씨의 동생과 알고 지내던 A 경감은 당시 ‘형이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니 한 번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2년여에 걸쳐 소송기록과 사고장소 등을 조사한 A 경감은 2020년 6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사관이 가혹행위를 하며 사건을 조작, 16년째 옥살이를 하는 무기수가 있어 현직 경찰관이 수사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현직 경찰관이 경찰과 검찰의 부당 수사를 주장하며 올린 글이라 당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다.

글에서 A 경감은 “경찰은 엉터리 현장조사와 허위공문서 작성, 검찰은 욕설과 구타 등 가혹행위와 끼워맞추기로 수사를 조작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A 경감은 장씨가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점과 사회생활에 약간 부족하고,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수사기관이 장씨를 보험사기라는 지능범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사고 당시 많은 비가 내렸고 졸음운전을 하다 저수지 경고표지판을 들이받으며 저수지로 추락해 함께 타고있던 아내가 사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128km였고, 경고표지판을 충격한 정황이 소송기록에 모두 나와 있음에도,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은 시속 55.56km로 운행했다는 엉터리 속도 분석을 내놓았다는 점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급박한 상황이었음에도 검찰은 장씨가 아내의 가슴과 복부를 눌러 살해하고 혼자 탈출했다고 끼워 맞춘 후 가혹행위를 해 자백을 강요하고 허위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검사와 주사보들이 강제로 지장을 찍게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해남=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