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찌모찌(もちもち, 쫄깃)해요.”
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최대 번화가인 다케시타 거리. 인파 속에서 강렬한 빨간 간판이 시선을 붙잡는다. ‘분식(BUNSIK) K-STYLE NOODLE BAR’, 농심 ‘신라면 분식’ 매장이다.
지난 16일 매장에서 만난 마미에씨(42)는 신라면 2봉지를 구매해 즉석조리기로 끓여 먹으며 “일본 라면과는 다른 쫄깃한 식감”이라고 말했다. 벌써 네 번째 방문이라는 그는 “25년 전 처음 먹었을 땐 너무 매웠는데,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농심이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글로벌 2호점이자 아시아 첫 매장이다. 회사는 지난해 4월 페루 마추픽추 1호점을 시작으로 일본 하라주쿠, 베트남 호찌민,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 터미널 1까지 총 4개 글로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매장 안은 방문객들로 붐비며 체험형 공간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라면 수프 향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붉은 선반에는 신라면과 볶음면, 너구리, 김치볶음면 등 익숙한 제품들이 층층이 쌓여 있고, 진열대를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한국어와 일본어가 뒤섞여 들렸다.
매장 한쪽에는 ‘한강 라면’ 방식의 즉석조리기가 길게 늘어서 있다. 방문객들이 봉지 라면을 고른 뒤 기계 앞에 서서 직접 끓여 먹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장면이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하나의 체험으로 소비되는 분위기다. ‘보글보글’ 라면 끓는 소리와 함께 김이 오르자, 곳곳에서 카메라 셔터음이 이어졌다. 방문객들이 완성된 라면에 김치나 토핑을 더해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후 4시,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이지만 매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일본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 각자 끓인 라면에 김밥과 음료를 곁들여 먹고 있었다. 일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할 정도로 한국 분식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단노 유미씨(25)는 “오늘 처음 신라면 매운맛을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고, 매운 카레라멘 같은 느낌”이라며 “K-콘텐츠를 보고 한국 라면에 관심이 생겼고, 너구리 캐릭터가 귀여워서 더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신라면 40주년…정체된 일본 라면시장 흔든 ‘매운맛’
이런 체험형 매장을 앞세운 전략은 신라면의 글로벌 확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출시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대표 K-라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은 “일본에서 농심이라는 회사명을 아는 비중은 아직 20% 수준이지만, 신라면은 대부분 알고 있다”며 “브랜드 인지도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만큼, 이제는 현지 식문화 속으로 스며드는 단계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라면 브랜드의 국내외 매출은 1조5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1조150억원으로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1991년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온 스테디셀러가 40여 년 만에 ‘세계 상품’으로 확장된 모습이다. 성장의 무게중심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내수 중심 브랜드에서 벗어나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고,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판매되며 K-푸드 확산의 선봉에 섰다. 라면 체험 공간인 ‘신라면 분식’ 매장 역시 주요 관광지와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확대하며 브랜드 접점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김 법인장은 “최근 일본 라면 기업들이 출시하는 제품 대부분에 ‘매운’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매운맛 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미소·쇼유 등 기존 일본 라면 시장은 성장세가 정체된 반면, 현재 일본에서 성장하고 있는 카테고리는 매운맛 라면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라면이 매운맛 라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유통점과 협의해 신라면 매대를 별도로 구성하고, 신라면 40주년 이벤트 등 다양한 마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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