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상자 속의 양’ 언론시사회 및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미래 인간과 AI(인공지능)라는 이질적인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며 연결될 수 있을까.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심오한 질문을 품고 한국 관객을 만난다.
영화 ‘상자 속의 양’ 내한 기자간담회가 4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쿠와키 리무가 참석했다.
1년 만에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는 친구도 많고 영화 한 편도 만들었었다. 아는 분이 많아서 특별한 애정이 있는 나라”라며 “촬영이 있어서 자주 오진 못했지만 일본과 거의 동시에 이른 개봉을 하게 됐고 이렇게 오게 돼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집에 들어온 7세 설정 휴머노이드가 비로소 가족이 된다는 것의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거장으로 꼽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자 그의 통산 10번째 칸 영화제 진출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품의 출발점에 대해 “2년 전 생성형 AI로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비즈니스가 중국에서 활발하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실제 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장님에게 관련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보시는 분들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했다”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결말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 같았지만 가버리고 없는 카케루, 앞으로 보이지 않지만 느끼게 될 카케루에 대한 상상력으로 (남겨진 자들이) 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상상력을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배우 쿠와키 리무가 4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상자 속의 양’ 언론시사회 및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극중 오토(아야세 하루카), 켄(다이고) 부부의 휴머노이드 아들 카케루 역은 신예 쿠와키 리무가 맡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캐스팅 배경을 묻는 말에 “처음 만났을 때 이 아이라는 확신이 생겼다”며 “오디션을 거듭하면서 스태프 모두의 합의도 이끌어냈다”고 답했다. 또한 이 배역의 최종 오디션에는 다이고가 직접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쿠와키 리무는 200대 1 가량 경쟁률을 뚫고 작품에 합류했다. 그는 “가족들이 팔짝팔짝 뛰면서 껴안고 기뻐했다. 아빠, 엄마, 누나가 엄청 울었다. 그땐 ‘왜 이렇게 우는 거야’ 생각했다. 나중에 엄마가 설명해 주셨는데 저도 울음이 날 정도로 매우 기뻤다”고 합격 소식을 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디렉션은 ‘너답게 연기하라’였다는 전언이다. 쿠와키 리무는 “다른 감독님들은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고 가르친다고 들었다. 그런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은 너답게 하면 된다고 편하게 말씀해 주셨다. 그렇다고 적당히 한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아야세 하루카의 재회작이기도 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후 약 11년 만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조금 더 일찍 함께 일해야 했는데 그러진 못했다. 한 적 없는 배역과 감정 표현을 해보자는 말을 많이 했다. 각본이 나오기 전 플롯이 나왔을 때 먼저 읽어달라고 했다. 어머니의 감정에 대해 의견도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동안 성장한 모습으로 영화를 함께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변함없이 근사하시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유쾌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끝으로 쿠와키 리무는 작품에 대해 “사랑이 있는 영화다. 몇 번이고 보시면서 몇 번이고 생각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지지만 찍히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에서 건축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과 같다”며 “휴머노이드, 숲, 컵라면 야키소바도 나오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상상하시면서 봐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