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온] 영화로 풀어보는 심리 이야기…정신분열증

김성일 / 기사승인 : 2021-01-29 13: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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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쿠키건강플러스 19회


김성일 기자 / 안녕하세요. 만만치 않은 세상, 정신건강 그리고 심리 관련 이야기를 전문가와 함께 풀어보는 시간 마인드온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도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 대표이자, ‘영화 속 심리학’의 저자인 박소진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박소진 대표 / 안녕하세요. 박소진입니다. 

김성일 기자 / 오늘도 영화 속 인물과 내용을 통해 심리학 이야기를 풀어볼 텐데요. 어떤 영화인가요?

* 영화 <뷰티풀 마인드> (2002년) 

박소진 대표 / 첫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많이 알고 계시는 작품이죠. 한 천재 수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뷰티풀 마인드>입니다. 

김성일 기자 / <뷰티풀 마인드>는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정신분열증을 정확히 묘사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어요.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에 이 영화를 계기로 정신분열증이 관심의 대상으로 급부상했다고 하죠.  
박소진 대표 / 네, 그 당시 저도 정신분열, 지금은 조현병이라고 불리는 장애를 다룬 영화가 그렇게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될 줄을 몰랐습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정신분열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한편으론 치유가 가능한 병’이라는 것을 최초로 알려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영화를 통해 정신분열병의 세계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김성일 기자 / 오늘 살펴 볼 영화 속 심리학의 주제는 정신분열장애입니다. 먼저 영화에서는 이런 정신분열장애를 어떻게 녹여 냈는지 내용부터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박소진 기자 / MIT 교수인 존 내쉬는 사교적이지 못하고 일에만 몰두한 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수업을 듣던 물리학도 알리시아와 운명적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는데요. 그러나 결혼 후에도 존은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소련 스파이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망상에 점점 사로잡히고 정신분열적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죠. 결국 그는 교수직에서 물러나게 되고 알리시아는 그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김성일 기자 / 네, 영화 속 주인공이 앓고 있는 것, 바로 정신분열증인데요, 영화 속 인물이 실존 인물이라면서요? 

박소진 대표 / 네,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존 내쉬는 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실존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촉망받는 MIT 교수였다가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며, 결국 교수직에서 물러나고 병증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김성일 기자 / 그렇군요. 정신분열증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요?

박소진 대표 / 정신분열증, 조현병이란 정신병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상태입니다. 소위 ‘미쳤다’, 또는 ‘돌았다’고 지칭할 수 있는 정도의 심각한 상태를 말합니다. 정신병은 정신 기능의 문제로 인해 현실 판단 능력이 손상되고 자신과 상황에 대해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이를 실제로 믿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망상과 환각이 뒤따릅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병식, 그러니까 스스로 인식하는 경우도 포함하고 있고, 와해된 언어나 행동도 해당됩니다. 

김성일 기자 / 요즘은 정신분열증이라는 말보다는 조현병이라는 병명으로 불리고 있죠? 

박소진 대표 / 조현병은 지난 2011년, 정신분열증이란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인상을 벗기 위해 변경된 명칭인데요. 조현병의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조율한다는 뜻입니다. 현악기의 줄이 적당히 팽팽한 긴장을 유지해야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인간의 정신도 적절하게 조율돼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김성일 기자 / 흔한 질환이 아닌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앓고 있다면서요? 

박소진 대표 / 환자 수가 매년 늘고 있습니다. 조현병의 유병률은 약 1%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약 50만 명가량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성일 기자 / 최근 들어 영화나 드라마 속 소재로도 종종 등장하는 것 같은데요. 먼저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죠. 어떤 인물인가요? 

박소진 대표 / 영화 속 주인공 존 내쉬는 머리는 명석하지만 사회성이나 사교성은 아주 부족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다가가 황당한 말을 건네 뺨을 맞고 거절을 당하기도 하는데요. 존 내쉬 본인은 왜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는지 모릅니다.

김성일 기자 /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주인공입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했고, 또 촉망받는 MIT 교수이기도 하죠. 이상한 행동들은 결혼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한다고요? 

박소진 대표 / 네, 누군가에게 쫒기는 듯한 행동을 하고, 뭔가를 수집해 우편물을 보내고 아무도 살지 않는 흉가 같은 곳에 우편물을 보내는 등 이상 행동을 보입니다. 

김성일 기자 / 영화 속 주인공은 30대 후반쯤 이 정신분열증이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요. 빈도가 높은 발병 시기가 따로 있을까요?

박소진 대표 / 보통 10대 후반에서 30대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요. 40대에도 발병 사례가 이어집니다. 

김성일 기자 / 젊은 시기에 발병률이 높은 편이군요. 진단 기준이 따로 있을까요? 

박소진 대표 /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 기준에 따르면 망상과 환각, 와해된 언어와 행동, 긴장증적 행동, 음성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1개월 이상 나타나면 조현병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 조현병 환자에서는 이런 증상들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됩니다.
 
김성일 기자 / 대표적 증상들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박소진 대표 / 대표적 증상, 망상입니다. 망상은 뚜렷한 반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믿음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을 말하는데요. 피해망상, 관계망상, 신체망상, 과대망상이 있고 이 중 피해망상이 가장 흔한 편입니다. 괴롭힘이나 미행, 조롱을 당하거나 함정에 빠진다고 믿는 경향이 있어요. 

김성일 기자 /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도 주인공이 망상 증상을 보이죠? 
  
박소진 대표 / 네, 존 내쉬는 누군가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고 믿고 불안해합니다. 피해망상이 보이고요. 이와 함께 과대망상도 나타나는데요. 뉴스와 잡지에 있는 숨어있는 메시지를 자신만이 해석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있고, 그래서 아무 의미도 없는 내용들을 마구 스크랩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무의미하지만, 자신과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죠.

김성일 기자 / 정신이 분열되면서 나타나는 망상은 일반적 망상에 비해 기괴한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요. 

박소진 대표 / 네,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장기를 도려내고 다른 사람의 장기로 대체시켜 놓았다는 생각, 믿음 같은 것이 기괴한 망상의 한 예라고 얘기할 수 있겠어요. 

김성일 기자 / ‘누군가 내 귀에 도청장치를 심어놓았다’, ‘나를 감시하고 있다’ 이런 생각들을 드러내는 사례들이 있었는데요. 그런 표출이 대부분 조현병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었네요? 

박소진 대표 / 네, 망상은 환각 증세와 함께 조현병의 핵심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앞서 얘기한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 등이 가장 흔한 것이고요. 자신의 생각이 외부의 어떤 힘에 의해 빼앗긴다거나 외부의 생각이 자신의 정신에 들어온다거나 또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자신의 신체나 동작이 조종된다는 믿음 등 다양한 망상이 포함됩니다. 영화 속 존 내쉬 역시 자신의 팔에 라듐 칩이 이식돼 있다고 믿는데요. 이 장치를 제거하고자 자해를 시도하기도 하죠. 

김성일 기자 / 또 일어날 수 있는 증상으로 환각이 있다고요?

박소진 대표 / 네, 환각이란 감각은 정상이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오인하는 착각과는 다르죠. 

김성일 기자 / 환각도 청각, 시각, 후각, 미각, 촉각 등으로 연결해 나눌 수 있잖아요? 정신분열증에서는 어떤 게 빈도가 높은가요? 

박소진 대표 / 환청이 가장 흔합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존 내쉬는 주로 환시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감독 론 하워드는 영화가 시각적 매체를 사용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해요. 
 
김성일 기자 / 환청은 어떤 형태로 경험하게 되는 거죠? 

박소진 대표 / 환청은 보통 목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특히 경멸하거나 위협하는 목소리로 경험됩니다. 둘 또는 그 이상이 대화하거나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계속적으로 간섭하는 목소리로 나타나는 특정 형태의 환청은 정신분열증이 갖는 필수 증상 중 하나입니다. 

김성일 기자 / 영화 속 인물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환각 증상을 보이나요? 

박소진 대표 / 제 대답에 어느 정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영화 말미에서 존 내쉬의 이런 증상이 결혼 이후가 아닌 대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게 드러납니다. 그의 룸메이트였던 친구와 그의 조카딸이 실제 인물이 아닌 망상적 사고와 환시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죠. 존은 친구에게 질문합니다. “그런데 저 아이는 왜 자라지 않지?”라고요. 그의 망상 속 친구는 당황하며 변명을 하고, 존은 그를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김성일 기자 / 자신과 주변에 큰 스테레스를 줄 수 있는 정신분열증. 주인공은 이 정신분열증을 극복하나요? 

박소진 대표 / 존 내쉬는 부인 알리시아의 헌신적 사랑으로 자신의 증상에 대해 차츰 통찰을 하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정신분열은 아름답지는 않지만, 사랑은 위대하고 아름답다’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와 달리 실제로는 부부관계가 좋지만은 않았다고 하고요. 이혼과 재결합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합니다. 영화는 여러 제약으로 인해 긍정적 부분만 부각시킨듯해요. 

김성일 기자 / 현실은 영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군요. <뷰티풀 마인드>에 대한 내용은 이 정도까지 듣기로 하고요. 정신분열증을 다룬 영화, 하나 더 소개해 주신다면요? 

박소진 대표 / 영화 <셔터 아일랜드>입니다. 보스턴에 위치한 셔터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요. 연방보안관인 테디 다니엘스가 수사를 위해 동료 척과 함께 셔터아일랜드로 향합니다. 테디는 수사를 위해 의사,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를 심문하지만 모두 입을 맞춘 것처럼 꾸며낸 듯한 말들만 하고, 수사는 진척이 없는데요. 설상가상 폭풍 때문에 테디와 척은 섬에 고립되고, 점점 괴이한 일이 벌어집니다. 반복되는 사건 속에서 결국 테디는 감춰져 있던 비밀을 마주하게 됩니다. 

김성일 기자 /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죠, <셔터 아일랜드>. 주인공 테디는 사실 이 섬에 온 목적이 따로 있었죠? 

박소진 대표 / 네, 테디의 아내는 이 섬에 갖혀 있는 방화범 래디스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나오는데요. 사실 테디는 래디스가 이 곳에 수감됐다는 소식을 듣고 복수를 하기 위해 온 것이죠.

김성일 기자 / 영화 스토리가 섬에 감춰져 있는 비밀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더라고요.
             
박소진 대표 / 아직 영화를 못 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조심스럽긴 한데요. 영화 내용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면 사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은 주인공 테디 다니엘스는 이 셔터 아일랜드 정신병원에 구금된 환자였습니다. 보안관 동료는 그의 주치의였고, 수사극은 모두 테디를 치료하기 위한 상황극이었죠.

김성일 기자 / 등장했던 인물들 모두가 주인공의 정신분열증을 고치기 위해 연기를 한 것이었군요.
 
박소진 대표 / 네, 테디와 함께 이 섬에 온 파트너 수사관은 사실 테디의 주치의였고, 테디가 섬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의 열쇠를 쥔 환자는 간호사였습니다. 그리고 테디의 이름도 실은 앤드류였는데요. 그는 자신과 아내의 이름 순서를 바꿔 만든 이름으로 허구의 인물을 만들었습니다.

김성일 기자 / 주인공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복수하려고 했던 인물은 그럼 실제로는 주인공의 아내를 죽인 것이 아니었나요? 

박소진 대표 / 테디는 과거 2차 대전 당시 참전용사였어요.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수사관으로 일하게 되는데요.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조울증을 앓던 아내가 아이들을 익사시키는 일이 일어나요. 그는 조울증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아내를 결국 총으로 쏘게 되고, 이후 정신분열증에 걸려 셔터 아일랜드에 수감됐던 것입니다. 

김성일 기자 / 영화 속 주인공은 충격적 사건을 계기로, 정신분열증을 앓게 됐는데요. 일반적으로 이 정신분열증은 어떤 계기로 발생하게 되는 건가요?

박소진 대표 / 정신분열증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하지만 정신분열증이 뇌 질환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죠. 대표적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유전적 원인, 뇌 내 생화학적 이상, 뇌 내 해부학적 이상을 들 수 있습니다.

김성일 기자 / <셔터 아일랜드>의 주인공 테디처럼 어떤 충격적 사건이나 커다란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분열증이 발병할 수도 있는 건가요? 

박소진 대표 / 네, 소인을 가지고 있다가 어떤 촉발 요인을 통해 발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성일 기자 / 어떤 원인으로 인해 발병했든 환자가 스스로 그 사실을 깨닫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박소진 대표 /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고 인지한 후 치료를 권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한데요. 제게 최근 아는 분으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었어요. 조카가 조현병인 것 같다고 해서 상담한 적이 있는데요. 검사 결과를 보니 조현병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 설명을 해드리고 먼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해드렸습니다. 사실 정신분열증은 심리 상담실에서 자주 대면할 수 있는 정신 장애는 아닌데요. 대부분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는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고 심리적 지지와 함께 인지행동적 접근도 병행돼야 합니다. 

김성일 기자 : 증상이 악화될수록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가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증상을 앓고 있는 것이죠? 

박소진 대표 / 네, 테디는 정신이 돌아올 때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지만, 다시 악화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전두엽 절리술을 강행하는데요. 끔찍한 현실을 인정하고 사느니 뇌 수술을 받고 정신을 놓기로 결심한 것이죠. 영화는 ‘괴물로 사는 게 나을까, 사람으로 죽는 게 나을까?’라는 테디의 독백으로 마무리됩니다. 
  
김성일 기자 : 확실한 여운을 주는 대사군요. 영화 <뷰티풀 마인드>와 <셔터 아일랜드>로 살펴본 정신분열증, 정리를 해볼까요?

박소진 대표 : 두 영화 모두 조현병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뷰티플 마인드>는 객관적 관점에서 조현병을 다뤘다면 <셔텨 아일랜드>는 주관적 관점 즉, 주인공이 바라보는 세계에서 이야기를 이끌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두 영화를 같이 보시면 조현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성일 기자 / 정신분열장애에 포함돼 있는 또 다른 질환이 있죠. 망상성 장애에 대해서도 짧게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죠. 망상성 장애를 보여주는 영화, 어떤 게 있죠?

박소진 대표 /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들 수 있어요. 배우 신하균이 연기한 주인공 병구는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믿는데요. 다가오는 개기월식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에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게 되는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병구는 외계인이라고 믿는 유제화학의 사장 강만식을 납치해 왕자와 만나게 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외계인의 음모를 밝히려는 병구와 외계인으로 추궁 당하는 강 사장의 진실 대결이 전개됩니다.

김성일 기자 / 이 영화의 주인공 병구가 앓고 있는 병이 망상장애인 거죠?

박소진 대표 / 네, 주인공 병구는 망상장애 환자입니다. 병구는 외계인이 아름다운 지구를 멸망시키고, 자기를 제거하려고 한다는 피해망상과 자기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을 가졌어요. 유제화학 강 사장을 외계인이라고 단정하고, 자신의 은신처로 납치해 오는데요. 병구는 강 사장에게 행성의 비밀을 대라며 고문을 하기도 합니다. 해괴한 일을 당한 강 사장은 속수무책입니다. 피해망상이 있는 경우 자신이 박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되면 병구처럼 폭력적일 수 있어요. 

김성일 기자 / 망상장애는 어떤 질환인가요? 

박소진 대표 / 망상장애는 자신보다는 주위 사람들이 더 견디기 힘든 질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신 외에는 모두 부정적 대상으로 여기고, 또 모든 걸 남의 탓으로 돌리며 항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 질환은 외견상으로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운데요. 그렇다보니 치료를 받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죠. 

김성일 기자 / 망상장애를 앓고 있다는 영화 속 주인공의 행동들은 때론 우스꽝스럽기까지 한데요. 앞서 얘기를 나눴던 정신분열증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도 망상이었잖아요? 망상장애의 증상과 정신분열증의 망상 증상은 어떻게 구분하죠?

박소진 대표 / 망상장애자들은 다소 엉뚱하고 이상하게 보이긴 하지만, 정신분열증 환자들처럼 환각을 경험하지는 않아요. 다른 기능에서의 손상이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망상과 관련해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어요. 정신분열증과는 달리 기능적 손상이 없고, 정신분열증 진단 기준이 되는 ‘활성기 증상’이 없는 기괴하지 않은 망상을 가진 경우 망상장애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김성일 기자 : 영화 속 병구는 왜 이런 이해하기 힘든 믿음을 갖게 됐을까요?

박소진 대표 : 어린 시절 병구는 술주정뱅이인 아버지와 희생적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내성적 성향을 가졌고 항상 외톨이었어요. 친구들에게 괴롭힘도 많이 당했고요. 어느 날 병구는 어머니를 괴롭히는 건달에게 덤벼들면서 전과자가 되는데요. 그의 정당방위는 다시 반복된 전과로 이어질 뿐 세상은 아무도 그의 편이 돼 주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강 사장이 경영하는 화학공장의 노동자로 일하던 중 원인불명의 병을 얻는데요.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보면서 병구는 악덕 기업주 강 사장, 그리고 이 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병구는 공격 충동을 외계인에게 투사시키죠. 외계인이 지구를 공격한다. 따라서 나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쁜 외계인에게 맞선다. 이런 식으로 망상이 발전돼 나가는 것이죠.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일종의 방어기전에서 비롯된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성일 기자 / 망상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군요. 실제로도 망상장애는 이런 열악한 환경들이 원인이 돼서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건가요? 

박소진 대표 / 망상장애는 명확하게 그 원인을 찾기는 어려워요. 암페타민, 알코올, 코카인 같은 것이 망상을 유발할 수도 있고 또 뇌종양이나 헌팅턴병, 알츠하이머가 유발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을 내리기 전에는 이런 장애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망상장애의 일부는 조현병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김성일 기자 / 치료 또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소진 대표 / 망상장애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의심이 많아요. 관계 형성이 쉽지 않고 스스로 병을 인지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뢰감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모든 치료나 상담이 신뢰가 기본이 되지만, 망상장애 환자들에게는 신뢰를 쌓기가 더 힘들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죠. 관계를 형성하면서 스스로 망상에 대해 불합리함을 인식하도록 해주면서 사회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김성일 기자 / 네, 오늘 영화 속 인물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끝으로 덧붙여주실 말씀 있으실까요?

박소진 대표 /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를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차별받으며 주눅 들어 살아왔던 그 삶이 농축돼 망상에 빠지고, 결국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병구가 병원에 누워있는 엄마를 찾아가서 엄마의 손을 잡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병규야, 많이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라고 위로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성일 기자 : 네,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영화와 더불어 심리학이라는 렌즈로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 마인드 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