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그곳] 홍제동 달동네 '겨울 맞은 개미마을'

홍제동 달동네 '겨울을 맞은 개미마을'

기사승인 2021-01-16 0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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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그곳] 홍제동 달동네 '겨울 맞은 개미마을'
▲사진=지난 8일 오후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의 한 집 앞에 연탄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쿠키뉴스] 박태현 기자 =“어렸을 때 눈이 오면 집 모퉁이 골목에 쌓인 연탄재로 눈사람 만들곤 했었는데.” 얼마 전 서울에 첫눈이 내리던 날 삼촌이 얘기했다. 문득 기자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 겨울이 온 개미마을


[추억의 그곳] 홍제동 달동네 '겨울 맞은 개미마을'
▲사진=이틀 전 밤새 내린 폭설로 홍제동 개미마을 일대 지붕들이 하얗게 덮여 있다.

서울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개미마을은 개미처럼 열심히 생활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면서 붙여진 이름으로 6.25전쟁 당시 갈 곳 없던 피난민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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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개미마을의 한 집 앞에 태극기 사이로 다양한 색의 바람개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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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눈 쌓인 지붕 처마 밑에는 연이은 한파로 인해 고드름이 달려 있다.

지난 8일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을 찾았다. 개미마을은 겨울이면 연탄불을 때느라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흰 눈이 덮인 지붕 위로 반갑게 맞아주는 바람개비와 벽화를 보고 있으니 동네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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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대문07번 마을버스가 개미마을 꼭대기 회차지점으로 힘겹게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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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파른 계단 옆 주택가에 해바라기가 그려진 벽화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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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21년을 맞아 꾸며놓은 장식이 마을의 한 집 창문에 비치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개미마을은 서울 도심에서 불과 10분 거리인데도 초입부터 시골 할머니 집에 온 듯 푸근함을 더한다. 비탈길을 올라가는 마을버스 뒤로 보이는 벽화들과 2021년을 장식해놓은 창문에서 주민들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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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길고양이가 마을의 눈이 덮인 지붕 위에서 뛰어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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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개미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천이 한파로 인해 꽁꽁 얼어 있다.

흰 눈이 덮인 지붕 위에는 길고양이가 뛰어놀다 오후가 되면 밑으로 내려온다. 집 앞에 꽁꽁 얼어있는 개천을 보니 아이들이 얼음썰매를 타며 겨울의 즐거움을 만끽할 것만 같다. 인왕산 밑 마을 끝자락에 다다르자 불쏘시개로 연기를 내며 화목난로에 불을 지피는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촬영 협조를 구하는 기자에게 어르신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허허 추워서 불 지피는 건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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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을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이 집에서 화목난로에 불을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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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을에 거주하는 어르신이 다 쓴 연탄재를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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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개미마을 길목 사이 계단으로 이어진 오르막길이 사람 한명 지나갈 정도로 좁고 가파르다.

개미마을 꼭대기에 다다르면 서울 홍제3동 일대를 아래로 내려다보게 된다.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게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많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서울 도심의 변화들을 봐왔을 생각을 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코로나19로 지쳐가는 일상, 온기와 소박함이 전해지는 개미마을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th@kukinews.com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영상=이승주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