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이 간 굳어가는 간경변, 암까지 될 수 있어

조민규 / 기사승인 : 2018-10-20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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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20일은 대한간학회가 국민에게 간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한 ‘간의 날(Liver Day)’이다.

간은 인체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기관 중 하나로 약 2500억~3500억 개의 간세포로 이뤄져 있다. 체내로 유입되는 독소와 노폐물 해독, 몸속에 들어온 영양소 저장 및 처리, 호르몬 대사에 크게 관여하고 있어 ‘몸속 화학공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간에 과음, 만성 B형 또는 만성 C형 간염, 비만, 약물 등으로 인한 간 손상이 계속되면 정상적인 간 조직이 점점 딱딱하게 굳으면서 기능을 잃게 된다. 이것을 간경변이라고 하는데, 간섬유화 또는 간경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간경변으로 진료 받은 환자 수는 2017년 10만 명을 넘었고, 환자의 60% 가까이가 50대와 60대였다. 성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데다 간성뇌증, 간암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간경변은 초기에 발견하기 쉽지 않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예방 수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이계성 대전선병원 소화기센터장 겸 부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초기 발견 힘들어 … 혈액, 소변, 내시경, 영상으로 진단

간경변의 증상은 구역, 피로, 복통, 황달, 혈변, 복수(배에 물이 차는 증상), 식욕부진, 복부팽만, 거미혈관종(피부에 붉은 반점이 거미 모양으로 나타나는 증상), 붉은 손가락, 하지부종(다리, 발이 부은 상태), 여성형 유방, 식도정맥류(식도에 있는 정맥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 위장관 출혈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간은 질환이 발생해도 처음엔 증상을 잘 보이지 않는 장기다. 이상을 느끼고 병원에 왔다 간경변으로 진단받았을 땐 이미 초기를 지났을 확률이 상당하다. 지방간과 간암 같은 다른 간질환을 일찍 발견하기 힘든 것과 같은 원리다.

간경변을 판정하기 위한 기본적 단계로 상복부초음파와 혈액을 통한 간기능검사가 있다. 혈액검사로 ALT, AST 수치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두 결과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고려해 간경변을 의심할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추가 검사로 생검(세포나 조직 일부를 떼어내는 검사법), 내시경, 동맥촬영술, CT촬영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 간이식이 유일한 완치법이지만 증상 완화되면 무리 없는 일상생활 가능

간경변은 만성질환이므로 현재까진 간이식이 유일한 완치법이다. 치료 목적도 간이 더 이상 손상되는 것을 막으면서 합병증을 방지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간이식을 받지 않아도 간염 등 원인질환 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면 무리 없는 일상생활을 바라볼 수 있다.

만성 B형 또는 만성 C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은 항바이러스 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 간경변 발생에 알코올이 영향을 미쳤다면 먼저 금주를 해야 한다. 특히 금주는 간경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이 무엇이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그밖에 비만 등 비알코올성 간질환 간경변인 경우엔 생활습관 개선, 운동 등으로 체중을 감량하면 간섬유화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 대표적 합병증 간암, 식도정맥류, 복수, 간성뇌증

간경변은 그 자체로 사망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간암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B형 간염과 C형 간염은 간암 원인의 1, 2위를 차지했는데, 각각의 원인인 B형 간염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에 지속적으로 손상시켜 간경화를 유발할 위험이 높다.

식도정맥류는 간정맥(간에 들어온 피를 심장으로 보내는 정맥) 압력이 상승해 혈액이 간으로 오지 못한 채 식도로 몰려 식도 정맥 크기가 늘어나고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다. 상부 위장관 내시경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피를 많이 토하거나 흑색변 배설이 일반적 증상이다. 주로 약물이나 내시경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복수는 체액의 기능 이상으로 복부에 액체가 차는 증상으로, 흡수되는 림프액보다 생성되는 림프액이 많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안정을 취해 체내 대사를 조절하거나 염분과 나트륨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시행한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지면 복부팽창, 호흡곤란, 세균성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어 복수를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 주로 이뇨제를 처방하는데 일상에 큰 지장을 느낄 정도로 복수가 자주 차거나 배가 커지면 바늘로 복수를 배출한다.

간성뇌증(간성혼수)은 피가 간에서 해독되지 못한 채 뇌혈관으로 들어가 신경학적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간 기능이 심하게 저하돼 피에 있는 여러 독소를 제거하지 못해 발생하는데, 암모니아가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행동 변화, 의식 장애 등이 나타나며 증상 치료를 위해 장청소, 약물 복용 등의 방법을 이용한다.

◎ 예방접종, 정기 검사. 꾸준한 사후 관리 중요…증상 발견하면 바로 내원해야

간에 생긴 질환은 초기 증상을 잘 보이지 않은 경우가 많고 간경변도 마찬가지다.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하기 위해선 B형 간염 백신 접종, 정기적인 간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C형 간염 백신은 아쉽게도 현재까진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언급한 증상들 중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느껴지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병원에 오는 것이 좋다. 과음은 간을 혹사시키므로 간경변을 예방하기 위해선 금주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은 간 건강을 악화시킬 위험이 높아 규칙적인 식이습관과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미 간경변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도 위 수칙을 지켜 증상이 더 이상 심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복부 통증 등의 불편감이 심하거나 간성 혼수가 발생하면 바로 내원하고, 건강식품을 복용하고 싶다면 복용 전 의사와의 상의가 필요하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