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량 제품을 대하는 은행과 백화점의 서로 다른 '태도'

기사승인 2020-07-03 05: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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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량 제품을 대하는 은행과 백화점의 서로 다른 '태도'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은행과 백화점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공통점은 둘 다 제조사의 물건을 가져와 팔면서 대고객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은행은 금융회사, 백화점은 유통업체라는 기본적인 업종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런 업종의 차이 때문인지 ‘불량’ 제품에 대한 대응이 눈에 띄게 달라 비교가 된다.

지난 2015년 가짜 백수오 사태가 국내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이는 당시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가공제품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제품이 ‘가짜 백수오’ 원료를 사용했다고 밝히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이후 다양한 논란이 발생했지만 백화점 등에서 백수오 가공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이에 백화점 등은 제품의 구매 기간이나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구매가 전액을 즉각 환불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건이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했다. 신한‧우리‧하나‧기업‧부산‧경남‧농협은행 등 은행권과 신영‧신한금투‧대신증권 등 증권사에서 판매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가 판매 시점에 이미 최대 98%의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계약을 취소하라고 권고를 내렸다. 계약 취소는 고객들에게 투자원금을 100% 환불하라는 의미를 말한다.

그러나 금융권 은행이나 증권사의 반응은 백화점의 반응과 달랐다. 판매사는 펀드를 판매하는 시점에 펀드의 문제를 알지 못 했으며, 펀드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제조사에 해당하는 자산운용사에 책임이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판매사에 전액 배상 책임을 부과한 금감원의 결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권고를 넘어 법적 다툼을 벌여봐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은행과 백화점의 대응 차이는 피해 규모나 적용받고 있는 법령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라임 펀드 사태 외에도 옵티머스나 디스커버리 등 여타 펀드 손실 사태가 줄줄이 발생한 상황에서 막대한 배상 규모를 고려할 때 은행권이 좀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또한 업계가 다른 만큼 적용하는 법령도 달라 은행권이 배상을 거부해도 법 위반을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업종의 차이, 상품의 차이라는 이유만으로 환불을 거부한다면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점점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시각에서 이러한 모습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도 우려된다. 

은행이나 증권사는 최근 아날로그 경제에서 데이터 경제로의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데이터 경제가 활성화될 경우 소비자의 선택 폭이 확대되면서 소비자 중심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클릭 한 번만으로 금융사의 상품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뒤돌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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