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CI


‘26개월 공석’ 끝 보이는 한국공항공사…전문성 인선‧경영 정상화 시험대

/ 기사승인 : 2026-06-09 06:00:03

대행 체제 마무리 수순, 공항정책 정상화 여부 주목
공항 만성 적자 지속, 누적 손실액만 수천억원 심각
김해‧제주공항 수요 포화…시설 확충‧안전 관리 과제
반복된 낙하산 인사 지적 “항공 전문가 인선 필요”
한국공항공사 본사 전경. 한국공항공사 제공
한국공항공사 본사 전경. 한국공항공사 제공
한국공항공사가 2년 넘게 이어진 사장 공백을 메우기 위한 후임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장기 대행 체제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향후 새 수장이 지방공항 적자와 안전 관리, 공항 통합 논의 등 누적된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최근 제14대 사장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2024년 4월 윤형중 전 사장이 퇴임한지 2년 2개월 만이다.

이번 공모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직후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공사는 지난달 26일 임추위를 꾸린 뒤 첫 회의에서 사장 공모 절차를 확정했다. 장기간 이어진 수장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후보군으로는 정치권 인사와 국토부 출신 전현직 관료, 공사 출신 임원 등 10여명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후임 사장은 이르면 오는 8월쯤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랜 공백을 메우는 인선인 만큼 속도감 있게 인선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렇다고 자리를 채우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항공산업 전반을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새 사장 인선 기준은 ‘공항 전문성’…“반복된 낙하산 논란 멈춰야”

수장 공백을 끝내는 절차는 시작됐지만, 인선 과정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간 공사는 기관장 인선을 둘러싸고 낙하산 논란이 반복돼 왔다.

업계에 따르면 역대 한국공항공사 사장 13명 가운데 항공 분야 경력자는 4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공항 운영 전문성과 거리가 먼 국가정보원, 경찰, 군, 관료 등 고위직 출신의 낙하산 인사였다. 공항공사가 국민 안전과 항공 교통 운영 전반을 맡는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관장 인선을 정치적 보은이나 자리 배분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정치권에서도 공항공사 임원 인선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공항공사 낙하산 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공사의 임원추천위원회가 감사직을 제외한 임원을 추천할 때 해당 분야에서 5년 이상 전문적인 업무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추천하도록 규정한다. 공항 안전과 운영을 책임지는 공기업 임원 자리에 비전문가가 반복적으로 임명되는 구조를 막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선이 단순히 장기 공백을 메우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공항공사 사장은 공사가 안고 있는 현안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야 하는 자리”라며 “항공산업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인사가 선임되면 공항이 마주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대로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은 일반 공기업과 다른 특수한 조직”이라며 “이번에는 낙하산 논란을 반복하지 않도록 임원추천위원회가 신중한 논의를 거쳐 실제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포공항 계류장에 항공기들이 서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공
김포공항 계류장에 항공기들이 서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공
수장 공백에 쌓인 현안…공항 ‘적자‧안전‧통합’ 과제 한꺼번에

전문성을 갖춘 수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한국공항공사가 마주한 현안의 무게와도 맞닿아 있다.

수장 공백이 해소되더라도 한국공항공사의 경영 정상화까지 넘어야할 과제는 적지 않다. 현재 공사는 공항별 양극화부터 안전 관리, 통폐합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을 동시에 안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지방공항의 만성 적자 구조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55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은 8329억원에 달한다. 공항별로 보면 김포‧김해‧제주‧청주를 제외한 10개 공항이 모두 적자를 냈다.

지방공항 적자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는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이 꼽힌다. 국비 3567억원이 투입돼 2002년 4월 개항한 양양공항은 강원권 유일 국제공항으로 조성됐지만, 현재 정기 운항은 양양~제주 노선에 의존하고 있다. 이마저도 양양발 제주행 항공편과 제주발 양양행 항공편이 각각 하루 1회씩 운항하는 수준이다.

무안공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객기 참사 이후 현재 공항 운영이 중단된 상태지만, 이전부터 서남권 거점공항이라는 위상에 비해 여객 수요와 정기 노선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국제선 회복이 더딘 데다 국내선 수요도 제한적이어서 운영비 부담을 상쇄할 만큼의 이용객을 회복하지 못했다.

손실 규모도 이를 보여준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의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1065억원, 1348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이용객도 수요 예측 대비 각각 13%, 9% 수준에 그쳤다.

공항 안전 관리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024년 12월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이후 지방공항의 활주로 주변 시설과 항행안전시설을 둘러싼 점검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방위각시설과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조류 충돌 대응 체계 등은 공항 안전 관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항 통폐합 논의 역시 새 수장이 마주할 민감한 현안이다. 정부는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하나로 묶는 공항 운영체계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항 운영 주체를 일원화해 중복 기능을 줄이고, 가덕신공항 재원 마련과 지방공항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기관별 역할 조정과 인력 재배치, 지역 반발 등 변수가 적지 않다.

김광일 전 인천공항 항공사운영위원장은 “차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공항별 여건을 고려한 해법을 제시해 적자와 포화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단순히 노선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투자와 지역 연계를 포함한 중장기 운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항별 기능을 재정립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