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에 음해세력이 떴다’ 시청자에 ‘엄포’… “적반하장도 유분수”

기사승인 2009-01-29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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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에 음해세력이 떴다’ 시청자에 ‘엄포’… “적반하장도 유분수”


[쿠키 연예]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가 대본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효리 욕설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잦은 논란과 시비거리 양산으로 인해 ‘시트콤이 떴다’, ‘논란이 떴다’란 비아냥이 등장할 정도다. 시청률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경쟁상대인 KBS ‘1박2일’을 멀찌감치 따돌렸던 ‘패떴’이 잠시 주춤거리는 이유도 이 같은 논란과 무관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문제가 됐던 지난 18일 방송분에서의 이효리 욕설 의혹에 대해 음향전문가가 욕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한 양상이다. 숭실대 소리공학 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이효리씨의 방송을 기계로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고, ‘정말’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네티즌들이 들었던 발음은 욕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패떴’ 제작진의 대응 방식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음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논란에 대해 제작진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음해 의도’, ‘강력 대응’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전례 없이 강경한 입장이다.

사실 이 같은 ‘패떴’ 제작진의 반응은 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배 교수는 “이효리씨가 욕설을 말한 것이 아니라고 보인다”면서도 “사람 발음에 대한 선행 학습으로 인해 각인 효과가 생겨 그렇게 들릴 수는 있다”고 밝혔다. 이효리의 발음에 대해 오해를 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비속어로 들렸다’, ‘반복해서 들었는 데도 비속어로 들린다’는 의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작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이야말로 ‘패떴’을 죽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암약하고 있는 ‘음해 세력’이다.

이는 ‘패밀리가 떴다’ 제작진이 뭔가 크게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의 재산인 지상파를 사용하는 방송은 수용자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무차별적이기 때문에 철저한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완벽한 구성과 제작, 편집을 통과해 안방 시청자에게 전해질 때에만 지상파로서의 존재 의의가 있다. 조금이라도 시청자가 오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은 편집 내지는 수정 작업을 거치는 게 상식이라는 점은 방송사 녹을 먹고 있는 제작진이 더 잘 알고 있는 바다.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를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주 시청자가 어린이를 포함한 10대들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하게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막말과 비난이 오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성상 일반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욕설과 같은 비속어가 무심코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패떴’ 방송에서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효리 발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과감한 편집이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 제작진은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고, 이효리 욕설 논란에 대해 “그렇게 들릴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귀를 막은 채 “어이가 없다” “음해세력의 책동”이라는 식의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차라리 방송 효과음을 배제한 채 촬영 당시 오디오 원음을 그대로 들려주는 게 최선의 해결책일 수 있다. 실제 MBC ‘무한도전’의 경우 정준하 욕설 논란이 불거지자, 오디오 원음을 전격 공개해 깔끔하게 사태를 마무리한 바 있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오해가 살 만한 행동을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오해를 살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을 한 사람과 오해한 사람 중 누구의 잘잘못이 더 큰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의 장면을 충분히 삭제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면 ‘패떴’ 제작진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패밀리가 떴다’의 주인은 그것을 재미있게 봐 주고 있는 시청자다. 일부 시청자가 분명히 오해를 한 상황에서 이를 친절히 설명해주기는커녕 이들을 상대로 ‘음해 세력’ 운운하는 것은 ‘권위주의’에 빠진 제작진이 시청자들을 평소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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