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수상한 당대회에… 김정은 건강이상설 ‘급부상’

코로나 사태 속 ‘노 마스크’… 방역수칙 無에 ‘쇼’일 가능성↑
김정은, 이례적 경제실패 자인… 의도적 ‘권위 깎기’일까

기사승인 2021-01-08 05: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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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수상한 당대회에… 김정은 건강이상설 ‘급부상’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6일 노동당 제8차 대회 2일차 회의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조진수·조현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북한의 최대 정치행사인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경제실패 자인’, ‘No 마스크’ 등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일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를 개막해 사흘째 사업총화 보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당 대회는 김 위원장의 공식집권 이후 두 번째이자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국가 노선과 전략, 정책 수립 등 모든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당 대회의 주요 행사 장면과 개회식은 조선중앙TV 녹화 중계를 통해 공개됐다. 당 대회 일정을 미리 예고하지 않고 사후 보도한 것이다.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 250명과 각 조직에서 선출된 대표자 4750명, 방청자 2000명 등 총 7000여 명이 참석한 만큼 회관 내부는 행사 시작 전부터 북적거렸다.

그러나 행사장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대강당에 마련된 회의장 좌석도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차며 ‘사람 간 거리두기’, ‘좌석 한 칸 띄어앉기’ 등 일반적인 방역 수칙도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코로나19로 호되게당하는 중”이라고 언급하고, 북한도 코로나19 사태를 ‘삼중고’로 짚은 바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세를 감안했을 때 북한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주간지 ‘겐다이 비즈니스’는 지난 6일 평양에 주재했던 중국인 북한전문가를 인용, “연말 기준 북한 내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수가 각각 10만명, 6000명을 넘어섰고 계속 증가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北의 수상한 당대회에… 김정은 건강이상설 ‘급부상’
▲ 지난 6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 2일차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북한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숨기고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인 쇼’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북 정보에 능통한 한 전문가는 “남한에서 안보인다고 문제를 지적할 때만 잠깐 사진 한 장 흘려서 의혹 풀어주기에 나서는 것은 의구심을 더욱 커지게 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당 대회 개회사에서 이례적으로 경제실패를 인정한 점도 ‘건강이상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려 ‘권위가 떨어진 지도자’ 만들기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5월 노동당 7차 대회 이후 5년간을 “일찍이 있어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이라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자인했다.

이같은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8월 28일 김 위원장이 태풍 ‘바비’가 강타한 황해남도를 방문한 현장에서 한 인물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있는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 ‘최고 영도자’ 등 절대 통지자로 여겨지는 김 위원장 앞에서 손을 주머니에 넣는 자세는 ‘무례한’ 태도로 읽힐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생략한 것도 의문점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 대신 친필서한을 주민들에게 전했다. 2012년 집권 이래 거의 매년 1월 1일 육성으로 신년사를 했지만, 2년 연속으로 신년 메시지를 생략했다. 

북한의 신년사는 전년도에 이룩한 성과를 평가하고 굵직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공식 연설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8차 당 대회가 임박함에 따라 신년사를 생략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2년 연속 신년사를 건너뛰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주목받고 있다.

한편 6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개회사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얼굴이 평소보다 부은 것처럼 보였다. 검붉은 안면 홍조와 점 등 피부도 눈에 띄게 푸석해진 듯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과거 모습과 크게 달라졌다. 몸무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얼굴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드러났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hyeonzi@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