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9일 (2)
“녹취 없으면 입증 불가, 당할 수밖에”…부당노동행위 은폐·반복 지적

“녹취 없으면 입증 불가, 당할 수밖에”…부당노동행위 은폐·반복 지적

“은밀한 조직적 노조 탄압”…입증 책임 구조, 노동자에서 노동위로 분담 촉구

승인 2026-04-22 12:27:18 수정 2026-04-22 13:03:15
각계 노동자들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전국노동위원회 주최로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당노동행위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미경 기자
부당노동행위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노동계는 부당노동행위의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는 구조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전국노동위원회는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당노동행위 근절과 노동3권 실질 보장을 위한 증언대회’를 주최했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공식 문서나 기록이 남지 않는 비공식 접촉이나 구두 지시 형태로 노동조합을 향한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동진 LS전선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측으로부터 노조 간부 사임 종용 등 압박이 있었으나, 공식 지시가 아닌 개별 접촉과 비공식 경로로 이뤄져 증거 확보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녹취가 있었기에 일부 입증이 가능했을 뿐, 대부분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진홍 태웅노동조합 위원장도 “노조 설립 이후 사측이 조합 간부를 개별 접촉해 회유와 압박을 가했다”며 “조합원을 대상으로 부당한 배치전환, 근무조건 변경, 탈퇴 종용을 반복하고 집회 참여자 명단을 관리하는 등 감시와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영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노조 위원장을 콕 집어 해고나 이동을 지시해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며 “부당노동행위라고 문제 제기를 해도 10건 중 1건 꼴로 인정받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전국 13개 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사건의 비율은 12.3%,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 사건에서 ‘인정’ 결정을 내린 비율은 26.9%에 불과하다.

전문가는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이 노동자에게 전가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영훈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국가는 노동3권에 대한 사용자 침해 행위를 막을 헌법적 의무가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게 아니라 노동위원회와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당노동행위를 증명하려면 그 존재뿐 아니라 사측의 ‘의사’까지 입증해야 하는데, 노동자가 이를 증명하려면 간접사실에 의존해 추정할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1953년 노동조합법 제정 시 도입돼 노조 가입과 단체교섭 과정에서의 불이익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현행 부당노동행위 제도가 노동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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