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이내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38곳 가운데 올해 2월 말 기준 지방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한 기관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유일했다. 해당 기관의 주거래은행은 부산은행이다.
나머지 37곳은 모두 시중은행과 주거래 관계를 맺었다. KB국민은행이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공무원연금공단 등 총 20곳의 기관과 협약을 체결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NH농협은행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 9개 기관을 맡았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은 각각 3개 기관과 협약을 맺었다. IBK기업은행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거래 관계를 구축했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공공기관 이전의 본래 취지인 ‘균형발전’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두환 부산대 교수는 “기관이 지방으로 내려와도 금융·소비 등이 시중은행에 집중되면 돈이 지역에 머물지 않고 다시 서울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은행은 1960년대 ‘1도 1은행’ 정책에 따라 설립됐으며, 은행법에 의거 전국이 아닌 소재 지역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정형화된 재무지표가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과 밀착 관계를 기반으로 한 ‘관계금융’을 통해 재무정보가 부족한 기업에도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2005년 이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며 지역 경제 활성화 기반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공공자금은 시중은행에 집중되면서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이 다시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공공기관 2차 이전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전남(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강원 원주(금융감독원), 부산(산업은행·수출입은행), 대구(기업은행) 등이 이전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시장 논리로는 공공자금의 지역 안착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 이전 기관의 자금이 지역 내에서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지방은행 예치 등 사회적 기여도를 반영해야 한다”며 “수익성에 집중한 평가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은행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공공기관 평가에서 △지역 사업체로부터 조달하는 공사·용역·물품 등 발주력 △지방은행과의 금융 거래 여부·거래량 △지역 출신 인력 고용 수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평가 기준을 도입하기 위한 법적 장치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양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만으로는 강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법률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지역 재투자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지역에 더 많이 재투자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외에는 공공자금이 지역 경제에 직접 기여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 노스다코타주립은행(BND)은 주정부 공공자금을 전담 관리하며 이를 기반으로 농업, 주택, 기간시설, 학자금 등 다양한 분야에 저리 자금을 공급한다.
김상훈 의원은 “공공기관 이전 정책의 취지가 국가균형발전에 있는 만큼, 자금 역시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