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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0원 뚫린 환율…정부 구두 개입에도 역부족

/ 기사승인 : 2026-06-04 15:46:30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1530원대 출발
외환보유액도 5월 8억8000만 감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원·달러 환율이 3주 가까이 1500원대에 머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맞물린 영향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6원 오른 153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주간 거래 시작 가격 기준 3월31일(1519.9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시작가가 1530원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환율 폭등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중동 리스크가 꼽힌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 이후에도 군사 충돌을 이어가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양측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이란은 지역 내 미군 기지와 쿠웨이트 국제공항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케슘섬을 공습하며 맞불을 놨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쿠웨이트 공습으로 종전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했다”며 “코스피 내 외국인 순매도세도 재차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동 리스크 해결 전까지 원화 약세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 회피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됐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 등이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3일까지 18거래일 연속으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규모는 약 50조원어치에 달한다. 위험회피 심리가 커질수록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원화를 팔아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주식 매도 대금을 달러로 환전하는 역송금 수요가 외환시장에 유입돼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는 구조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우려와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환율 상방 압력을 높여온 상황에서 관세 리스크가 추가됐다”며 “다음 주 예정된 과잉생산 관련 관세 조치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주요 이벤트도 모두 환율 상승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연이어 구두 개입에 나서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외환시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에는 필요 시 즉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발언 직후 환율은 일시적으로 상승세가 둔화됐으나 다시 오름폭을 키웠다.

앞서 외환당국은 지난달 22일에도 환율 급등과 관련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움직임”이라며 경계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쏠림에는 아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전면에 나섰다. 그는 “환율 쏠림은 용인하지 않겠다”며 “수단과 의지가 있고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환율 방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은 한 달 만에 8억 달러 가량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69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말 4278억8000만 달러보다 8억8000만 달러 줄어든 규모다.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가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외환 스와프란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한국은행으로부터 달러를 공급받는 방식이다. 시장 내 달러 수요를 일부 흡수해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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