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온’ 영화로 풀어보는 심리 이야기…불면증·섭식장애

김성일 / 기사승인 : 2021-01-15 14: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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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쿠키건강플러스 9회


김성일 기자 / 안녕하세요. 새롭게 마련된 코너죠. 마인드 온 진행을 맞은 쿠키뉴스의 김성일 기자입니다. 앞으로 매주 목요일, 마인드온 시간에는 일상의 심리 이야기, 그리고 생활 속 정신건강 이야기들을 관련 전문가와 함께 알기 쉽게 풀어보는 시간 가지려고 합니다.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 대표이자, ‘영화 속 심리학’의 저자인 박소진 선생님과 함께 오늘부터 몇 차례에 걸쳐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안녕하세요. 

박소진 대표 / 안녕하세요. 박소진입니다.  

김성일 기자 / 네. 반갑습니다. 먼저 시청자 여러분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소진 대표 /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 협동조합 대표 박소진입니다. 학회는 인지행동심리 기반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으로, 2011년도에 발족해서 내년이면 만 10년이 됩니다. 지난 2014년부터는 영화 심리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데요. 그간 새롭고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 진단 기준 등도 여러 변화를 거쳐서 최근 ‘영화 속 심리학’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김성일 기자 / 심리학 관련 책도 쓰시고, 또 심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회를 이끌고 계시는데요. 저는 선생님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제 표정이나 눈빛, 자세 등을 통해 심리상태가 읽히진 않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관련 일을 하시다보니 아무래도 이런 얘기도 가끔 들으시죠?

박소진 대표 / 네,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죠. 한마디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직업병이라는 게  있어요. 제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안하려고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더라고요.

김성일 기자 / 심리학이나 정신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어떻게 체감하시나요?

박소진 대표 / 예전에는 심리학을 철학과 같은 학문으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아니면 점성술이나 독심술과 비슷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었고요. 요즘에는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각하시는 것 만큼 심리학에 대해 많이 알게 알게 되셨다고 하기는 아직 어렵고요. 여전히 선입견이 존재하기도 해요. 심리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을 갖고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성일 기자 / 네, 아직은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게 현실이군요. 사실 우리 생활 곳곳에 심리학이 숨어있는데 말이죠. 선생님께서도 기존에 출간한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겪거나 접할 수 있는 심리학을 쉽게 풀어서 알려주신 적이 있어요. 주로 어떤 내용이었나요? 

박소진 대표 / 출간했던 ‘영화 속 심리학’에서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는 주제나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정신병리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했어요. 더불어 영화로 이해하는 심리 상담이나 영화로 이해하는 아동청소년 심리 상담 같은 책들을 쓰기도 했습니다. 영화라는 매력적인 매체를 활용해 정신병리나 심리 상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김성일 기자 / 정신병리라는 말은 좀 생경한데요. 풀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소진 대표 / 정신병리는 이상심리를 뜻합니다. 일탈과 주관적 고통, 역기능, 위험 등의 요소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병리’나 ‘이상’이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을 준다고 하는 것이 문제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와 갈등과 분쟁 그리고 심각한 범죄들은 이 분야에 대해 우리가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하고요. 정신병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특히나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면 더욱 더 그렇죠.

김성일 기자 / 각종 정신 질환들은 보통 어떤 기준과 분류법에 의해 진단이 되는 건가요?  

박소진 대표 /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체계 중 DSM이라는 게 있는데요. Diagno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의 줄임말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인데요.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진단체계입니다. 우리나라 정신과에서도 이 체계를 중심으로 진단을 내리고 있어요. 공식적인 체계이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보를 공유하고 치료 또는 상담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김성일 기자 /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쓰신 ‘영화 속 심리학’의 내용들도 모두 DSM 체계에서 다루는 질환을 기준으로 쓰여진 건가요?

박소진 대표 / 네 맞습니다. 저처럼 심리 치료나 상담 일선에 있는 분들 또는 관련 종사자들, 예를 들어 사회복지사 같은 분들의 경우에도 이런 진단체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데요. DSM은 임상가와 연구자가 다양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개인들을 진단하고, 연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진단 범주를 명료하게 기술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 하면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보는 아이가 있다면, 이게 장애에 해당할까요?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연구들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관련 사례들이나 연구들이 축적돼 어떤 결론에 도달하진 못한 상황입니다. 스마트폰이 생활화된 것이 불과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단지 스마트폰을 많이 쓴다고 해서 정신병리나 장애로 규정하기는 어렵겠죠. 그렇기 때문에 DSM과 같은 공식적 진단체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성일 기자 / 네. 그렇군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정신병리, 이상 심리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을 앞으로 영화 속 주제나, 주인공을 통해 알기 쉽게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박소진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영화와 심리학의 만남, 그 첫 번째 시간입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박소진 대표 / 네, 오늘은 영화 속에 나오는 신체 관련 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김성일 기자 / 원래 마음과 신체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죠. 우리는 몸이 아프면 마음도 울적해지고, 또 마음이 괴로우면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선생님, 대표적 신체 관련 장애, 어떤 것 먼저 소개해주실 건가요?

박소진 대표 / 지금 보여드리려는 영화 속에 힌트가 있습니다. 영화 <머니시스트>와 <인썸니아>인데요. 두 영화를 보신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화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러 신체 관련 장애 중에서도 먼저 수면장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소개해드릴 두 영화는 모두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주인공들이 나옵니다. 
  
김성일 기자 / 네, 먼저 영화 <머니시스트>의 줄거리를 간단히 알려주세요. 

박소진 대표 / 1년간 잠들지 못한 남자 기계공 트레버 레즈닉은 불면의 밤을 지새웁니다. 원인도 모른 채 매일 잠들지 못하고 야위어 가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일하던 공장에서 동료에게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죠. 범인은 따로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트레버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트레버는 자신을 궁지로 몰고 가는 범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그러면서 매일 밤 잠들지 못한 이유를 서서히 알게 됩니다. 

김성일 기자 / 영화 <인썸니아>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박소진 대표 / 백야라는 기간에 접어든 알래스카의 외딴 마을에서 일어난 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윌 도머라는 형사가 투입되는데요.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로 인해 불면증을 겪게 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김성일 기자 / 영화 속 주인공이 매일 밤 잠들지 못하는군요. 바로 불면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 중 하나가 바로 수면이잖아요. 수면을 통해 휴식을 취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할 경우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곤경이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군요. 

박소진 대표 / 사람이 장시간 수면을 갖지 못할 경우, 가령 100시간 이상 이어진 수면 결핍은 환각과 망상, 기이한 행동 등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또 200시간 이상 깨어 있으면 2-3초간 지속되는 미세 수면이 생기게 되죠. 

김성일 기자 / 주인공 트레버도 오랜 불면으로 인해 순간순간 졸고 있는 장면이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데, 집중력이나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이는 결국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는 전조가 되는 군요. 불면증에 대해선 어떻게 접근해볼 수 있나요?

박소진 대표 / 두 영화의 주인공들이 불면의 문제를 갖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생기는 것을 두고 불면증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일시적 불면증은 원인이 제거되거나 해소되면 사라지지만 만성적일 경우에는 그 원인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죠. 수면 병력, 불면증의 형태, 발병 시기와 더불어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가족력은 어떤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또 다른 신체질환이 있는 건 아닌지, 불안이나 우울 같은 다른 정신장애는 없는지 등도 알아봐야 해요. 

김성일 기자 / 정리병리학적으론 어떻게 진단이 내려지나요? 정확한 병명은 뭔가요?

박소진 대표 / 진단체계인 DSM-5에선 ‘불면장애’(insomnia Disorder)라고 정리했습니다. 불면장애라 하면 수면 문제가 일주일에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김성일 기자 / 영화 속 두 주인공이 겪는 불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박소진 대표 / 죄책감과 관련돼 있다는 점은 같지만, <머니시스트>의 트레버는 좀 더 병적인데요. 강박증세와 망상, 환각증세도 보여요. 영화를 보면 그가 알고 있던 일들이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나는데요. 영화를 안 보신 분들도 있으실 테니까 자세하게 말씀드리진 않을게요. 

김성일 기자 / <머니시스트>의 트레버처럼 만성적인 경우, 그리고 <인썸니아>의 윌 도머 형사처럼 그 원인이 분명한 일시적 불면증인 경우 각각 치료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겠네요. 

박소진 대표 /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 문제는 심리적 원인 외에 다양한 원인들이 있기 때문에 상담 치료만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 심장질환, 호흡질환, 관절염, 만성 통증 등을 따져봐야 하죠. 또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다른 정신장애와 동반돼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이런 경우 그래도 상담 치료를 잘 받으면 많은 부분이 호전되기도 합니다. 

김성일 기자 / 두 주인공의 불면은 해결이 실마리를 찾게 되나요?

박소진 대표 / 네, 해결은 됩니다.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불면은 사라지죠. 결국 ‘죄는 짓고 살지 말라’는 결론이 이어집니다.

김성일 기자 / 그밖에 수면 장애로 생기는 신체질환으론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박소진 대표 / 수면과다증. 수면보행장애 등이 있습니다. 수면장애는 신경학적 문제인 만큼 심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서는 수면 클리닉 등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적합해요.

김성일 기자 / 네. 다음 영화로 넘어가 볼까요? 어떤 영화죠? 

박소진 대표 / 영화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입니다. 이 영화는 외모가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에서 ‘공룡’이란 별명을 가진 젊은 여자의 삶을 그린 영화인데요. 외모지상주의에 맞서며 당당하게 성장하는 주인공과 역시나 세상의 편견에 지지 않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김성일 기자 / 신체 관련 장애 중에선 신체변형장애와 관련된 영화군요.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살을 찌우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요. 이런 신체변형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극히 정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외모가 기형적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속 주인공 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또 다른 장애를 겪고 있죠? 

박소진 대표 / 네, 영화에서 잘못된 다이어트를 하는 건 주인공뿐만이 아닙니다. 그가 좋아하는 남자 인물 역시 먹은 음식을 바로 화장실에 가서 토해버리는 섭식장애(식이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김성일 기자 / 섭식장애는 어떤 질환이죠?

박소진 대표 / 섭식장애란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심한 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크게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과 지나치게 많이 먹는 폭식증으로 나눠볼 수 있어요. 

김성일 기자 / 체중에 대한 강박을 갖는 정신적 문제는 물론이고, 그 부작용으로 신체적 건강까지 해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소진 대표 / 네, 그렇죠. 섭식장애는 현대에 들어서 발생한 ‘현대병’이라고도 얘기합니다.

김성일 기자 / 황신혜 씨와 방은진 씨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301.302>도 섭식장애와 관련된 영화였죠? 두 주인공이 각각 나름의 심리적 이유로 인해 거식증 환자와 폭식증 환자가 된 것인데요. 영화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에서도 주인공이 겪은 사정이 있죠?

박소진 대표 / 네, 영화 속 남자는 과거 ‘뚱돼지’, ‘흑돼지’ 등으로 불리며 놀림을 받았어요. 살을 뺀 이후에도 음식을 먹었다가도 살이 다시 찌는 게 두려워 음식을 토해내길 반복합니다. 영화 <301.302>에서 거식증을 겪고 있는 주인공 윤희는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요. 이로 인해 괴로워하며 음식 먹기를 거부하게 됩니다. 반대로 폭식증이 있는 송희는 음식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이혼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같은 섭식장애의 치료에는 인지행동 치료를 활용하는 것이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관련 신체 증상은 의학적 상태나 물질에 따른 직접적 효과, 다른 정신장애 등이 얽혀 있어서 설명이 다소 어렵긴 해요. 신체형 장애는 꾀병과는 달리 신체 증상이 의도적이지 않습니다. 신체형 장애는 의식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병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분들은 스스로 병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과나 신경과 등을 먼저 가서 증상에 대해 호소를 하시고, 결과가 분명치 않은 경우 다시 정신과로 가시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김성일 기자 /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 박소진 선생님과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하죠. 영화와 더불어 심리학이라는 렌즈로 마음을 살펴보았던 시간, 다음주에도 이어집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함께해주신 박소진 선생님, 감사합니다. 
  
박소진 대표 / 네. 감사합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