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와 정유업계가 사회적대화 끝에 상생협약을 체결했음에도 양 업계 간 희비는 엇갈렸다. 정유업계는 당정의 양보 요청 속에 합의에 나섰지만, 차후 세부 주요내용 조정을 둘러싼 부담으로 시름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을(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의 주재로 9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주유소-정유사 사회적대화 상생협약식’이 열렸다.
협약 당사자는 4대 정유소인 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S-OIL, 그리고 한국주유소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다. 당사자뿐 아니라 당정에서도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리했고, 을지로위원회 의원 다수와 산업통상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참석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생은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나, 상생협약식 현장에서 양 업계 간 분위기는 상이했다.
이날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번 상생협약을 통해 사후정산제를 폐지하고 전속거래제를 혼합거래로 전환하는 것이 ‘거래관행에 있어 큰 개혁’이라고 자찬했다. 이날 협약의 주요 내용은 그간 주유-정유업계 간 제품 입고 후 1~2개월 후 정산하는 ‘사후정산’ 거래 폐지와, 주유소가 기존 전속거래 관행에서 벗어나 타 정유사의 제품을 함께 구매할 수 있는 ‘혼합거래제’로 전환이었다.
안승배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합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을 주문했다. 양 업계 인사들이 양옆으로 늘어앉은 가운데, 안 회장의 자리는 한 원내대표의 바로 옆자리로 배치됐다.
반면 정유업계에서 나온 발언은 남은 과제들을 논의해 가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희민 SK에너지 부사장은 “체결 후에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박치웅 HD현대오일뱅크 국내사업본부장은 “이번 논의에서 나온 어젠다를 업계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을 보탰다.
협약서에 서명을 마친 후 단체사진을 찍을 때에도 온도차가 드러났다. 정유업계 인사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팔을 들어 올리는 ‘파이팅’ 포즈도 함께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유업계의 반응은 당정의 압박과 남은 현안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협약식에서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합의 내용이 즉시 실행되도록 관리감독 하겠다”고 발언했고,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도 “공정위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주유소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며 “추가적 사항이 확인되면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을지로위 소속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협약식 종료 후 쿠키뉴스에 “(오늘 협약 내용이) 잘 이행되지 않으면 아예 제도를 새롭게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일 통화에서도 “끝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정유업계에)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상생협약을 체결했지만 남은 과제가 산적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4대 정유소 관계자는 “기름값에 민감한 시기인 걸 알지만, 현재 (정유업계)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다들 한숨을 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혼합거래제는 정유업계도 큰 틀에서 동의한 건 맞지만 구체적으로는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며 “당정까지 껴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보니 (협약이) 일방적으로 흘러간 감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정유소와 주유소는 전속거래를 함에 따라, 주유소는 정유사 브랜드를 명시한 ‘폴 사인’을 사용해 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혼합거래제에 따라 복수 폴 사인이 사용 가능해지는 건지 △전속거래제에서 폴 사인 비용을 정유사가 부담해온 것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영세주유소는 물류탱크가 구분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혼합거래 시 재고관리를 어떻게 할지 등의 사안을 과제로 늘어놨다.
이런 세부내용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협약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카드수수료 문제와 관련해서는 “추후 논의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을지로위원회에서는 중동발 위기로 인한 유가폭등 대응과 공정거래문화 정착을 위해 상생협약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주유소와 정유업계의 합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기존 전량구매계약을 60% 이상 구매 약정하는 혼합계약으로 변경할 것 △구매비율을 이유로 공급가격·공급물량·거래조건을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을 것 △정유사는 매일 일일판매기준가격을 사전에 확정해 공시할 것 △사후정산제를 폐지하되 주유소 요청 시 허용할 것 △정유사는 주유소의 신용카드 결제 요청 시 적극 협조할 것 △정유사와 주유소는 상호 긴밀히 협력할 것 △산업통상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정유소와 주유소 간 사회적대화를 지원하고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